[미 서부 2탄] 바보야, 문제는 영어가 아니야!
Ringle 팀 출장으로, 미국 서부에서 여덟 분을 인터뷰했다. 어떻게 가시게 됐는지, 생활과 학업 및 정착 과정에서 어떤 게 가장 어려웠는지, 향후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등을 물어보는 인터뷰였다. 사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항상 똑같았다. 어떻게 미국에서 그런 ‘핵인싸’가 되실 수 있었나요? 동기들 중에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는데!? 나는 미국에 가고 싶은 분들, 미국에 잠시 있었던 분들, 이제 막 미국에 가신 분들이 나와 같은 질문을 품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미국인들과 진짜 친해질 수 있나요?”
다섯 분을 각기 다른 날에, 다른 장소에서 인터뷰했는데 이 분들의 답은 신기하게도 유사했다. 들으면서 나한테 아하 모먼트가 왔다. 아!! 내가 그때는 그래서 친구를 못 사귀었구나!!! 반대로 DC에서 인턴 할 땐 그래서 친구가 생겼던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랄까. 내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꿀팁 두 가지를 공유한다. 내게는 정말 큰 깨달음이었어서 누군가에게도 또 도움이 되면 좋겠다.
타인을 만나는 데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필요하다. 때문에 세상 온갖 것에 전부 호기심이 넘치는 성격, 궁금증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성격은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아주 유리하다.
그리고 내가 만나 본 서양 친구들은 참 질문이 많았다. 호스텔 룸메이트들은 꼭 말을 걸어왔다. 너 어디서 왔니, 무슨 일 하는 사람이니부터 시작해서- 저녁마다 오늘 뭐했어? 거기 어땠어? 내일은 뭐해? 한국은 언제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지 그냥 문화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이 영어가 편하지 않아서 말을 안 거는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인끼리도 서로 말 안 건다. 며칠 있다 갈 건데 굳이 말을 걸어서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나- 싶은 배려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질문이 많고 궁금한 게 많은 서양 친구들 입장에선 본인에게 궁금한 게 없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무뚝뚝하다거나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ㅠㅠ)
호기심을 기반으로 먼저 질문을 하면 부족한 영어 실력도 커버할 수 있다. 인터뷰이 C 님은 Job Interview를 하실 때 인터뷰어의 프로필을 먼저 찾아보셨다고 한다. 이 사람에게 궁금한 것들을 정리한 후 인터뷰 시작부에 먼저 질문을 던지는 거다. 상대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또 추가 질문을 한다. 이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인터뷰 점수도 좋다. 상대가 정말 재밌는 대화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얘길 하는 건 누구든 좋아하니까!
즉, 호기심은 좋은 질문을 낳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인터뷰이 J 님은 첫 번째 기숙사 친구들과 전혀 친해지지 못해서, ‘나 너무 적응 못하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올라가고 기숙사 친구들이 바뀌면서 친한 사람들이 생겼다고. J 님이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비슷한 걸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도 잘 통했고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며 더욱 절친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사실 똑같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취미나 성향이 비슷한 사람과 친해지고 장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게 되니까 말이다. 심지어 소개팅 자리에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른 사람, 말이 하나도 안 통하는 사람이랑은 할 말이 없다. 취미가 뭐예요? 쉴 때 뭐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같은 호구조사 끝내고 나면.
관심사로 얘기할 땐 영어도 훨씬 잘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풍부하고 확실할 땐 영어도 잘 나오니까. 내 경우엔 캘리포니아에서 5개월 교환학생 때보다 DC에서 5개월 인턴 했을 때 친구가 훨씬 많이 생겼다. 정책연구소 인턴이었고 인턴부터 선임 연구원까지 정치, 정책 같은 얘기로 몇 시간씩 토론하던 곳이었다. 나는 이런 얘기가 너무 좋았다. 속도를 못 따라가도 계속 들었고 애들도 북핵에 관심이 많으니 한국인인 내 얘길 궁금해했다. 어설픈 영어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한두 마디 끼어들다 친해졌다. 나중엔 같은 인턴 룸 애들이 집에 와서 칠면조 요리도 해주고 한국에도 놀러 오고. 당연히 한국에서 그 친구들은 강남 클럽 대신 DMZ를 간다 ㅎㅎㅎ
결국 내 관심사와 취향을 먼저 벼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굳이 안 맞는 사람이랑 친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영어가 안 돼서 그런가 봐'하고 좌절할 필요 없다. 그가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이었어도 나랑 절친은 안 되었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내 취향을 알고, 나랑 맞는 곳을 반복적으로 여러 군데 두드리면서 그 안에서 맞는 친구를 찾으면 된다.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고, 상대의 취향과 관심사는 무엇인지에 진심으로 호기심을. 가질 것, 질문을 많이 하고 제대로 들을 것"
답은 결국 영어가 아니었다.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고, 상대의 취향과 관심사는 무엇인지에 진심으로 호기심을. 가질 것, 질문을 많이 하고 제대로 들을 것" 사실 이건 외국인 친구만이 아닌,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사귀는 사람을 대하는 모든 상황에서의 통용되는 법칙이다. '나'에서 시작하며 상대에게 충분히 열려 있을 때 보이는 진정한 호기심!
궁금함이 넘치는 반짝반짝한 눈들에는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다. 영어 대화에 지레 겁먹어 반짝임을 보지 못했고 보이지 못했다면 이제 다시 반짝거리는 openness를 찾아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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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 취향, 관심사 얘길 들었을 때 했던 생각이 있다. 승훈 님과 진영님과 나눴던 대화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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