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만드는 희희 Oct 07. 2020

긴 편지를 쓰듯 책을 만듭니다.

[편집자 릴레이 인터뷰]


몇 번쯤 인터뷰이로서 답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를 향하는 질문은 큰 힘이 있다는 걸 깨닫는 경험들이었어요. 나도 모르던 마음을 발견하고, 꺼내어 들여다볼 수 있더라고요. 그 후론 '인터뷰'라는 형식의 매력에 빠져 제안을 거부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목받는 시리즈 '먼슬리 에세이'를 만들고 있는 '드렁큰 에디터'님이 DM을 주셨어요. 편집자 릴레이 인터뷰 제안이었습니다. 드렁큰 에디터님의 활동을 보며 자기만의 방 론칭 초기 때를 자주 떠올렸기에 특별히 더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앞으로 드렁큰 에디터 네이버포스트 인스타그램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아래는 서면 인터뷰 전문입니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드렁큰 에디터는 늘 궁금했어요.
 
다른 편집자들은 어떻게 일할까? 어떻게 기획하고, 어떻게 책을 만들고, 어떻게 또 슬럼프를 극복할까?
 
신간이 나오는 걸 보면 남들이 만든 책은 어쩜 이렇게 다 번듯하고 또 신선한지. 왜들 이렇게 열심히들(!!!) 하는지. 편집자는 일 잘하는 다른 편집자를 보며 가장 큰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합니다. 베스트 편집자 릴레이 인터뷰. 많은 편집자들이 갖고 있을 질문을 드렁큰 에디터가 대신 던져볼게요.
 

첫 번째 인터뷰이는 휴머니스트에서 '자기만의 방' 시리즈를 꾸리고 있는 편집자 희 님!
 
제가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방향키로 삼았던 것이 바로 자방 시리즈였거든요. 기획 자체만으로도 놀라운데, 실제 결과물을 이렇게 팬시하게 만들어냈다는 게 너무너무 대단했죠! 독자로서는 개취에 딱 맞는 책, 편집자로서는 스터디를 하는 책이었어요. 이런 시도와 기획이 가능하다는 증거였고, 자방 시리즈가(+아무튼 시리즈가) 없었다면 저도 먼슬리 에세이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거예요.
 
 오랫동안 먼발치서 지켜보던 덕후의 마음으로 희 편집자 님께 인터뷰 제안을 드렸고, (까일 수도 있겠다 마음먹었으나) 너무나 흔쾌히 응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요! (성덕이 되었다...)



[베스트 편집자 릴레이 인터뷰]

희(휴머니스트 자기만의 방)


 

1. 그동안 만든 책 중에 대표적인 걸 꼽자면?

한 권 한 권 소중하고 대표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어!!! ‘자기만의 방’ 브랜드 자체를 꼽을게요. 저희 브랜드는 페르소나 ‘김시영’ 씨의 삶과 일상에 필요한 모든 책을 만들어요. 때문에 브랜드 자체가 거대한 한 권의 책이자, 시영 씨에게 보내는 긴 편지이기도 하답니다.


2. 편집자로서 내가 가진 강점은?
 잘 까먹고 잘 자는 것(스트레스를 덜 받는 듯), 자주 두근거리는 것(동기부여가 쉬움), 언제든 여기를 뜰 수 있다 생각하는 것(때문에 용감한 편). 덕분에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3. 기획, 편집 과정에서 제일 재밌는 프로세스는?
 책의 흐름을 설계하는 걸 가장 좋아해요.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 어떤 경험을 하면 좋을지 의도를 담아 설계합니다. 마치 시나리오를 쓰듯요. 컨텐츠의 순서, 작은 장치들, 판면 구성 요소나 편집 구성 등을 활용합니다. (더 나아가 사은품도요.) 시나리오 속 인물을 떠올리는 고객 프로파일링 과정도 재밌어요!


4. 기획한 책이 생각보다 판매가 저조할 땐, 다음 책 만들 동력을 어떻게 얻는지?
 음... 책 판매에 모든 동력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되게 어렵지만요ㅎㅎ) 그래서 최종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들을 많이 만들기 시작했고요. 사은품 포장지를 종이로 바꾸자! 혹은 이 책의 목표는 이 작가님과 책을 만들어보는 거다! 같은. 그리고, 시리즈의 매력은 쌓일수록 힘이 된다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한 권의 목표보다는 시리즈를 보려고 하고요. (그러면서도 오늘 출고 부수를 계속 확인하는 저입니다. 시무룩)


5. 꼭 다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저자는 어떤 유형?
 ‘다음’이 궁금한 저자요. 이 사람의 다음은 어떨까, 이 사람의 예순 살은 어떨까 궁금한 분들은 계속 다음 작업을 하고 싶어져요. 또, 입으로만 말하는 ‘함께’가 아니라, 정말 ‘함께’가 느껴지는 저자요. 책뿐만 아니라, 어떤 작업이든 마찬가지겠지요.


6. 어떻게 기획했는지 궁금한 책이 있다면?
 최근 가장 깜짝 놀란 기획은 역시 <스무 해의 폴짝>이었어요. 마음산책 플렉스랄까요. 기획의 발상부터 궁금합니다. 그리고 드렁큰 에디터님도 궁금해요. 책 만들며 낮술(밤술도) 마시며 인스타도 하고, 저자 미팅도 하고 교정도 보고 언제 쉬시는지...! 그 외의 시간엔 무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7. 내가 본 편집자 중에 제일 일잘러는 누구? 어떤 면에서 그런지?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배웠고, 여전히 배우고 있는 30년 차 편집자 우리 팀 주간님요. 아이디어, 실무능력, 통찰력, 태도, 디자인 능력, (오묘한) 유머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열린 생각’까지 모두 배우고 싶은 분입니다. 왜, 연차가 많아질수록 과거의 화양연화 속에만 있기 쉽잖아요. 그런 분들 많이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주간님은 늘 현재에 있으세요. 현재를 보고, 미래를 보는 30년 차 편집자. 멋있어요.


8. 일에서 최종 목표는?
 (곰곰 생각...) 최종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작은 목표들을 자꾸 만들며 일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이 삶에서 최종 목표, 혹은 꼭 하고 싶은 것들은 몇 년 사이 더 자주+많이 생각합니다. 출판사 이름과 ‘책 만드는’이 수식하지 않는 저 자신에 대해서도요. 일에서 굳-이 찾자면, 브랜드 론칭 때부터 꿈꾸던 ‘자기만의 방’ 시리즈를 100권까지 내는 것입니다. 현재는 29권까지 만들었어요. 벌써 30%나 왔네요.


9. 다음 릴레이 인터뷰는 누구?
 유유출판사 전은재 편집자님요! 고요한 고수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엄청 웃깁니다(?). 일로 메일을 주고받을 때가 있는데요. 피드백 달인이기도 하십니다. 신선한 당근과 다정한 채찍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요. 은재님이 궁금합니다!



메인 그림 : 박종우 작가님

고영 캐릭터 그림 : 홍화정 작가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