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23)

by Anima

# 어쨌든 이제 그만

S와 헤어지고 P의 전화를 받았다.


웬일이세요? 며칠 연락도 없더니.....

갑자기 보고 싶어서,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끝나고 사무실로 와요. 같이 저녁 먹고 줄 게 있어요.


S가 P와 헤어지라고 해서가 아니야, S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가 아니야, 얼마 전부터 그와 헤어지려고 했어. 이제 그를 만나 얘기할 거야. 이제 그만 만나자고. 나도 윤아도 그에게는 관심 밖이야. 그러면서 왜 나를 계속 만나는 거지? 섹스? 그건 아닌 것 같아. 별로 내키지 않는 태도랄까, 아예 내게 맡기고 널브러져서 힘을 빼고 있었지. 마치 나 우울하니 네 마음대로 하라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까.


다음 날 봉 주리는 퇴근을 하고 그가 있는 사무실로 갔다. 너무 이른 시간에 갔나 마침 남동생이 있다가 굳은 얼굴로 외근 나간다고 간 뒤에 둘이 마주 앉았다.


사무실이 한결 깨끗해졌네요.

별로 하는 일이 없어서 나오는 에는 전화나 받고 청소는 해야지. 잠깐만 기다려. 책상 정리 좀 하고 나가자.


이제 우리 그만 만나요.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그만 만나고 싶어요. P 씨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아껴주는 것 같지도 않아요. 만나면 늘 편하지 않고 뭔가 부족함을 느꼈어요.


갑자기...... 누구 좋은 사람 생겼어요?


봉 주리 앞에 나타난 S를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P와의 끝맺음을 단단히 하려면 잔인하지만 그의 말에 부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요. 서로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어요.


...... 그렇군요...... 혹시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인가요?


그에게 같이 수강한 S라 하면 안 될 것 같아 강하게 부정했다.


아니요! 학교 동료로 근무하다가 차차 가까워졌어요. 미안해요.


알았어요. 좋은 사람이 생겼다니 행복하기를 빌어요.


P씨도 빨리 대학에 자리 잡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기를 바랄게요.


봉 주리가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다. 그가 봉 주리를 잡으며, 내가 참 네게 소홀했나 보다. 이제 더 잘할게.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 줘, 할 줄 알았는데 아주 쿨하게, 아주 이성적으로 행복을 빌어 준다니!


울음이 터질까 봐 뒤도 안 돌아보고 사무실을 나섰다.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그동안 그에게 바친 정과 시간이 아까운지, 또 하나의 만남이 이별로 끝난 아쉬움인지, 그가 너무 쉽게 인정해 준 탓인지, 눈물로 시야가 앞을 가릴 정도라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 두고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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