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시바새키(始覇璽沂)
거대한 물의 장막이 나의 손을 떠나갔다. 시바새키의 거대한 물결이 구시대의 죽음과 새시대의 탄생을 알리고 있었다. 시바새키가 부장을 덮쳤다.
어푸어푸.
물의 장막을 맞은 부장이 코와 귀에서 물을 쏟았다. 넘친 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며 그 위에서 부장이 떨고 있었다. 쫄딱 물에 젖은 꼴이 흡사 밟힌 솜이불 꼴이었다.
"이... 이대리. 이... 이대리. 그만. 그... 그만!"
부장이 손을 떨었다.
"지금까지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지 알고 계십니까?"
내가 물었다.
"내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나는 그저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에. 나는 그저 회장이 시키는대로."
"본인 안락의 위함을 애사로 포장하지 마세요. 당신 자리의 역할은 회장에게 충언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자후를 날렸다.
젖은 부장의 옷겹이 산산히 부서졌다.
"내 잘못했네. 내 잘못했어. 이대리. 제발. 제발 목숨만은."
반나체 찢어진 옷을 손으로 가린 부장이 벌벌 떨었다.
파들 떠는 그의 손가락 사이로 굵은 눈물이 흘렀다.
_ 저 나이에도 저리 우는군. 내가 너무 심했나.
허나 부장 하나의 사득과 위선으로 해를 입은 임직원 여러분들을 생각한다면 그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_ 저이도 결국에는 위에서 부리는 개일 뿐. 주인의 명령에 의해 짖고 무는 직장인일 뿐이라고...
쪼그려 젖어 울고 있는 부장을 보니 심란하였다.
"부장님. 이제 진정 아랫 사람들을 위한 리더가 되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부장이 젖은 손을 내려 나를 보았다.
"하네. 하네. 내 그리 함세. 내 그리하고 말고."
부장이 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조아렸다.
젖은 머리카락의 초라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_ 직장인이란...
씁쓸함에 뒤를 돌며 팔을 뒤로 찼다.
_ 이것이 직장인인인가...
공허가 가슴을 메웠다.
나는 슬쩍 걸음을 옮겼다.
그때.
날카로운 비각(飛脚)이 뒤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