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by 빈자루

사실, 무언가가 된다는 건 지독하게 외롭고 의미 없는 일이다. 내가 유일하게 원하는 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단지 누군가를 끝없이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와 약속 따윈 미리 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걸 정하게 되면, 그것 역시 매우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 돼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단지 넓은 들이나 공항 같은 데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거다.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아무 데나 죽치고 앉아있다가 누군가를 정말 우연하게 마주치는 거다.

그러면 우리는 아무 예고 없이 서로를 만났다는 사실에 들떠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니는 거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거다. 그때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즐거웠으며,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와 앞으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말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시간이 되면 우리는 아무런 아쉬운 마음 없이 서로에게 안녕을 얘기하는 거다. 다시 또 만나자, 따위의 불필요한 인사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지금 홍두는 어디에 있지?


빗물을 머금은 아스팔트 위에는 붉은색과 초록색의 네온사인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거리엔 태극기와 촛불을 짊어진 사람들이 서로 바쁘게 자기들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비를 피하기 위해 건물에 몸을 바싹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물을 먹은 하얀 페인트 조각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 깨진 조각을 집어 들었지만, 그것은 곧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바수어져 밑으로 떨어졌다.

"어이, 어이."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어이, 어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나를 부르는 건가. 나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어어이. 어어이."

그가 나를 향해 더욱 거세게 손짓을 했다.

그가 말했다.

"절루 가요. 왜 자꾸 일루 와."

나는 담배를 쥔 손을 아래로 떨궜다.

"절루 가서 피우라고. 왜 여기서 피워."

그가 저리로 가라며 계속 손을 밖으로 저었다. 그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는 커다란 나무가 비를 맞고 서 있었다. 빈 가지 아래에는 마른 잎이 한데 엉겨 비에 젖고 있었다.

"절루 가라니깐."

그가 계속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긴 비가 오잖아요."

그는 귀찮다는 듯이 계속 손을 저었다.

내가 말했다.

"비가 오면 새들은 어디로 가죠?"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비를 맞는 나무를 한참 보다가, 그가 사라진 후, 무표정한 사람들의 뒤를 이어, 검은 무리의 행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이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물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