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22)
봉 주리가 너보다 11살이나 많다, 결혼했었고 이혼했다, 딸이 하나 있다고 말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모른 척하는 S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26살 청년이다.
어제와 같지 않은 분위기로 둘은 마주 앉았다.
사실 어제 봉 선생님 말을 듣고 충격으로 잠을 못 잤어요. 제가 1년여를 간간히 연락만 하고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직 학생이고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해서였어요. 사실 지금도 영업직이라 그렇게 안정된 직장은 아니지만 오래 기다리다 선생님을 놓칠 것 같아서 더 못 기다리겠어요. 영어회화 수강하면서 옆에 앉은 봉 선생님과 대화하는 게 좋았어요. 종강하고서도 만날 구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봉 선생님이 마침 우리들에게 밥을 산다고 했을 때 쾌재를 불렀어요.
사실 그때 같이 나오라는 두 명에게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그때 우리 둘이 얼마나 재미있게 대화했는지 기억나시죠? 선생님도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맞지요? 선생님도 제게 호감이 있었잖아요.
호감이 있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내 처지는 벗어날 수 없는 거예요. 없던 일로 되돌릴 수도 없고요. 내 앞에 현실은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리고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남자가 P강사라는 것 알잖아요. 그래서......
P강사는 봉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어요.
같은 남자로서 보는 눈이 봉 선생님과는 달라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에요. 그래서 헤어지라고 한 거예요.
어제부터 종일 생각했어요. 봉 선생님이 처한 현실이 그렇더라도 함께 하고 싶어요. 함께 해요, 우리!
우리라는 말에 힘을 주며 손을 잡는 S를 어찌하랴, 난감한 상황에 봉 주리도 어지럽다. S는 대학 다닐 때 연애 좀 했으려나, 여학생들이 호감을 가질만하다.
훤칠한 키에 귀티 나는 얼굴, 거침없는 말솜씨......
눈앞에 있는 S가 몇 살이라도 더 들었으면 좋을 것을, 초혼 전에 그를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봉 주리가 제대로 열정적인 사랑도 못하고 27년간 고이 지켜온 처녀성을 성격파탄자인 전남편에게 바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울화가 치민다.
P는 어떻고? 이제 제대로 만나는가 했더니 의중이 오리무중이다. P에게는 조만간 이별을 고해야지 하고 있는데 S가 다시 손을 잡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무 생각 말고 나만 따라오세요. 무슨 걱정을 하는지 다 알아요. 나도 겁이 나기도 해요. 하지만 봉 선생님을 좋아하는, 사랑이라고 해도 좋아요. 사랑하는 마음은 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우선 P강사를 정리하세요. 그런 사람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도 만나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내 말 좀 들어 봐요. 이성적으로 생각해요. 지금은 S가 젊어서 그래요.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하겠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나가요.
그때 P로부터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