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_ 엄마 아빠 우러

by 빈자루

"그리고."

주과장이 이어 말했다.

"복사기는 나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가 나주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도시락 값은 니가 물어주도록."

아귀에서 늑태도가 징징 울고 있었다. 이 자를 베야 하나. 이 자를 베야 하나?

늑태도가. 아귀에서 징징 울고 있었다.






*

"아빠. 왜 울어?"

소소가 숟가락을 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물었다. 나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아냐. 소소야. 아빠가 울긴 왜 울어. 아빤 안 울어."

"아빠 울어. 눈에서 물 나와떠."

"이거 물 아냐. 세수하고 물 남은 거야."

"엄마. 아빠 우러."

"소소야. 아니야. 아빠 안 운다니깐."

내가 다급히 소소의 입을 막았다.

"아냐. 아빠 우러. 아빠 왜 우러?"

주방에 있던 명월이 동작을 멈췄다.

살기가 전해졌다.

"당신 울었어?"

명월이 뒤를 돌며 물었다. 부엌칼이. 그녀의 손에 곧게 뻗어있었다.

"미쳤어? 울긴 누가 울어. 뭔 소리야."

내가 외쳤다.

명월이 실눈을 뜨고 내 눈가를 훔쳤다. 이내 그녀가 고갤 돌렸다.

"자 소소야. 이거 먹고 어린이집 가자."

명월이 식탁 가운데 찌개를 놓으며 말했다.

"시러 나 안가."

"오늘 토끼 선생님 오는 날인데? 친구들이 기다려. 엄마 아빠 회사 가야지."

명월이 소소를 달랬다.

"토끼 시러. 아빠랑 놀 거야."

소소가 내 손목을 그러쥐었다. 나는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저기 나 반차 쓸까?"

내가 명월에게 물었다.

"뭐? 복직한지 얼마나 됐다고 반차야. 자기 소소한테 뭐라고 했어?"

"내가 뭐. 나 아무말도 안했어."

"회사 가기 싫다고 소소 꼬드겼지?"

명월이 나를 몰았다.

"먼 소리야. 내가 뭘 꼬셔?"

말이 높아졌다.

"당신이 꼬셨잖아. 어린이집 잘 가던 얘가 왜 갑자기 어린이집을 안간대?"

"나 아니라니까. 왜 자꾸 나한테 그래?"

목이 메였다.

나는 두부를 잘라 간신히 목에 넘겼다.

"당신 왜 그래? 회사에 뭔 일 있지?"

"아냐 있긴 뭐가 있어. 밥이나 먹어."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숟가락이 떨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뭐 있구만."

"아니라니깐..."

숟가락을 놓았다.

"또 휴직한다 그러면 알지?"

"누가 휴직을 한다 그래? 생사람 잡네?"

"아 밥 다 머거따. 소소 어린이집 가. 소소 어린이집 갈래 엄마."

소소가 밥그릇을 내리며 말했다.

"어구 우리 소소 밥 다 머거써요? 아 이뻐 우리 소소."

명월이 소소의 엉덩이를 툭툭치며 말했다.

명월이 소소를 데리고 식탁에서 일어났다.

"여보. 나 진짜 오늘."

"안 들려. 우리 간다. 밥상 치우고 회사로 가."

명월이 말했다.

명월과 소소가 나갔다.

도어락이. 덜컥. 잠겼다.


현재 시각.

오전 일곱시 사십오분.

아침이 밝아 오는데. 출근 시간은 정해져있다.





https://youtu.be/uOMpDeUTVsc


대문사진은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베가본드 그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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