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26)
봉 주리는 카페에서 남의 시선이 그렇게 싫으면 모텔을 가자는 S의 말에 잠시 야릇한 기분을 느꼈지만 자신마저 이성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봉 주리와 더 들어 보이는 S를 남들이 보면 연인이라고 생각할 만 하지만 자신의 나이가 훨씬 많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아직 안 돼! 자기를 만나면서도 계속 죄책감이 들어. 나이뿐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 윤아, 자기와 내 부모님, 형제자매들, 남들의 시선...... 뭐 하나 안 걸리는 게 없어. 자기는 그런 생각하지 않아? 이러면 안 돼.
교사라고 가르치려 드네. 나도 낼모레 서른이야. 일단 우리만 생각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런 걱정을 했으면 자기와 다시 만날 생각을 안 했을 거야.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좋아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만 만나자, 우리.
차 안이나 카페에서 틈만 나면 키스하고 안으려고 하고, 이제는 모텔 가자는 말을 하는 게 순수한 사랑이라고?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기도 알 것 다 알고, 나도 순수하지만 피 끓는 청년이잖아. 단지 그것만이라면 짐승이지. 우리만의 공간에 둘만 있고 싶어. 자기도 자꾸 남의 시선을 의식하니까.
S가 낼모레 서른이면 봉 주리는 낼모레가 마흔이다. 이제 26살인 그가 서른이 되려면 한참 남았고 순수한 마음으로만 만나자는 사람이 모텔 운운하니 불순하다고 느껴져 실소를 했지만 그런 그가 여전히 귀엽다. 몇 번 만나다 보니 귀여운 S에서 이제는 자기가 된 그와는 친정과 그의 집이 가까운 낙성대, 서울대 입구에서 데이트를 했다. 골목에는 고시촌, 모텔, 술집, 식당, 당구장, 노래방 등이 즐비했다. 서울대가 생긴 이후로 유흥가가 들어섰는지 유흥가가 터를 잡고 있는데 땅이 넓은 관악산 자락에 서울대가 들어섰는지 모르지만 대학생들과, 잠시 머리를 식히는 고시생들의 쉼터로 자리 잡았다. 덩달아 여기저기서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들과 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
둘만의 공간으로 가자는 S의 바람은 무산되어 아쉬운 대로 카페를 나와 주차한 곳으로 가고 있는데 골목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여름이라 냉방을 해도 창문을 열어 놓는 건물이 많았는데 그중 한 창문을 통해서 계속 악악 대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났다. 둘은 동시에 비명이 울리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5층 건물에 잠만자 모텔이라고 크게 간판이 걸려 있었다. 언젠가 이름을 보고 둘이 한참을 웃어대던 그 모텔이었다. 비명을 지르다가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여자의 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비웃으며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갔다.
야아, 저런 것을 즐거운 비명이라고 하는 거야. 좋겠다!
아이고, 창문 좀 닫지. 여기는 청소년들도 지나다니는 골목인데.
알 것 다 아는 봉 주리도 순수하다고 자부하는 청년 S도 괜히 볼이 발그레해지며 맞잡은 두 손에 힘이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