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_비밀(秘密)

by 빈자루

붉은 얼굴이 일어섰다.

"우선."

그가 말했다.

"이곳부터 벗어나지."

그가 망가진 복사기와 우리를 두고 튀었다.

"주과장님. 주과장님."

빠르게 뛰어가는 그의 뒤를 내가 내처 달렸다.

"내 도시락 어떡 할 거냐구요."

뒤에서. 나주임이. 악다구니 따라붙었다.

주과장은 돌아보지 않았다. 아귀에서. 늑태도가 징징 울고 있었다.






"아씨 무거워."

주과장은 걸음이 빨랐다.

"내 도시락."

나주임은 허기에 미쳐있었다.

"이쯤에서 하기로 하지."

다섯 정거장이나 대륭에서 떨어진 후에야 주과장이 걸음을 멈췄다. 흩어지는 비둘기 떼 너머로 아이 서넛이 분수대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주과장이 벤치에 엉덩이를 걸쳤다.

"내 도시락..."

나주임이 헐떡이며 허리를 숙였다.

주과장이 말했다.

"대륭은 잘라내길 시작하고 있어. 너희 후진사업부 3팀을 이용해 그동안 무림맹과 사도연합에 돈을 빼돌렸지. 곧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희 3팀에 횡령죄를 뒤집어 씌울 요량이란 말이다. 너는 그걸 모르는가? 이장수."

주과장이 말을 이었다.

"나는 그간 대륭의 개가 되어 일했어. 하지만 돌아오는 건 더 많은 일과 야근 뿐이더군. 회장의 눈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는 이곳으로 내쳐졌어. 너는 이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의지가 없나 이장수?"

"매트릭스요? 그게 뭔데요. 새로 나온 대륭 침대인가요?"

나주임이 물었다.

"벗어난다면... 그 뒤엔 무엇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정파와 사파 이전의 무림이지. 네가 오온의 밑에서 칼을 배우던."

공원의 소음이 소거되었다. 분수대에서 놀던 아이들의 웃음이 멈췄다. 비둘기의 날개짓이 사라졌다.

"회장이 너를 노리고 있다. 오온의 비급이 완성되기 전 그들이 너에게서 그것을 앗아 갈 꺼야. 너는 스승의 절학을 넘겨주게 될 테지."

스승님.

그것만은 반드시 막아야했다.

"그리고."

주과장이 이어 말했다.

"복사기는 나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가 나주임을 곁눈질했다.

"도시락 값은 니가 물어주도록."

아귀에서 늑태도가 징징 울고 있었다. 이 자를 베야 하나. 이 자를 베야 하나?

늑태도가. 아귀에서 징징 울고 있었다.





https://youtu.be/XGJXNWuNAuQ


대문사진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베가본드 그림 중 핀터레스트에 올려진 그림을 사용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27화25화 _ 도망(逃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