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는 거야

by Anima

비 오는 날

그대에게 전화를 걸고 싶습니다.

이런 날이면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만나고 싶습니다.


울적해지는 이 마음

산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고

살아온 길을 생각해 보다가

허무에 빠지고 나면

온몸이 탈진한 듯

힘이 없어지기에......

비 오는 날

그대에게 전화를 걸고 싶습니다.

이런 날이면

그대가 먼저 전화를 걸어

보고 싶은데 우리 만나면 안 돼 하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요

그대가 나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붉은 악마의 구호를 되새기며......

정말 무슨 뜻으로 연이 몇 개월 만에 메일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음악 편지에 시를 적어서 보낸 메일을 읽고

사연도 구구절절하네, 시를 좋아한다더니

잘 쓰네 하다가 마지막에 붉은 악마......

운운한 것을 보고 정신이 팍 깼다.

용혜원 씨의 시 아닌가?

어쨌든 시를 빌려 그의 심중을 말한 것이니

일단 받았다.


작년 봄부터 가을에 걸쳐서 하루에 한 번씩,

때로는 하루에 세 번도 시를 빙자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왔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표현을 해왔다.


주로 은근한 내용의 시와 글이었지만

때로는 다른 여자에게 갈 것을

잘못 보냈나 할 정도로

격한 감정을 표출한 것도 있었다.

물론 메일로만 파악한 것이지만

나보다 많은 나이에 로맨스그레이 같은 느낌, 사회적 경험과 사업가로서의 성공 등으로

존경을 했었다.

그런데 그의 격앙된 감정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수에게도 그랬지만 장과의 관계가

회복되자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하던

주변 남자들을 다 끊어버렸다.

연도 그중의 하나였다.

이제 부담스럽다는 메일을 보내자 그도 연락을 끊더니 몇 개월 만에 메일을 보낸 것이다.

장과의 사이가 또 불안 불안할 때를 틈타

왜 새삼스럽게 연락을 했나 말이다.

원수 지고 헤어진 사이가 아닌 이상

꼭 응답은 해주어야 속이 시원한 나는

메일을 쓰기 싫어 연락처를 뒤져 전화를 했다.

서로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하듯

의례적인 인사를 하다가

나중에 연락해서 식사나 하자고 끊었다.


그동안 무슨 마음으로 연락을 끊고

오늘 무슨 생각으로 메일을 보냈을까?

며칠 전에 비가 오긴 왔다.

그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괜히 전화했어.

이 멍청한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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