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의 방', 찾아오다

5화

by 빈자루

독기 남자와 헤어진 지 스무날이 지났다. 바이킹 산을 빠져나왔지만, 저 앞으론 끝없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길을 잃은 걸까. 독기 남자의 지도를 펼쳤다. 그것은 나의 지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너절하게 잘린 절단면까지 둘의 모양은 같았다.

애초에 길은 여기까지인가? 이 뒤의 길은?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막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한 발자국씩 모래 언덕을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사막에 어둠이 찾아왔다. 나는 체온을 지키기 위해 모래에 몸을 묻었다. 고운 모래 알갱이들이 몸 위로 쏟아졌다. 혼자 사막에 누워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이 하얀 모래 언덕을 비추고 있었다.

사륵.

가는 모래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나는 잠자코 빠져나가는 모래 입자를 두고 보았다. 사륵. 사방엔 아무도 없었다. 흙 인간이 준 열매는 바닥났다. 달빛 아래 나는 홀로 모래에 몸을 파묻고 누워있었다.

흑.

눈물이 돌았다.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어느 곳이 앞이고, 어느 곳이 뒤인지 알 수 없었다. DP를 떠나온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다. 몸이 차가워지며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 듯 느껴졌다.

스륵.

바람이 불며 따가운 입자가 얼굴을 때렸다. 몸이 서서히 모래 속으로 빨려갔다.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멀리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도 듣지 않으려고 귀를 닫았다.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이내 나는 흙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생각의 방이 내게 찾아와 있었다. 생각의 방이 말했다.

“반가워요. 기린. 잠시 쉬도록 해요. 이제 당신이 누군지 증명해야 할 테니.”

나는 위대한 생각의 방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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