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시간

by Anima

아버지가 자리에 누운 지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주성과 현아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빈 시간을 이용해 잠깐 친정에 들렀다.

아침에는 일찍 나가느라 다시 와서 데려다주겠다고 출근을 했기 때문이다.

1시간 수업을 끝내고 두 시간의 빈 시간이 있어 서둘러 왔다.

아버지는 누워 계시고 작은언니가 곁에 있다가 내가 들어오니 반색을 한다.

언니는 아버지를 볼 시간이 얼마 남은 것 같지 않아

한 달 동안 곁에 있으려고 미국에서 왔다.

어머니만 있는 집에 언니가 있어 마음이 놓였다.

이웃이라 자주 오는 큰언니, 어머니와 번갈아 아버지의 대소변 시중을 들었다.

한 번 시중을 든 나나 언니들 앞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참아 내고 계시는 아버지가

너무 안쓰러웠다.


큰 남동생은 승무원이라 자주 장기 출장을 가고

작은 남동생은 역시 미국에 거주해서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다.

아버지 병환으로 이번에는 곧 온다고 하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후회 남기지 않게 서둘러 왔으면 좋겠다.

수업이 없는 두 시간의 여유라 아버지는 저녁에 보고 애들만 데리고 가려고 했다.

아버지 얼굴만 보고 주차장에 세워 둔 차로 갔다.

그런데 내릴 때 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차 열쇠를 두고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긴급호출로 사람을 부르고 다시 들어갔다.


그제야 아버지 손을 잡고 아이들을 불렀다.

윤아는 학교에 가고 주성과 현아는 들락날락 할아버지를 힐끗 보고 간다.

와서 할아버지 손 좀 잡아드리라고 하니 주성은 마지못해 잡았다가 슬그머니 손을 뺐다.

그렇게 할아버지 손을 잡고 뒷산 약수터도 가고 문구점에도 자주 다녔는데 깡마른 얼굴의 할아버지가 생소하게 느껴졌나 보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버지의 서운한 마음이 신경 쓰였다.

그래도 현아는 할아버지가 잔잔히 웃으시며 손을 놓을 때까지 있었다.

아버지, 괜찮으시죠? 애들 데리러 잠깐 왔어요.

저녁에 또 올게요.

그러면서도 창문 너머로 차가 궁금해서 힐끔 거렸나 보다.

아버지가 눈치채시고 빨리 가라는 듯 잡은 손을 힘없이 놓으신다.

아버지께 인사하고 주성과 현아를 챙겨서 다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맡기고 학교로 갔다.


4교시 수업을 끝내고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사무보조원이 급하게 뛰어 왔다.

집에 일이 있나 보라고 어머니가 급하게 찾는다는 말을 전한다.

핸드폰을 책상에 두고 와서 여러 번 울리는 전화를 못 받아 교무실로 연락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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