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그날 밤, 장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조용히 목검을 쥐었다.
스완의 유려한 흐름과 종억의 단호한 결단. 그리고 상반되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찾던 양명과 조평의 대련을 떠올리며, 그는 자신이 왜 칼을 잡고 있는지에 대해 고심했다.
강해지고 싶어서. 단지, 강해지고 싶어서.
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 전투에서 단 한 번의 패도 없이 살아남아 온 양명.
부드러움 속에 섬뜩한 냉정함이 있는 조평.
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보다 더 강한 상대에게서 승을 챙기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패를 안겨주는 것인가.
하지만 장수가 그날 보았던 양명과 조평의 대련에는 분명 승패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춤. 단정하여 왜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 둘의 대결은 춤과 같았다. 그리고 그 춤 속에서 장수는 둘의 대화함을 느꼈다. 그 춤사위를 떠올리느라, 장수는 그날 한숨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
다음 날 새벽, 장수는 들판 위의 살구나무 아래에 앉아있는 조평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어제 낮 수련장에서 보았던 동문들의 검과 사형들의 형체가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서 맴을 돌고 있었다.
"사형..."
장수가 망설이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운을 떼자, 조평이 고요히 장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는 이미 장수가 무엇을 보았는지 아는 듯한 깊이가 담겨 있었다.
"무엇이 궁금하느냐?"
"사형께선, 왜 검을 잡으시는지요."
"... 글쎄. 장수 너는 왜 검을 잡는 게냐?"
"처음에는 단순히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붉은 얼굴에게 당한 모욕을 갚아줘야겠다는 마음도 컸구요. 또,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수가 잠시 뜸을 들이자 조평이 물었다.
"헌데?"
"어제 사형들의 대련을 보고선 그 마음에 혼동이 왔습니다.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사형들의 칼에는 분명 강해지는 것, 그 이상의 무엇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특히, 명이 형님과 평이 형님의 대련을 보면서 그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두 분의 연무는 대결이 아니라, '춤'이었습니다. 분명 제 눈에는 그렇게 비쳤습니다."
"춤이라, 네가 바로 보았구나. 칼이란, 상대를 제압하는 것. 그 이상이 담겨 있지. 단순히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짐승의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느냐. 지금의 무림이 혼탁해진 것도 정과 사가 단순히 자신의 것을 지키고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상대를 제압하는 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란다. 네가 사형들의 수련하는 모습을 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기 그지 없구나."
"허면, 사형께서는 어찌 이런 혹독한 훈련을 오랜 세월 견디고 계신 것입니까? 저는 사실 혼란스럽습니다."
조평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바람이 그의 이마에 실린 머리자락 한 줄기를 흔들고 지나갔다.
"각자의 생김이 다르듯, 각자가 칼을 잡는 이유 또한 다르겠지. 스완은 무관 사범으로 발탁되어 몸이 불편하신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 연마를 한다고 들었다. 종억 사제는 정파대전에서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형제들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고. 각자가 가진 이유는 다 다르겠지.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것일 테고. 네가 칼을 잡고자 하는 이유 또한 지금 변하려 하고 있지 않느냐."
"저는 그것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허면 사형은 어찌 칼을 잡으십니까?"
조평이 말했다.
"나는 칼로써 사람을 살리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역날검을 고집하는 이유기도 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조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칼로써 사람을 살린다니. 나 또한 아직 그 길을 찾는 중이다."
장수가 일어서는 조평의 시선을 쫓았다. 조평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고요한 무림촌의 살구꽃 흐드러진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새와 벌들이 그곳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허나 그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담겨 있었다.
이곳 무림촌을 벗어난 중원에서는 정파와 사파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양민들이 패를 가르고 싸우며 무의미한 증오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그의 눈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사형께 칼이란 무엇인지요?"
장수가 물었다.
"글쎄... 지금의 나에게는 칼이 노래라고 생각되는구나. 상대와 대화할 수 있는 통로이면서, 자신의 마음을 서로에게 띄우는 선율이랄까. 억지로 베거나 꺾는 것이 아니라, 네 말대로 상대와 한판 춤을 추는 거지. 나는 그 안에서 평화롭고 싶구나."
그랬다. 장수에게도 역시 칼은 편지이자 친구였다. 칼을 잡기 전, 장수는 언제나 혼자였다. 외로운 산에서 홀로 나무를 베고, 알아주는 이 없는 곳에서 혼자 숨을 삭혀왔다. 허나 이젠 외롭지 않았다. 장수가 칼을 들 순간 부터 장수의 곁엔 조평과 양명이 있었으며, 명월과 스완, 종억이 함께였다. 칼을 들고 있는 한, 장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때 멀리서, 장수와 조평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명월과 양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작은 점에서 점차 커다란 동그라미가 되더니,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그치지 않을 것 같이 힘차게,
장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