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소리가 예쁘게 나질 않아."
제이가 말했다.
"소리가 다 똑같지, 무슨 소리가 예쁘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제이에게 물었다.
"다 똑같은 소리가 아니라고. 한음, 한음.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기타 소리가 달라진다고."
그녀는 이거 보라는 듯 F코드와 G코드를 두 번씩 건드렸다. F와 G의 코드가 F와 G의 간격만큼 내부의 공기를 흔들었다. F코드는 F처럼 강의실 창문을 흔들었고, G코드는 G처럼 달팽이관을 타고 청신경을 자극했다.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내 선에서는.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했었다. 브로콜리를 사러 나갈 때 내 슬리퍼가 없으면 그녀의 것을 신었고, 가방에 물건을 정리할 때, 그녀의 가방이 작으면 내 가방에 그녀의 것을 쓸어 담았다. 우리는 함께 눈을 뜨고 함께 눈을 감았다. 4년이라는 시간. 짧진 않았지만 영원하지도 않았다. 눈을 뜨고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입속에 칫솔을 구겨 넣었다. 가방을 싸고 스니커즈를 구겨 신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떠났다.
*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표를 정리하는 회사에 들어왔다. A는 B, B는 C. 따라서 A는 B를 따라 C에 연결된다. 어렵지 않았다. A와 B를 C에 연결하고 한 달 동안 C를 다시 Z까지 연결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다시 A를 B에 연결하면 됐다.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F를 G에 연결해야 할 때마다 바닥이 살짝 올라오는 것을 느꼈을 뿐.
내가 하는 일은 세상의 사고를 처리하는 일이다. 세상엔 여러 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한다.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부탁부터,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찾아달라는 의뢰,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미행해 달라는 청부까지,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고가 우리 회사로 접수됐다. A가 B에게서 C로 연결되지 않을 때, 우리 회사는 그것을 사고라고 불렀다.
쥐가 말했다.
"젠장. 빌어먹은 사고 따위.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그가 내려놓은 머그잔에서 라이트 로스트 아메리카노의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be happy. 머그잔에는 노란색 스마일 표시가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 세상은 엉망이야. 그런데 그건 원래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곤 머그잔을 돌렸다. 커피는 식고 있었고, 쥐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우리 둘 중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쥐가 조용히 말했다.
"그거 알아? 누가 요즘 자꾸 내 꿈에 전화를 걸어."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쥐가 계속해서 말했다.
"벨 소리가 들리면 깨. 그런데 이상한 건, 눈을 떠도 벨이 계속 울려."
나는 머그잔을 손가락으로 돌렸다. 커피의 표면에 묵직한 기름막이 떠다녔다.
"그건 진짜 전화벨이 울린 거겠지."
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가고, 건너편 우체국 간판이 흔들렸다. 쥐는 입술을 닫은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플라스틱의 떨림이 단단한 책상을 울렸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디지털시계가 오전 12시 2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예. 크래시 앤 레코딩입니다. 지금부터 의뢰하시는 일은 전화기에 자동으로 녹음되며,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절차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수임료는 법에 정해진 요율을 따르며, 물론 조정이 가능합니다. 자, 지금부터 말씀하십시오."
수화기 너머에서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래된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예, 행불자 조사 의뢰입니다. 대상자는 20대 초반. 귀라는 여성입니다. 키는 170. 갸름한 얼굴. 이목구비는 또렷한 편입니다. 행불일자는 어제... 정확하게는 오늘 새벽 한 시경입니다. 사라진 위치는 클로버 가입니다. 어딘가로 이동 중이던 걸로 추정됩니다."
"의뢰하시는 분과의 관계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말씀 안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지인입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런 게 조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으니까요."
나는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볼펜 하나를 꺼내 메모했다. 종이에 볼펜 긁히는 소리가 났다.
2025년 6월 22일, 12시 26분 접수.
사건 코드 F-21, 행불자 조사. 대상자 코드 27번, 젊은 여성. 이름은 귀. 사라진 시간은 오늘 새벽 1시. 장소는 클로버 가. 어딘가로 이동 중이었던 걸로 추정.
"혹시 추적에 단서가 될 만한 사진이나, 사라진 이유, 의뢰인의 주소지나 친구관계 같은 정보가 있으면... 메일로 가능하시겠습니까?"
"직접 방문하겠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오후에 뵙죠."
딸칵.
전화기가 끊어졌다. 나는 손목시계를 봤다.
오후 두 시. 행불자 추적 의뢰인 통화. 접선 장소는 클로버 가 인근의 주점, 스핀들 바. 의뢰인 미상.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쥐가 말했다.
"그 남자는 오지 않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럴지도."
쥐가 머그잔을 들어 올렸다가 그대로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왜 자꾸 사라지는 걸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 역시, 원래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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