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을 발견하다

9화

by 빈자루

피곤하다. 쉬고 싶어.

발간 모래에 발을 폭폭 꽂으며, 나는 어른거리는 너머를 바라봤다. 붉은 땅들이 열에 젖어 흔들거렸다.

조금만 더.

두 손이 깊숙이 모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더 파고들기 전에 무릎을 당기며 앞으로 기어나갔다. 모래 섞인 바람이 불어 눈과 귀가 닫혔다. 바람이 나를 지나 사라졌다. 모래가 눈가에 달라붙었다.

물.

거친 알갱이를 침과 함께 목으로 삼켰다. 찝찌름한 방울이 얼굴 아래로 흥건히 쏟아졌지만, 입에 넣을 물은 없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침을 계속 삼켰다. 목이 따가웠다.

땀이 이마를 타고 코끝에 맺혀 인중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마와 눈이 따가웠다. 나는 소매로 얼굴을 쓸었다. 다시 이마에 굵은 모래알들이 붙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열기가 마치 두터운 외투처럼 목을 감았다. 풀어헤친 셔츠 앞단을 손가락으로 잡아끌었다. 셔츠가 밑으로 늘어지더니 땀에 젖어 밑으로 축 늘어졌다. 나는 웃옷을 위로 끄잡아 당겨 벗어 모래 위에 내팽개쳤다. 셔츠가 묵직하게 날아가더니 모래 위를 철푸덕 덮었다. 나는 앞으로 계속 기어나갔다.

개구리 사내의 울음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왔을까. 아니면 그가 얼마나 간 걸까. 나는 언덕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

지금까지 맞던 바람과는 다르다. 뜨거운 공기 속에 이질적인 시원함이 이마 위를 스쳤다. 나도 몰래 고개를 들었다. 언덕 끝에 파란 하늘이 걸려있었다. 멈추지 않고 위를 향해 기었다. 뭔가 더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바람이 언덕 너머에서 불고 있었다. 간간이 그 옅은 바람이 짙은 사막 바람에 섞여 불어왔다. 나는 그 낌새를 놓치지 않고 바람이 부는 쪽을 향해 걸었다. 언덕 끝이 점차 가까워졌다.

바다다.

언덕 밑, 굵은 자갈밭 너머로 짙은 바다가 길게 펼쳐있었다. 그 수평선의 끝에 은빛 선이 십자로 일렁거렸다. 바다는 흔들리는 듯, 흔들리지 않았고, 푸른 듯, 푸르지 않았다. 바다 위에 강하게 반사된 빛이 태양처럼 떠 있었다. 나는 눈을 가렸다.

허리를 세워 아래로 달려갔다.

내려가다가 고꾸라지고, 넘어진 후에 다시 일어섰다. 조금 더 달리다가 다리가 폭 빠지며 다시 고꾸라졌다. 이번엔 서지 않고 아래를 향해 굴렀다. 푹신한 모래가 나를 부드럽게 받쳐줬다.

푸석하던 모래가 점차 단단해지며 밟은 곳이 밑으로 페이지 않았다. 큼지막한 갈색 바위 사이를 지나 자갈밭으로 달려갔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드문드문 이끼 낀 바위가 나타났다. 나는 바다를 향해 달려 갔다.

쏴아.

하얀 포말이 발등에 닿더니 오르지 못하고 꺼졌다. 나는 작은 파도를 넘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젖은 바지가 축축 늘어지며 허벅지와 엉덩이를 감쌌다. 나는 계속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올랐던 열기가 식어갔다.

출렁.

파도가 내 몸을 해변으로 밀었다. 물이 빠지며 다시 끄는가 싶더니 중간에 내 몸을 두고 다른 파도가 밀려왔다. 둘은 나를 사이에 두고 거칠게 휩싸이더니 이내 없던 것과 같이 사라졌다. 내 몸은 조금씩 해안 쪽으로 밀려났다. 나는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경계에 누워 파도와 바람을 맞았다. 하얀 거품과 흙탕물이 목 언저리에서 터졌다. 나는 손으로 딱딱한 해안의 땅을 만졌다.

숙.

파도가 들이치며 몸의 열은 식혔지만, 목이 탔다.

몸을 일으켜 이끼가 많은 바위를 찾아 그 위에 올라탔다. 손날로 바위를 문질렀지만, 이끼가 모이지 않았다. 손톱 끝을 세워 이끼를 긁었다.

퉷. 짠맛이 혀를 건드렸다.

뱉은 것을 다시 주워 담아 입속에서 우물거렸다. 짠맛을 참자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침과 함께 오래 씹은 그것을 아래로 넘겼다. 그리곤 다시 엎드려 이끼를 긁었다.

이걸론 부족해.

손톱을 빨아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짠맛이 자꾸 남아 타는 느낌만 더 강해졌다. 멀리서 흔들거리는 나뭇잎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에서 내려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흔들리는 그곳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누군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그 눈이 마주쳤다. 하얀색 원피스의 소녀. 그녀의 이름은 R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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