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기 공지를 하면서도 월 정기 도보여행은 가지 않는다. 한 달에 한번 운영진이나 길잡이가 계획하는 버스 도보여행은 이른 아침 7시나 7시 30분에 출발하기에 잠을 설치기도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길잡이로서 드문드문 참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년 전부터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된 계기가 있다.
정기 도보여행 공지가 뜨면 참가하지 않는 길잡이들은 다른 길을 공지하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카페 운영규정에는 당일 12시 이후에 번개 공지는 가능하다고 쓰여있다. 급하게 올린 번개 걷기는 많은 사람이 참가하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규정을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보건대 그날만큼은 다른 길 걷지 말고 월례 행사이니 적극 참여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도 매번 44인승 버스 한 대를 다 채우지 못하고 간다.
버스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나처럼 일찍 서두르기 싫은 사람, 버스 타고 멀리 가서 고작 두어 시간 걷고 오는 것 꺼리는 사람, 오래 앉아가면 허리 아픈 사람, 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 안 가는 사람, 여러 사람이 모여 우르르 다니는 것 싫어하는 사람 등등.
그때 나는 규정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나름대로 판단해서 월드컵경기장 근처 걷기 공지를 올렸다. 이미 44인승 한 대의 버스로 참가 인원이 확정되어 마감했으니 그 이후에 다른 길을 공지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빠진 사람들 중에서 내가 공지를 하면 일곱 명 정도는 참가하기로 했다. 먼저 네 사람이 댓글로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운영진 중 한 사람이 정기 도보여행에는 공지 글을 올릴 수 없으니 내리라는 것이다.
이미 참가인원이 확정이 되어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전혀 영향이 없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2만 명이 넘는 회원 중에서 번갈아 나오는 사람들은 300여 명이 채 안 될 것이다. 그중에서 그날 버스여행에 참가하는 44명 외에는 공식적으로 걷지 말라는 것인가? 물론 개인적으로 걸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4명이 참가 댓글을 달았고 나머지 3명도 계속 달 예정이었다. 벌써 수백 명이 읽고 네 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글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글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물어보니 이 걷기 카페의 창립회원 중 한 명이라는 시스템지기가 카페 규정에 맞지 않아 다른 데로 이동시켰다고 한다. 어디로 이동을? 내 글을 찾으니 아무 데도 없었다. 아마 쓰레기 같은 글이라 판단하고 ‘청소’라는 곳에다 처넣어버렸나 보다. 운영자만 보는 구역이니 우리에게는 삭제나 마찬가지다. 그게 삭제지 이동이냐고 항변하며 그런 불합리한 규정이 어디 있냐고, 나머지는 아무 데도 가지 말든지 아니면 다른 걷기 카페 기웃거리라는 말이냐는 취지로 반박 글을 올렸다. 잠시 후에 그 시스템지기가 불가하다는 의미의 장문을 멍멍, 왈가왈부, 불라불라...... 올렸다.
모두 잡소리, 개소리고 이제는 남아 있지 않은 글이라 전편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들이 고심해서 만든 규정이니 토 달지 말고 무조건 지키라는 내용이었고 거기에 저항하는 글로 여론 조성을 하지 말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졸지에 여론조성자가 되었고 더 이상 반박하다가는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아 ‘긴 글(알맹이도 없는) 감사합니다.(잡소리 이제 끝내시지)’라고 마무리했다.
시스템지기 말대로 여론 조성이 무서운지 갑론을박하는 글들, 카페에 부정적인 글들은 모조리 삭제하는 인습이 있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걸으며 건강을 관리하자는 걷기 카페 개설 취지가 무색하게 무슨 규정, 규제가 그리 많은가? 이런 와중에도 카페 발전을 위해 좋은 생각 있으면 정식으로 의견 제시를 하라고 한다. 15년 전에 만들어진 규정을 가지고 왈가왈부해도 정식으로 의견 제시 하기 전에는 듣지 않겠단다. 정식 안 좋아해서 길잡이 역할만 매일 한식백반으로 하려고 한다. 정식 먹겠다고 하면 재료가 소진됐으니 다음에 오라고 할지 모른다.
버스가 떠난 후 끝까지 의리를 지킨 일곱 벗과 함께 월드컵공원 근처에 모여 점심을 먹고 하늘 공원에 올랐다. 흔들리는 억새 속에서 나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이 날을 기억하고자 게시판 ‘우리들의 이야기’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글 한 편을 올렸다.
억세게 운수 좋은 날 억새의 추억
11월 10일에는 하늘공원으로
억새를 보러 갔다.
같이 걷자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은
일곱 벗과 함께.
억세게 운수 좋은 날을 잊기에는
가을 풍경이 참 좋다.
억새의 꽃말은
친절, 세력, 활력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