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남자

7화

by 빈자루

홍두가 돌아가고 나는 다시 방에 홀로 남았다. 지금 내 앞에는 작은 벽이 있고 그 안에는 검은 남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지금부터 나는 그 사내를 내 배 위에 올려두고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이다. 그것이 정말 죽일 듯이 나를 향해 덤벼들던 짐승이었는지, 아님, 아무것도 아닌 얼룩이었는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이렇게 배 위에 그것을 올려놓고 들여다보다 보면 때로는 이것이 다른 것이 아닌 나 자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언제나 나와 있었고 언제까지나 나와 있을 거다. 그런데도 그것이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부자연스럽다.

그것이 정말 나를 물어뜯어 죽이려고 했다면 나는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나를 죽이지 못하고 살리게 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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