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27)

by Anima

# 사랑과 욕망 사이

여자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멀어지자 둘은 겸연쩍게 웃었다.

그리고 봉 주리는 서둘러 주차된 곳으로 가서 S를 태우고 그의 집 앞 골목에 도착했다. 둘만의 공간인 차 안에서 서로 바라보다 감정이 고조되어 격렬한 키스를 나눈 뒤에야 봉 주리는 S와 헤어진다.


자기가 매일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게 너무 아쉬워. 오래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집에 부모님도 계시고 윤아도 나를 기다리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 그리고 모텔 같은 데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혼했지만 젊은 남자와 모텔에 드나드는 것이 내 양심상, 직업 양심상 꺼려지기도 해.


교사는 사람 아닌가, 여자가 아닌가?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서로 사랑하는데 자기가 남 의식하고 불편해하면 난 조금 서운해.


조금 기다려 봐. 나도 자기를 만나지만 뭐가 뭔지 모르겠어. 만나면서도 행복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편하지가 않아. 자긴 너무 욕정에 사로잡힌 거 아니야?


욕정에 사로잡힌 게 아니라 봉 주리라는 인간에게, 여자에게 빠진 거야. 물론 나도 육체적 열망이 강한 남자긴 해.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주리라는 여자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거지. 알아? 이 바보야. 나 들어갈게. 내일 점심때 전화할게. 운전 조심하고 잘 들어 가.


S가 웃음기를 싹 빼고 말한 뒤에 짓궂은 표정으로 주리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이 귀여운 남자가 연상의 봉 주리를 애 다루듯이 주무른다. 봉 주리는 그런 것이 싫지 않았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벅찬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이 남자를 그냥 잡아 버릴까? 그냥 모른 체하고 나를 맡겨 버릴까?


들뜬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서는데 아버지의 눈빛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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