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 (6)

21화

by 빈자루

*


"사랑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며, 그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사랑은 결핍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불멸할 수 없기에, 불멸을 남기려 한다."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불멸을 향한 열망이다."


— 플라톤, 향연(symposium)





*


문이 열리자 안에는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 공간의 한가운데, 놀랍게도 나의 거실과 주방, 소파와 냉장고를 그대로 옮겨놓은 세트가 있었다. 그 옆엔, 크래시 앤 레코딩의 사무기기와 의자들이, 그 옆엔 스핀들 바에서 의뢰인을 기다리던 때의 시간과 공간이 옮겨져 있었다. be happy. 노란색 스마일 표시가 새겨진 머그잔에서 라이트 로스트 아메리카노의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Doors가 노래했다. People Are Strange.


"이 공간은 뭐죠?"


귀가 물었다.


"음... 꼭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이건 내가 잊은 것들로 만들어진 극장이라고 하면 되겠군."


귀가 나를 올려다봤다.


"잊은 것들?"


"그래. 버리진 않았는데, 어디에 뒀는지 모르게 된 것들.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나를 따라다니는 것들."


이어 내가 말을 더했다.


"혹은...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들이지."


먼 공간에서 기차가 다가왔다.


녹슨 철로가 놓인 기차역의 플랫폼에 앉아 선로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나와 제이가 보였다. 플랫폼 벽에 붙여진 광고지가 바람에 바스락거렸다. 나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저건... 당신인가요?"


귀가 물었다.


"응. 아주 오래된, 내가 기억하려고 하지 않던 나야. 어쩌면 내가 되지 못한 나일지도 몰라."


"저게 제이겠군요."


"응. 맞아. 그녀가 제이야. 아님, 제이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렇군요."


귀가 말했다. 돌고래가 옆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이제 어쩌죠? 이곳까지 왔는데,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은 보이지 않아요."


"일단."


Taliking Heads의 Psycho Killer로 LP판의 노래가 바뀌었다.


"앉아서 좀 생각해 보자구."


나는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차가운 기네스를 한병 꺼내 소파에 몸을 묻었다. 낙타의 엉덩이처럼 소파가 나를 끄집어 당겼다. 또 다른 돌고래가 끽끽끽 거리며 자기의 알통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옆에선 또 다른 귀가 돌고래의 지느러미를 쓰다듬고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요."


귀가 말하며 내 옆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는 함께 낙타의 엉덩이 속으로 빨려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NDowubXb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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