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세상엔, 수많은 괴담들이 존재한다.
당신이 그 이야기를 믿고 있던, 믿고 있지 않던 그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그 괴담들 중의 하나이다.
돌고래 다리 클럽.
당신은 언제인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돌고래 다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친구가 지나는 말로 떠든 것을 잘못 듣게 된 경우일 수도 있고,
돌고래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문득 당신 스스로 떠올려 버린 이미지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왔는지 와는 상관없이, 그때부터 당신의 머릿속에는 돌고래 다리가 돌아다니게 된다.
돌고래 다리 클럽.
이렇게 단순히, 한 단어를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이미지가 자리 잡게 되지 않았는가?
"그게 뭐야. 돌고래 다리 클럽 이라니? 돌고래에겐 다리가 없어."라고 당신은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것은 존재한다. 이미 당신의 머릿속엔 회색빛 매끈한 피부의 돌고래 다리가 있지 않은가?
이것으로 돌고래 다리는 이미 당신의 삶 속으로 끼어들었다.
*
이제부터 당신은 돌고래 다리와 함께이다.
그리고 당신은 오늘 하루를 생활하며 당신이 예측하지 못한 어느 순간에, 불현듯 돌고래 다리의 방문을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있는 순간일 수도 있고, 음식을 소화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 순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잊으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것이 더욱 선명해져,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아니요. 오늘 그런 적 없는데요."라고 답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 살아 있다.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다음 날, 다음 달, 혹은 몇 년 후. 그것은 불현듯 갑자기 당신의 머릿속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게 된다. 수화기 너머의 낯선 남자가 묻는다.
"당신은 돌고래 다리에 대해 상상하신 적이 있나요?"
"네. 많이는 아니고 한 두어 번쯤. 그런데 지금은 잊었어요. 그게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아요."
당신은 솔직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은 거짓말쟁이가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는 돌고래 다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자는 조용히 당신의 말을 듣는다.
"그것이 떠올랐던 시기와 상황, 구체적인 모습까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여기까지 온 당신은 매우 불쾌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당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의 구체적인 형태와 경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돌고래 다리는 돌고래 다리를 상상하는 모든 이들에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다른 형체를 지니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다른 사람의 것과 동일하다면, 그것은 이미 돌고래 다리가 아니게 된다.
따라서 돌고래 다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이 낯선 남자의 요구에 당신이 불쾌해지는 이유이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가 그것을 말해줘야 할 의무가 있나요?"
남자가 말한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돌고래 다리가 돌아다닙니다. 그 많은 돌고래 다리 중에서 하나라도 기존의 것과 동일한 것이 발견된다면 세상엔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겁니다. 그 다리를 찾아다니는 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근거는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17세기에서 19세기 초 인류는 고래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대규모 포경을 시작합니다. 고래기름은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램프와 거리등, 심지어는 등대의 불빛을 밝히는 데에도 사용되었죠. 테슬라와 에디슨이 전기를 상용화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고래라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요?"
"인류의 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포경회사들은 더 많은 고래를 포획하기 위해 고래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싶어 했지요. 그들은 고래의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죠. 이른바 고래의 무의식을 해석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남자가 말을 잇는다.
"포경회사에 의해 이루어진 수 세기 간의 작업은 백열전구의 상용화로 사장될 위기에 쳐합니다. 하지만 이때 제너럴일렉트로닉이 포경회사의 연구에 주목했죠. 그들은 고래의 언어를 좀 더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축음기가 발명되었고, 마침내 1986년 고래의 언어를 해석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것이 앨리스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죠."
"앨리스 프로젝트요?"
"네, 초기에는 고래의 무의식을 분석하는데 집중했지만, 그 연구를 이어받은 연구자들은 최종적으로 인간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했어요. 그것이 생성형 AI 개발의 시작이었죠. 앨리스 프로젝트는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낱낱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 왔어요. 그리고 그 기록들을 모두 데이터화했죠. 객체 하나당 하나의 앨리스. 이것이 앨리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지켜져 왔던 대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최근, 이 대원칙에 위배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러 객체에게서 동일한 이미지가 동시에 발생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게 위기죠."
"어째서죠?"
"인간은 데이터의 집합체입니다. 그리고 모두 연결되어 있고요. 하나의 파동이 발생하면 그 영향은 모두에게 미칩니다. 특히 앨리스처럼 거대한 데이터 저장 체계라면요."
"나는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요?"
"당신도 인터넷을 하지 않나요?"
당신은 더 이상 부정 할 수 없다.
남자가 말한다.
"저를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돌고래 다리 클럽으로 초대된 것이다.
*
돌고래 다리에 대해 상상하지 말라.
한번 떠오른 이미지는 당신이 잊으려 해도 떠오를 것이고,
기억하려 해도 떠오를 것이다.
처음 두 번, 세 번 정도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려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번번이 그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기어코 당신에겐 발신불명의 전화가 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전화를 받는다.
낯선 남자의 음성이 당신에게 전달된다.
"당신은 돌고래 다리 클럽으로 초대되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내가 목격한 돌고래 다리 클럽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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