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질긴 새끼... 하 질기네. 이거..."
부장이 발을 찼다.
"왜. 안 죽어 이새끼야. 왜 안 죽어."
부장의 발을 잡았다.
나는 부장을 잡고 일어섰다.
*
"이대리가 왜 안오지요?"
정미인이 오팀장에게 물었다.
"그러게. 벌써 왔어야 할 시간인데."
오팀장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좀 더 기다려 보시죠. 분명 돌아올 겁니다. 이대리는."
주과장이 이장수의 빈 자리를 보았다.
*
"이거 놔. 이 대리새끼가. 감히 어딜!"
부장이 발에 들러 붙은 나를 향해 침을 뱉었다.
나는 그의 발을 놓지 않았다.
"놔 이새끼야. 놓으라고!"
부장이 무릎으로 가슴팍을 찍었다. 명치와 흉골이 붕괴되었다.
"놔! 놔!"
부장이 도끼처럼 손을 모아 찍었다.
콰직.
흉추 네 번째 마디와 요추 일곱 번째 마디가 나갔다.
나는 그를 놓지 않았다.
"으악!"
용을 쓰며 그를 들었다. 손상된 쇄골과 척추가 그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나는 진기를 끌어올려 골절을 지지했다. 흉추와 요추의 틈새로 진기가 파고들어 뼈의 사이를 강제로 맞물었다. 나는 그를 들어올렸다.
"놔! 놔!"
부장이 공중에서 요동쳤다. 기슭같은 다리가 공중에서 버둥댔다.
"놔라. 놔!"
_ 생명을 가진 이 회사의 모든 것들이여. 나에게 조금씩만 힘을 주어.
부장이 나를 쳤다.
_ 오팀장님. 정차장님. 주과장님. 급식 선생님. 미화 여사님. 경비 아저씨. 이름 모를 식귀들이여.
"놔라! 놔라!"
부장이 발을 찼다.
_ 나에게 힘을. 나에게 아주 조금만이라도 힘을. 나에게 힘을 주어.
아침마다 꽁초 아무데나 버린다고 뭐라 하시던 경비 아저씨. 분리수거 똑바로 안한다고 뭐하라시던 미화 여사님. 비품 왜 막 가져다 쓰냐며 뭐라던 옆팀 정대리. 너 왜 자기 없는 데서만 막내한테 일 넘기냐며 뭐라던 옆팀 성팀장님. 내가 물을 너무 주어 잎사귀가 노래지던 화초들까지도. 나는 그것들에게 힘을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모아 악을 퇴치하고 싶었다.
_ 부디 조금만. 부디 조금만이라도.
부장에게 똥멍청이라며 아침마다 깨지는 김차장님. 날아오는 결재판 잡다 손가락에 깁스하신 신과장님. 부장 비위 맞춘다고 손가락 지문이 문드러진 문대리님. 주식하랴 부장 눈치보랴 머리카락 성할 날 없는 우리 오팀장님까지. 나는 그들에게 간절히 바라고 바래었다. 단 한번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그들과 나를 위해. 부장을 내다 꽂고 싶었다.
_ 원기옥(元氣玉)
드디어 나의 부름에 대륭의 모든 생명들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부장을 들고 있는 나의 머리 위로 조금씩 푸른 빛이 돌았다.
_ 조금만 더.
_ 조금만 더.
"놔라! 놔라!"
*
"팀장님 뭐해요?"
한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오팀장에게 정차장이 물었다.
"나? 그냥 왜인지 손을 들고 싶네."
오팀장이 팔을 귀에 붙이고 멍하니 말했다.
"그래요? 저도 해볼까요?"
정차장이 말했다.
"신기하네. 어깨가 덜 결려요. 아오. 시원해."
"그치 신기하지? 주과장도 함 해봐. 시원해."
주과장이 팔을 들었다.
"그러게요. 진짜네요. 와. 이거 완전 시원."
*
_ 조금만 더.
_ 조금만 더.
"놔라! 이거 놔라!"
_ 원기옥(元氣玉)!
나는 거대해진 에너지의 덩어리에 부장을 냅다 꽂았다. 천장이 흔들리고 바닥이 진동했다.
"부디 성불하시길."
널부러진 박부장을 뒤로 하고 나는 집무실을 나섰다. 현재 시각 오후 열한시 반. 나는 회장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원기옥은 토리야마 아키라님의 드래곤볼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