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방이다. 이곳은 어디지? 내가 알던 풍경은 아니다. 사방은 막혀있고 동시에 뚫려있다. 손으로 만지면 닿을 수 있을 것 같고, 다가가면 실제론 멀어졌다. 위와 아래를 봤다. 천장 아래 내가 붙어있는지, 바닥 위에 내가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발가락을 조금씩 까닥였다. 몸에 힘은 가뿐하게 들어갔다. 몸이 가볍고 힘은 넘쳤다. 위로 뛰자 천장에 가서 머리가 닿았다. 하지만 밑으로 내려오면 어디가 아래인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이 위대한 생각의 방인가요?”
내가 외쳤다.
그리고 방이 대답했다.
“그래요. 기린.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는 기린. 꺼지지 않는 담배를 찾고 있어요.”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방이 물었다.
불쑥.
그림자가 튀어나오며 위대한 생각의 방에게 대답했다.
- 나는 기린. 하지만 어쩌면 기린이 아닐 수도 있지.
대답한 그림자가 사라졌다.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나 말했다.
-내가 기린인 것은 분명해. 왜냐면 나는 기린이니까.
그림자가 다시 사라졌다.
그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위대한 방을 향해 내가 외쳤다.
“나는 꺼지지 않는 담배를 찾아왔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림자가 다시 튀어나왔다.
- 아니, 나는 그 담배 따윈 찾고 싶지 않아. 나는 단지 DP를 떠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야.
또 다른 그림자가 말했다.
- 나에겐 DP만이 소중해. 난 DP를 위해 담배를 찾아 나선 거라고.
다른 그림자가 말했다.
- 거짓말쟁이. 넌 담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언제까지 너 스스로를 속일 셈이냐.
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 난 담배를 찾아 DP에게 돌아갈 거야. 날 속일 생각 마!
그림자가 다시 그림자에게 말했다.
- 포기해. 대체 그것이 왜 중요한데? 지금 이대로도 좋잖아? 잊어버리라고.
- 아니. 난 기린이야. 난 담배를 찾아 돌아갈 거야.
그림자들이 와르르 쏟아지며 말했다.
- 이곳은 너무 추워. 난 돌아가고 싶어.
- 정신 나간 것들. 여기서 포기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없잖아.
- 이게 다 DP 때문이라고. DP가 나를 말렸어야 해. 모든 건 DP 때문이야!
- 난 떠나지 않겠어. 이곳이 마음에 들어. 떠나려면은 너희들끼리 떠나라고.
그만. 내가 외쳤다. 그림자들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 이봐. 넌 뭐 하고 있는 거지? 너도 네 생각을 말해보라고. 멍청히 있지만 말고.
그만. 다시 내가 말했다.
- 네가 우리에게 그렇게 주장할 권리라도 있는 건가? 넌 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림자에게 소리 내어 말했다.
“난 담배를 찾아갈 거야. 여기에 서 있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야. 나는 내가 무엇을 할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그림자가 말했다.
- 네 주인이 너라고?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지? 너는 무얼 찾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너도 모르는 것에 끌려다니는 주제에, 네가 너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다른 그림자가 말했다.
- 생각해 봐. 이곳을 통과한다고 해도 네가 담배를 얻게 된다는 보장은 없어. 넌 우연히 이곳에 다다르게 된 것뿐이야. 그런 우연들이 이어져 네가 이곳에 왔다면 넌 결국 아무 실체도 없는 허상일 뿐이지. 네가 찾고 있는 그 담배와 마찬가지로.
그만.
그만들 하라고.
왜 나는 꺼지지 않는 담배를 찾고 있는 거지? 아니다.
왜 ( )는 무엇을 찾고 있는 거지? ( )는 누구지? ( )가 누구인 건 어떻게 알지?
담배를 찾는 것이 ( )인가? 그렇다면 그것을 찾지 못하면 ( )는 ( )이 아닌 게 되는 건가? 혹은 그것을 정말로 찾게 되면?
나는 길을 잃었다. 위대한 생각의 방이 내게 찾아왔다. 그것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우연히 바이킹 산을 빠져나왔다. 내가 그곳에 계속 갇혀있었더라면?
DP는 내가 준 지도를 보관하고 있었다. DP가 만약에 그 지도를 끝까지 숨겼더라면?
모든 것들이 너무나 필연적이고 혹은 우연적이야. 이런 일들에 엮여서 나는 무얼 찾고 있는 거지? 나는 대체 언제부터 꺼지지 않는 담배를 찾고 있던 거지? 그것을 찾기 전의 나는 무엇이었더라? 꺼지지 않는 담배가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가?
- 이봐. 나 먼저 간다. 잘해보라고.
그림자 하나가 말하고 사라졌다.
- 잠깐 기다려. 그렇게 사라져 버리면 어떡해?
그림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말렸다.
- 나는 동쪽으로 가야겠어. 이곳은 틀렸어.
그림자 하나가 또 사라졌다.
- 나는 포기야. 이런 짓은 아무 의미도 없어.
그림자 하나가 사라졌다.
- 나는 중간 나라로 돌아갈래. 잘들 해보라고.
우수수 서 있던 그림자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나는, 아니 ( )는 사라져 가는 그들을 보며 자리에 남았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 )는 생각의 방에게 말했다.
“나는 기린이오. 그리고 꺼지지 않는 담배를 찾고 있지. 내가 기린이든, 기린이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소. 단지, 내가 그 담배 찾기를 원한다는 것뿐.”
생각의 방은 사라졌다. 나는 모래 언덕 아래에서 눈을 떴다. 태양을 받은 언덕이 길게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쪽과 빛을 받는 쪽으로 나뉘었다. 손을 짚어 모래 밖으로 빠져나왔다. 곧이어 개구리 사내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