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요일의 평범한 아침

1화

by 빈자루

나는 기린이다. 그리고 중간 나라에 산다. 내가 기린인 것은 내가 정말 기린이기 때문이 아니고 내가 기린이라고 불리기 때문인데, 내가 기린을 닮은 것도, 기린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DP는 나를 기린이라고 불렀다. 아마 나를 부를 때 DP의 머릿속에 우연히 기린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린이 되었다.

이곳은 중간 나라이다. 내가 기린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이 중간 나라인 것에도 이유가 없는데, 다만 남쪽과 북쪽의 땅 가운데에 이곳이 위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북쪽 주민들 입장에선 이곳이 남쪽이 될 것이고, 남쪽 주민들 입장에선 여기가 북쪽으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이곳을 중간 나라라 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 판단에 의해서다.

오늘은 평범한 일요일. 평범한 휴일의 평범한 아침이다. 옆자리엔 DP가 잠들어있다. 그리고 라디오에선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런 날에는 꼭 DP가 늦잠을 즐기거나, 혹은 이른 시간에 내가 깨어있다.

나는 지금 세 개비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질리지 않는다. 빨간 불이 하얀 종이 위에 붙더니 부드러운 종이가 기체로 바뀌어 간다. 기체는 은밀한 춤을 추며 부유했고 나는 움직이는 그것을 멍하니 올려보았다. 손을 뻗으려다 멈추었다. 얇고 가는 연기가,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맴을 돌다 사라졌다. 나는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봐. DP.”

DP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내가 말했다. DP는 내 가슴에 안겨 있다. 꿈도 꾸지 않는 듯하다. 작은 떨림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하얀 이불을 올려 그녀의 어깨를 가려주었다. 옅은 청색의 슬립 끈이 어깨 아래로 살짝 내려가 있었다.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배를 비벼 껐다. 검은 재가 종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커튼 사이로 햇볕이 들이치며 얼마 남지 않은 연기를 적나라하게 비추었다.

DP가 몸을 돌렸다. 그녀를 흔들자 DP가 일어날 자세를 취했다. 얼굴을 베개에 묻고 이불을 끌어올리더니 반쯤 뜬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일어났다.

라디오에서 비틀즈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oh-, g-i—rr—rr—l.

커피를 내리며 후렴을 따라 불렀다. 검은 방울이 조로록 머그잔 속으로 떨어졌다. 짙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나는 뜨거운 커피잔을 DP에게 건넸다. DP가 조심스럽게 하얀 컵을 깨물었다. 나는 노래를 들으며 그런 DP를 바라봤다. 그런데, 뭐가 문제지?

“기린. 아직 담배를 찾고 싶은 거야?”

DP가 말했다. 그녀의 슬립에 빛이 반사돼 얼룩거렸다. 그녀의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DP라고 새겨진 파란색 이니셜이 눈에 들어왔다. DP가 나를 보며 떨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올려 묶었다. 나도 DP의 눈을 본다. 슬픈 눈이다.

나는 담배를 찾고 있다. 그것은 꺼지지 않는 담배이다. 아무도 그것을 본 사람은 없다.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도 없으며,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라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대상이다.

최근 남쪽 나라의 로아이라는 마을에서 그것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정말일까. 하지만 난 떠나지 못했다. 그것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 머릿속에서 점점 커져갔다.

“아직도 담배를 믿어?”

DP가 물었다.

아니. 난 그냥, 어쩌면 그것이 밝혀지지 않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되었든 그것은 나에게 유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지,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것을 믿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떠날 수 없었다.

내가 예상하기로 그 담배는 불에 타지 않는 것일 확률이 아주 높다. 일반적인 담배는 종이와 담뱃잎을 태워 그것을 기체로 만드는데, 무엇이 영원히 타기 위해서는 물질이 무한히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될 미래의 시간을 고려할 때 언제가 되어도 꺼지지 않도록 무한정 연료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것은 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탄다고 하면, 연소로 인해 변화된 물질이 재연소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상태가 변한 물질을 어떻게 다시 모을지와, 그 연료의 성질 자체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내가 알기로 그러한 연료는 지구상에서 아직 발견된 적이 없다.

내가 심각해져 떠들면 DP는 내 말을 가만히 들었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나의 물음엔,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이 DP의 입장이었다. 그럼 너는 그 담배가 있다고 믿느냐, 없다고 믿느냐고 내가 물으면, 그것 역시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를 믿고 그것을 찾으러 함께 떠나자고 말하면 그녀는 중간 나라를 떠날 수 없다고만 말했다. 나는 그녀와 꺼지지 않는 담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DP는 내가 그 담배를 믿고 있어 내가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담배를 찾기 위해선 그녀를 떠나야 했고,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선 담배를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담배가 있다고 믿는 나를 좋아했고, 그녀와 머물수록 나는 담배와는 멀어져, 결국 그녀에게 내가 평범히 여겨질까봐 두려워했다.

“이 바보. 자!”

DP가 반으로 접힌 지도를 내밀었다. 귀퉁이가 고운 천으로 쌓여있었다.

“꼭 찾아서 돌아와!”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떠났다. 나는 DP를 떠나 로아이를 향했다. 아님, DP가 나를 떠나 중간 나라에 머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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