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의부증?
지금은 새벽 3시 하고도 20분을 지나고 있다.
부산으로 출장 간 그가 오지 않고 있다.
월드컵 축구로 온 나라가 들끓는 판국에 무슨 출장이람.
하여간 특이하고 엉뚱한 사람이다.
나보다 더한다.
그래봤자 결국은 자기들을 위해 뛰는 거라고, 흥분할 거 없다고.
남자 대부분이 축구 좋아한다는데 남자 맞는지, 우리 국민 맞는지,
냉철할 때도 아닌데 냉철하기는......
12시 20분에 전화했더니 서울 전방 200km 정도 떨어진 휴게소에서 잠깐 눈을 붙이려던 참이라 한다.
아침에 도시락 두 개 싸준 것은
맛있게 잘 먹었단다.
가끔 귀찮게 하는 일이지만 내가 싸는 도시락을 좋아하기에 바쁘더라도 멀리 가는 날은
챙기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나 잤기에 아직 안 오는지 그렇게 몸을 혹사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나 없었으면 좋겠다.
숙이 고것은 며칠 전에 형제자매 만난 자리에서
장이 화장실 간 사이에 오빠가 연일 바쁘고 무슨 출장인지 잦아서 나도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했더니 ‘우선 건강이 문제죠’ 한마디 하고 만다.
그래 너 잘났다. 오빠 때문에 선취업 후 야간대학에 다녔던 큰 시누가 더 똑똑하긴 하다.
그렇게 내 남편 걱정해 줘서 고맙긴 하다.
그런 말 꺼낸 내가 잘못이긴 한데 결혼한 지 4년이 넘도록 네 남편의 수입이 없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그것이 궁금하다.
내가 경제를 책임지니까 언제 돈을 벌어 오라고 잔소리를 하나, 돈 못 번다고 구박을 하나, 친정부모님은 아직 때를 못 만났으니
그 마음 다치지 않게 아무 소리 말라고 하시는데 4년 넘도록 그 때를 왜 못 만나느냐고요?
두 자매가 맥주집에서 추석 때 애쓴
새언니의 노고를 축하하는 자리를 만든 적이 있다.
그때 남동생의 처, 동서는 두 자매의 뜻을 미리 간파하고 나오지 않았는데
이 순진덩어리는 정말 위로의 자리인 줄 알고 나갔다.
노고에 대한 위로는커녕 오뉴월 개 보듯 노려보다가 묵사발을 만들어 준 것은
장과 사는 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애 딸린 나이 많은 여자를 새언니감이라고 떠억 데리고 온 오빠에 대한 원망과 함께
머리 좋은 자기 대신에 머리 나쁜 오빠가 수도권 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영업직이나 하고 있으니 억울함을 성토하다가 눈물 콧물 짜내고 울던 두 자매.
나 보고 어쩌란 말이냐?
너희들만 아프냐, 제 발로 호랑이굴로 들어간 나도 엄청 괴롭다!
나중에 오빠와는 비교가 안 되는 멋진 남자들 만나서 잘 살면 너희 말들을 공자님 말씀으로 받아들이련다.
요즘 도시락 싸들고 지방으로 뛰면서 열심히 하는 만큼 곧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제 분수도 모르고 여자 향수에 취해 헤어나지 못하면 계속 한량으로 살겠지.
이제 뒤늦게 깨달았으리라 믿는다.
그런데도 아직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