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24)

by Anima

# 차라리 실연이 낫지

그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봉 주리를 불렀다.


주리가 가고 나서 생각하니 이건 아닌 것 같아. 내가 그동안 너무 소홀히 대했나 봐.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돼. 오늘은 주리 주려고 선물도 준비했는데 주지도 못하고 그냥 가게 놔뒀어. 앞으로 내가 잘할게. 다시 돌아와 줘.


계속 듣고 있던 주리는 P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더 울음이 나서 입을 막고 한참 말을 못 했다. 차라리 실연을 당하는 게 낫겠다. 이성관계에서 나 좋다는 상대를 거부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있을까? 전남편이 주리를 끝까지 못 놓겠다고 갖은 악행으로 물고 늘어질 때는 추호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왜 이리 마음이 아프고 신파 영화 찍는 것 같으냐 말이다. 그런데 이번만은 미워도 다시 한번이 안 되겠다.


미안해요. 더는 못하겠어요. 저는 P 씨에게 너무 부족한 여자예요. P 씨도 교수 되고 나보다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게요. 지내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이게 맞나? 다시 돌아갈까?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곁에 그가 있어서 위안은 됐는데, 윤아도 알고 있고 부모님에게도 세 살 연상의 만나는 남자가 있다고 했는데, 다시 돌아갈까? 아니야! 같은 남자인 S가 그랬어 이기적인 남자라고, 빨리 헤어지라고. 그리고 S가 나와 같이 가자고 했어. 그가 나를 지켜 줄 거야, 아니야, S는 너무 어려, 이제 갓 졸업한 새파란 젊은이야. 몰라, 이제 돌이킬 수 없어. 가자 집으로......


집으로 돌아와 그와의 추억을 정리하려고 서랍을 열었다. 그와 윤아를 데리고 놀러 다닐 때 윤아와 찍어 준 사진은 있는데 그와 찍은 사진은 없다. 주리가 찍어 준 그의 사진만 한 장 있었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에게 사진을 보여 주며 이런 남자인데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외모는 괜찮아서 자랑할 만했나 보다. 사진은 돌려줄 것을 그랬나 생각했지만 다시 만날 일이 없기에 과감히 찢어버렸다. 한 장 남은 그의 사진을 쓰레기통에 넣은 봉 주리는 아까 흘린 눈물이 무색하게 마음 한 구석에 후련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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