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길벗들과 장한평에서 점심을 먹고 송정제방길로 가려고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골목마다 삼삼오오 또는 혼자, 지나는 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를 피워대고 있었다. 초미세먼지 발동 때만 쓰던 마스크를 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피해 가지만 저러고 길을 막고 서있는 사람들이 불쾌하다.
혹자는 담배도 기호식품이니 흡연 가지고 가타부타하지 말라고 한다. 남에게 불쾌감을 주고, 피는 사람이나 옆에 있는 사람이나 몸에 해롭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 고개 꼿꼿이 들고 참견하지 말라고 할 때는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쿨럭거리면서도 흡입하는 걸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지금 살아계시면 100살이 넘었을 아버지는 흡연을 60년 동안 하시다가 86살에 돌아가셨다. 지금처럼 흡연의 해로움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전이라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 앉혀놓고 담배연기로 퐁퐁 구름과자를 만들어 주면 우리들은 멋모르고 좋아서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쳤다. 집에는 재떨이에 늘 담뱃재와 꽁초가 있었다. 심지어 할리우드 배우처럼 파이프 담배도 피워대셨다. 용어도 생소한 파이프는 짧은 담뱃대를 말한다. 곰방대라는 말도 있다. 그만하면 오래 사셨다고 하겠지만 흡연을 하지 않았다면 100살은 충분히 넘기셨을 것이다. 85살에 기침이 심해서 진료를 받았는데 연로해서 정밀검사는 생략했지만 폐암이라고 짐작하는 것 같았다. 담배의 폐해를 성토하다 보니 말이 많아졌다.
얼마 전부터 걷는 길 공지 아래 이런 문구를 붙여 놓았다.
흡연자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주로 평지를 걷는 내 길에 오는 길벗들은 거의 여자들인데 종종 하산했거나 은퇴한 남자들이 오는 때가 있다. 대부분 말없이 맨 뒤에서 뒤따라오기도 하지만 길잡이 옆에서 말을 붙이려고 바짝 따라붙는 사람도 있다. 여자의 수다도 심하면 피곤하지만 남자의 수다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더 빠르게 걸으면 할 수 없이 물러나 다른 길벗을 잡고 수다 삼매경이다. 그도 그중의 한 명에 속했다. 오기만 하면 옆에 와서 툭툭 치며 아재개그보다 못한 실없는 소리를 해대곤 해서 호응하기도 싫은 사람이다. 은퇴할 나이에도 일한다고 자부심 뿜뿜 내세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담배 냄새도 폴폴 나기에 가까이하기 싫었다. 더구나 걷다가 잠깐 쉴 때는 ‘나쁜 짓 하러 가요’ 하면서 저쪽으로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나타난다. 담배 피우러 간다는 것이다. 나쁜 짓인 줄 알면서 당당하다.
저 문구의 유발자는 바로 그였다. 그날따라 30분 먼저 도착해서 전철 개찰구 앞 의자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데 누가 등짝스매싱을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큰 소리 나게 내리꽂는 것이다. 찰싹도 아니고 탕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내리쳤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바로 ‘나쁜 짓’ 많이 하는 그 남자였다.
아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멋지긴개뿔님과 제가 이런 사이 아닙니다. 그것도 이렇게 세게 칠 수가 있어요? 아주 불쾌합니다!
세게 치지 않았는데......
격하게 화를 내는 내게 사과도 없이 세게 치지 않았다고 말꼬리만 흐린다. 평소에 먹은 앙심이 아니라면 그렇게 세게 칠 수가 없는 일이다. 화를 못 이겨 화장실로 피해 버렸다.
그날로 다음 공지를 올리면서 신청 양식 아래 흡연자는 참가할 수 없다고 내 멋대로 붙여버렸다. 걸을 때는 흡연을 삼가 달라는 정식 규정이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흡연자는 오지 말라고 못을 박아버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등짝스매싱이 촉발한, 흡연자 참가 금지에 은근히 박수를 보내는 길벗들과 같이 오래 걸으려면 ‘나쁜 짓’하는 사람과는 함께 걸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