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른걸레로 탕비실에 흐른 물을 훔쳐내었다.
오팀장이 말하였다.
"장수 씨. 밖에 누가 와 있는데. 빨리 나가봐. 거 닦던 건 마저 닦고. 아 사람 참."
나는 걸레를 펴 말리고 엉덩이에 젖은 손을 닦으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검은 남자 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말했다.
회장님?
무엇인가. 드디어 응당의 대가를 받게 되는 것인가. 아니라면 인사부장을 벤 것에 대한 복수?
"잠시 기다려주게. 내 팀장님께 출타 인사를 드리고 나오겠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미 위에서 정리되었습니다."
정리라.
나는 엉덩이에 문지르던 손을 멈추고 사무실 안쪽을 보았다.
오팀장이 입을 벌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정미인의 텀블러가 그녀의 손에서 떨어져 툭 소리를 냈다.
"이대리... 회장실. 아니 왜?"
오팀장이 비척거리며 다가오자 검은 사내가 그를 막아섰다.
"대리님. 가시지요."
검은 남자가 말했다.
그의 입에선 불란서 브랜드의 고급 향취가 풍겼다.
"그래. 가지."
나는 젖은 바지춤을 털며 걸음을 떼었다.
옥탑 사무실의 냉기가 본관 공조시스템의 온난한 기운으로 바뀌었다. 나는 넥타이 매듭을 느슨하게 풀었다.
띵.
"타시지요."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미녀가 부채를 흔들며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안녕하시런지요."
미녀가 공손히 인사하였다.
나는 고개를 숙여 미녀의 인사를 받았다.
미녀가 섬섬옥수로 로얄 층의 버튼을 눌렀다. 육면이 황금으로 칠해진 아름다운 엘리베이터였다. 나는 이곳에서 집무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말은 하지 않았다. 가오가 상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평온하소서."
미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뿐 응답하지 않았다.
그 편이 더 간지 난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들이 늠름하게 하늘로 솟아있는 옥문을 밀자 만 여평에 달하는 회장의 집무실이 드러났다. 수천 미녀가 회장실 좌우에 도열하여 공작의 깃털로 지은 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걷는 듯 걷지 않는 듯. 발의 촉감을 느낄 수 없는 양탄이 길게 회장의 권좌로 뻗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양탄을 밟아 미녀들 사이를 지났다. 미녀들은 모두 고개를 조아리고 있어 마음껏 그들의 미색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우리 동네에선 볼 수 없는 쭉쭉빵빵이었다. 나는 솔직히 회장이 부러웠다.
이십 자 높이의 통창으로 해가 작렬하고 있었다. 해가 돌아 앉은 회장을 비추고 있었다. 회장이 천천히 돌아 앉았다. 맙소사.
나주임이었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