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후에 걷기 동호회에 가입한 지 8년이 되었다. 간간히 쉬긴 했지만 수영을 20년 동안 했던 것 빼면 가장 오래 하고 있는 운동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운동 기구 몇 개를 구비한 체력단련실이라는 곳이 있어 틈틈이 운동을 했다. 점심을 일찍 먹고 체력단련실에 가면 아무도 없어서 독차지가 되었다. 퇴직을 한 후에는 헬스센터를 다니기도 했지만 실내에서 먼지를 들이켜는 것이 싫어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편한 운동화와 편한 옷만 준비하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걷기를 한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 가장 뚜렷한 변화는 체중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몸무게 숫자 7로 시작하던 것이 6으로, 5로 내려갔다.
30대 말까지 51kg을 유지하다가 40대 이후부터 살이 붙기 시작했다.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데 날씬하면 사람도 아니라는 방만한 생각이 몸무게를 불렸다. 살이 찌니 거울에 비친 울퉁불퉁한 몸을 보는 것도 괴로웠지만 옷 입을 때 거북하고 소화도 안 되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무지근하고 등등 여러 가지로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말로만 빼야지 하면서도 실천을 못하고 있었는데 처음 살이 빠지게 된 계기는 걷기가 아니라 피치 못할 간헐적 단식 때문이었다. 예전에 한 달간 부업을 하면서 11시에 아침 겸 점심, 4시에 저녁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 매일 19시간 공복을 유지한 셈이다.
불가피한 간헐식을 한 달쯤 했는데 3kg이나 빠진 것을 보고 요거다! 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체지방 감소, 혈당 안정 및 식욕 조절, 피로감 감소, 면역기능 향상 등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요즘은 간헐식은 하지 않고 매일 걸으며 아침에 견과류 섞은 요구르트와 삶은 달걀을 곁들인 과일채소 샐러드, 점심에 길벗들과 매식, 저녁은 점심을 많이 먹어 거르거나 간식 정도로 6시 전에 먹는다.
1년 반 만에 16kg을 빼니 사람들이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 간헐식을 하고 수시로 걸으면 된다고 하니 불가하다고 고개를 젓는다. 웬만한 연예인들도 다하고 있다고 하니 연예인도 아닌데 그냥저냥 산다고 한다. 이렇게 몸이 가벼워졌는데 작심삼일이라도 실천을 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점점 살이 빠지는 재미에 주말에만 걷던 것을 주에 서너 번씩 나가서 걸었다. 혼자는 잘 나가지 않아 동호회에서 길벗들과 걸었다. 처음에는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도 올랐지만 점점 내려와 이제는 남산, 아차산, 매봉산, 응봉산 등 낮은 산 위주로 걷는다. 오를 때는 괜찮지만 내려올 때 무릎에 체중이 실려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높은 산에 오르는 쾌감도 좋지만 낮은 산과 평지 위주로 약간 경사진 곳을 걷는 일도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이다.
남을 따라 걸을 때는 주에 서너 번이던 것이 길잡이를 하면서부터는 매일 걷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노래 가사처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아니라 걷는 생각뿐이다. 송년회에서 최다 길잡이상을 받으니 사회자가 그 비결이 뭐냐고 물었을 때 인간관계를 거의 끊으면 된다고 답했다.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별로 없다. 꼭 가야 할 만한 곳도 없고 내가 빠지면 안 될 곳도 없다. 어쩌다 쉬는 날은 참가 댓글이 안 달릴 때다. 혼자 걷지는 않기에 집에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쓴다. 엉덩이가 배겨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며 틈틈이 간식을 찾으니 역시 나가서 걷는 게 최고다.
이제는 운동이 아니라 생활이 돼버린 걷기라 내일도 걸을 예정이다. 길벗들과 광화문에서 통영굴밥 먹고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사진 찍고, 이어서 삼청동 걷고, 삼고에 쓰리고는 없기를 바라며 내일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