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름 속을 날고 있습니다.
아래로 보이던 산과 강이 구름에 가려 아슴프레 멀어져 갑니다.
언제 이 구름을 벗어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까요?
지나간 날 구름 속을 나는 것처럼 혼란스러웠습니다.
길을 찾으면 찾을수록 잿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해 여름은 무척 더웠습니다. 하늘이 타고 아스팔트가 녹고 거리가 타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흐물거리며 녹아내립니다.
여자는 아스팔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의 거친 구둣발에 차여 만신창이가 되고
타는 태양 아래 그저 녹아내리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가정이 있습니다. 아내, 엄마, 가정주부......
잘 나가는 남편에 귀여운 아이. 퍽이나 행복해 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행복해 보인다고 만족해야 합니까?
남 보기에 좋다고 행복한 척할까요?
유부녀라고 마음을 닫아야 할까요?
엄마라고 늘 정숙해야 할까요?
바쁘게 일했습니다. 아니, 바쁜 척했습니다.
나를 잊고자 했습니다. 아니, 나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정중한 말투, 세심한 배려.
여자가 뭘 원하는지 잘 아는 그 남자를 만났습니다.
호감 가는 용모, 세련된 태도, 듣기 좋은 목소리......
허허로운 마음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아내가, 가정주부가, 아이 엄마가...... 뭐라 해도 괜찮습니다.
내 곁에 그 남자가 있으니까요.
마음 울적해도 이제 혼자 삭이지 않습니다.
그 남자가 있으니까요.
친구에서 연인이 됐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원하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마음 열어 다 보여줬습니다. 가진 것 모두 보여줬습니다.
그의 천사, 그의 공주, 그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교양 있고 양심 있는 여자입니다.
그 아내, 내 남편 생각에 편치 않습니다.
이래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고 말합니다.
그 아내가 알았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는 친구인데,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몇 번 만난 것뿐인데.
그 아내가 알았습니다. 메일이 왔습니다.
서로 사랑한 줄 어떻게 알고, 남자가 사랑한 줄 어떻게 알고.
아내가 아는데 이제 공주처럼 남자 앞에서 웃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울 수도 없습니다. 비련의 여주인공 싫어합니다.
그 남자는 여전히 웃으며 나 보고도 공주처럼 웃으라고 합니다.
고뇌도 달콤하게, 괴로움도 기쁘게.
저 멀리 구름 위에는 파란 하늘이 있습니다.
하늘의 시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 아래는 구름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