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_ 벨 마음 없이 베는 것

by 빈자루

나는 소소의 손에 붙잡혀 조그마한 찻잔과 인형들이 늘어진 방으로 끌려갔다. 이제 남은 기간은 단 엿새. 커다란 손에서 쥐고 있던 작은 그릇들이 자꾸만 아래로 미끄러 떨어졌다.

조평 형님...

이럴 때 조평 형님만 계셨더라도...

플라스틱 햄버거를 먹으라는 소소 앞에서 그렇게 나는 속절없이 조평 형님만을 그리게 되는 것이었다.






*

장수에게 처음 칼 쥐는 법을 가르쳐 준 이는 조평이었다. 무림촌 제2검 조평. 힘과 기세에 있어서는 양명이지만 날카로움과 선은 조평이 위라는 평이 다수였다. 그의 웃음은 그가 쓰는 칼처럼 조용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을 벨 수 있는 것이었다.

"너 또 왔느냐."

어느 날 명월의 집 밖을 서성대는 장수를 조평이 불러 세웠다. 장수가 뒤를 돌자 조평이 싱긋 웃고 있었다.

"아니요. 그냥 나무하러 가던 길이어요."

장수가 대답하고 시무룩히 기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리 와 보거라."

조평이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장수가 공손히 그의 앞에 가 섰다.

"이틀에 한번 꼴로 네가 보이더구나. 칼을 배우고 싶은 게냐?"

조평의 손에 들린 칼에서 푸른빛이 났다. 겁을 집어 먹고 장수가 대답했다.

"싫어요. 싫구만요."

"왜 싫은 것이냐?"

"칼은 남을 죽일 때 쓰는 거잖아요. 저는 남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푸른 금속성을 띤 물건이 조평의 손끝에서 빛났다. 무심히 날을 들어보며 조평이 말했다.

"그렇지. 칼은 생명을 빼앗지."

들었던 칼을 조평이 허공에 흩뿌렸다.

"허나 바르게 쓴다면 생명을 지킬 수 있을 터."

바람이 일었다. 장수의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조평이 말을 이었다.

"이것은 역날검이다. 이것으론 사람을 해하지 않아."

"역날검이어도 사람을 해하는 것은 다르지 않구만요."

조평이 잠시 생각하더니 칼을 칼집에 꽂았다.

"그래 네 말에도 일리가 있구나. 그럼 그 지겟대를 가지고 와 보겠니."

조평이 장수가 짚고 다니는 세 자 반 정도 길이의 지겟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수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번엔 순순히 조평의 말을 따랐다.

"방금 쥐었듯 그 막대기를 올려 보겠느냐?"

장수가 척. 지겟대를 그의 손 위에 올렸다.

"폼이 아주 좋구나. 이제 하늘을 찌르듯 위로 올렸다가 내려 보거라."

부웅. 긴 소리를 내며 칼이 앞으로 뻗었다.

싱긋. 조평이 웃었다.

"폼이 좋구나. 매일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느냐?"

"예 그렇구만요. 길 때는 하루에 여덟 시간도 하고 짧게는 다섯 시간도 하는구만요."

"그렇게 매일 나무를 팬단 말이지?"

"예 그렇구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요."

"손을 내밀어 보겠느냐?"

장수가 쑥스러운 듯 그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조평이 장수의 손바닥 구석구석을 살폈다.

"좋은 손을 지녔구나. 근육과 마디 사이의 간격이 알맞아. 굳은살의 위치도 잘 잡혀있고."

"그게 무슨 말인가요?"

"네 손이 검을 잡기에 좋은 손이란 뜻이지. 도끼질을 할 때도 힘을 엉뚱하게 쓰지 않고 잘 옹그린다는 뜻이란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제가 남보다 나뭇짐을 서너 배는 더 하는걸요."

장수가 신이 나서 말했다.

"정식으로 검을 배워보지 않겠느냐?"

조평이 물었다.

"예? 검이요?"

"그렇다. 검"

명월의 집을 오가며 어른들이 칼질하는 것을 여럿 보긴 했지만 자신이 칼 배우는 것을 염두에 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아까두 말씀드렸듯 저는 남을 해하고 싶지 않은걸요."

"좋다. 그렇다면 그 막대기라도 좋아. 여기 와서 배우는 것이 어렵다면 나무를 하다 십 분씩이라도 그 막대기를 허공에 그어 보는 거다. 네가 방금 했던 것처럼."

"제가 아까 어떻게 했는데요?"

"벨 마음 없이 베었지."

"그게 무슨 소린가요. 아무튼 허공에 막대기 질 하는 것은 자신이 있습니다. 매일 하는 것이 그것인데 그런 건 일도 아니지요."

"좋다. 그럼 이 시간대에 이곳에서 다시 보자꾸나."

"예."

장수가 지게를 지고 길을 나섰다. 마을 어귀쯤을 지날 때 뒤에서 칼을 내리는 조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먼 곳에서도 그의 칼이 베이지 않는 것을 베는 것이 느껴졌다.

싱긋.

아까 보았던 조평의 웃음이 떠올랐다.

그날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시시때때로 낮에 보았던 조평의 웃음을 떠올리며, 칼을 위에서 아래로, 칼을 위에서 아래로,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는 것이었다.





https://youtu.be/ErZuTujifCc


장수가 조평에게 칼 쥐는 법을 배우는 장면입니다. 칼 쥐는 법을 배우는 장면은 자세하게 묘사하고 싶어서 여러 회차를 소요할 예정입니다. 검도에서도 실제 칼 쥐는 방법은 정말로 중요해요. 해도해도 계속해서 재미있고 해도해도 계속해서 고칠 부분이 있어요. 검도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는 검도를 정말 좋아해요. ㅋ

검도 최고입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서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keyword
이전 11화9화 _ 비급의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