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질리나 사람이 질리지

by Anima

어제는 명동에서 만나 남산둘레길을 걸었다.

‘걷고 먹고 찍고’의 출발점인 명동 중심가에 위치한 시래기 전문 음식점으로 향했다.

명동은 평일이나 주말이나 별 차이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차 없는 거리가 아니라

간간히 용감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차들의 경적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지 않고 느긋하게 눈 흘기며 걷는 거리다.

어림짐작해도 외국 관광객이 90퍼센트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양쪽으로 늘어선 상가에서 상인들이 일어, 중국어, 영어 등 삼 개 국어를 간단하지만 능통하게 하며 호객행위를 하고 몇 년 만에 건물을 쌓은 명동교잣집은 호객 행위를 하지 않음에도

문전성시를 이루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젊었을 때 모두 한 번 이상씩은 맛본 음식이라

많이들 드세요! 하고 지나쳐서 시래기전문식당으로 간다.

여기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다.

명동역에서 11시 30분에 모이면 5분 정도 걸어 들어간다.

얼마 전에 왔을 때는 즉시 우리가 비집고 들어 갈 자리가 있었는데 오늘은 좀 기다리라고 해서 3분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7명이 한 자리에 같이 앉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먹는 것보다 걷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

2, 3명씩 앉아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했다.

요즘은 각자 먹을 것을 고른 후 각자의 카드로

주문하고 지불해서 편리하다.


자주 먹는 묵비빔밥을 제치고 꼬막비빔밥을 주문했다. 시래깃국은 늘 딸려 나온다.

반찬은 셀프로 잡채, 떡볶이, 멸치조림, 도토리묵,

콩나물 무침이 있고 후식으로 복분자 주스, 옛날 과자가 있다.

각자 먹을 만큼 덜어서 남김없이 먹으니 좋다.

남산길 두 번째인 타박이가 내 옆에 앉았다.


여기 음식은 다 싱겁네요.


간이 적당한데요. 별로 짜지도 않고.


한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간이 맞아 맛있다고 하는데 혼자 짜다고 한다.


사람들이 짜게 먹는 걸 꺼리는데 음식은 너무 싱겁게 먹어도 안 좋아요.


아, 원래 좀 짜게 드시는구나!


나 별로 짜게 안 먹는데..... 여기가 싱거워요.

매일 같은 음식만 먹지 말고 다른 식당도 가봐요.

매일? 열흘에 한 번쯤 오는데?

타박님은 두 번째면서?

찾아보면 맛집 많아요.

많은 거 모르나요? 그냥 먹다 보니 맛있고

익숙해져서 오는 건데, 다른 음식 먹어봤자

그게 그거지요.

그리고 매일 걷기 전에 맛집 일일이 신경 쓰면 길잡이 오래 못해요.

맛집 찾는데 에너지 쓰고 싶지도 않고.

거의 같은 길이라 5, 6군데는 고정적으로 가고

가끔 안 가던 길 가면 근처 맛집을 찾긴 하지요.

두 번째 나와서 다른 음식도 먹자는 사람에게

쓸데없이 구구하게 긴말을 늘어놓았다.

'아, 그런가요? 다음에는 다른 곳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이러면 좀 좋아?

이래서 나보고 불친절한 아니마라고 한다.


걷자고 먹으려는 것이지 먹자고 걷는 것이 아니다.

이러는 나도 초심을 잃고 식당 먼저 정하고 길을

정하기도 한다.


맛있어서 또 왔다고 하면 반겨주는 사장님의 한식 뷔페는 대놓고 가는 단골 식당이다.

장안평에 위치한 식당을 중심으로 길을 정하면

여러 방향이 나온다.

장안평에서 군자교 지나 송정벚꽃길.

장안평에서 장안벚꽃길 지나 배봉산.

장한평에서 중랑천, 매화거리 지나 청계천, 동대문.

장한평에서 송정제방길 지나 서울숲에서 뚝섬한강공원.

장한평에서 송정제방길 지나 살곶이다리, 응봉정원, 옥수정원, 두모포.

이러니 가는 식당 또 갈 수밖에 없다.

매일 걷는 것이 지치지 않듯이

집밥 같은 시래기국밥이나, 골라 먹는 한식 뷔페는

자주 가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매일 먹는 밥이 질리나,

가끔 와서 흰소리하는

사람들이 질리지.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