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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여는 의자 11화

같은 의자, 다른 주파수

by 수케시오

누워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 삶의 대부분은 서 있거나 앉아있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그 시간 속에서 의자는 단순한 휴식공간을 넘어 우리 삶의 무수한 순간들과 함께 한다.

지식이 쌓이는 탐구의 터전이 되기도 하고, 치열한 고민과 성과가 교차하는 전쟁터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오가는 소통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언어로 세상을 보고 대화한다. MBTI 유형은 의자에서의 대화패턴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고형 T는 대화의 목적을 '문제해결'에 둔다. 감정적 호소보다는 객관적 사실과 논리적 인과관계를 중시하며, 대화가 핵심에서 벗어나는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핵심이 뭐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을 자주 건넨다.

감정형 F는 '정서적 교류와 유대감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대화의 분위기가 조화롭게 흘러가기를 바란다. 사실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네'라며 공감과 위로를 먼저 건넨다.

판단형 J는 대화에서 '명확한 결론과 계획'을 얻고자 한다. 뚜렷한 방향 없이 흘러가는 대화를 답답해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한다. '결론이 뭐지?' '그래서 우리 계획이 뭐야?' 라며 대화의 마무리를 위해 애쓴다.


우리는 같은 의자에 마주 앉아 있지만, 종종 서로 다른 주파수의 언어를 사용하며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낀다.

사고형은 위로받고 싶은 감정형에게 '성급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상처를 주고, 판단형은 충분한 공감을 원하는 감정형의 말을 '결론이 없다'며 답답해한다.


어쩌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와 치밀함보다는

'여유'인 것 같다.


각자의 의자에 앉아 누구와 이야기하며,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나와 다른 대화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누가 맞고 틀리고를 따지기보다는, 섣불리 단정하고 비난하는 조급함 대신 여유를 가지고 그 상황을 이해하고, 언어 방식을 고려하며,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노력이야말로 관계의 좋은 시작이다.


사업을 하면서 많은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성향도 천차만별이겠지만, 처한 상황도 각기 다 달라서, 피력하기 위한 만남이라 할지라도 말을 아끼고 경청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을 이제 안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의자에서의 성공적인 자리매김은 느슨하고 좋은 연결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이다. 여전히, 그리고 계속해서 의미 있는 의자에 앉아 많은 이들을 만난다. 그 만남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소중하다. 느슨한 좋은 연결을 이어가기 위해 여유를 갖고 한 번쯤은 돌이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의자에 앉아 계세요? 특별히 생각나는 의자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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