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20)

by Anima

# 귀여운 S


P는 여전히 봉 주리 마음속에 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혼자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S가 나타났다.


1년이 넘도록 전화만 하다가 취직을 하고 나타나서 머리띠며, 머리핀 등 애들 장난감 같은 물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포장도 하지 않은 비닐에 싸인 것이었다. 봉 주리는 머리띠나 머리핀을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항상 긴 머리를 지켜오던 봉 주리는 초임 발령 때는 교사가 긴 머리 형태를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단발로 싹둑 잘라버리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 이후 긴 머리를 고수하며 1년에 두어 번 머리끝을 정리하느라 미용실에 들르는 정도다.

남이 보기에는 거추장스럽겠다고 생각하는 긴 머리지만 머리띠나 머리핀은 필요 없는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봉 주리가 하지 않는 물건이지만 툭 던 지 듯 내미는 행동이 귀여워서 웃으며 받아 들었다.


잊을 만하면 전화하던 S는 취직했다고 나타난 뒤로 수시로 전화해서 같이 밥 먹자고 한다. 바빠서 점심도 못 먹었다고, 집에 들어가면 밥도 못 얻어먹는다고 응석을 부렸다.


그까짓 거 밥 한 번 같이 먹자 하고 만난 것이 세 번째다.


여전히 그 사람 잘 만나고 있나요?


그렇지요, 뭐. 딱히 변화는 없지만......


그런데요, 봉 선생님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야 남을 사랑할 수 있어요. 봉 선생님의 자존감은 어디로 갔나요? 상대를 쓰레기 취급, 아니 너무 과격했나 봐요.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왜 좋아한다고 가슴앓이를 하는 겁니까?

봉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어요. 외로워서 그래요?


영업직은 잘 선택했다. 귀티 나는 외모에 말도 잘한다. 봉 주리는 요것 봐라 하면서 새삼스럽게 S를 살폈다. 봉 주리는 그가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려서 쉽게 만났고 S는 자기보다 얼마나 나이가 많은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연상인 봉주리가 편했다.


외로움일까? 사랑다운 사랑을 못해 봐서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싶고, 받고 싶어서일까? 이혼한 사실을 아는 주변 남자들이 자꾸 흑심을 품는 게 싫어 자기를 보호해 줄 만한 남자에게 정착하고 싶을 때 주리의 눈에 들어온 P강사는 봉 주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런 사람 그만 만나고 저랑 만나는 게 어때요?


이 귀여운 S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잘못 들었는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남자 그만 만나고 저랑 만나자고요.

봉 선생님과 계속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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