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내가 쥐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여름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습했고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찬물을 들이켜고 있었고, 쥐는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회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게 마치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듯.
"이봐. 이리 와서 이걸 좀 제대로 고쳐봐."
쥐가 신경질적으로 프린터를 발로 찼다. 프린터는 아무 말 없이 A4용지 한 장을 어정쩡하게 토해내더니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쥐 쪽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프린터는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었고, 쥐는 그런 프린터를 마치 오래된 애인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찬다고 되는 게 아니야." 내가 말했다.
"가끔은 때려줘야 작동하는 것도 있지." 쥐가 대꾸했다.
나는 프린터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다. 프린터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작동했다.
쥐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커피를 마셨다.
"이 프린터 말인데, " 쥐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제까진 멀쩡했어. 오늘 아침부터 이상하더라고. 너 말고는 아무도 손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나보고 범인이라는 거야?"
"그런 얘긴 안 했지."
"그런데 그렇게 들렸어."
쥐는 대꾸하지 않았다. 창밖을 잠시 바라보더니 슬리퍼를 벗고 의자에 발을 올렸다.
그 자세로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래서, " 내가 물었다.
"뭐, 프린터는 고쳤고. 그다음은?"
"그다음은... 이 사무실이 왜 이렇게 습한지에 대해 잠시 생각하려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양말을 벗어 구석에 던졌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니까 딱히 특별한 사건은 없었고, 여느 여름날의 오후처럼 무겁고 축축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별다를 것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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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evil.
세상은 어차피 팝콘이나 농담 같은 거다.
*
1963년 겨울, 뉴잉글랜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
낡은 방에서 앙상한 노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체를 운반하던 이들의 말에 따르면 노인의 시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워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인은 평소 말수가 극히 적었고, 가끔 바다에 나가 멍하니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의 방, 목판과 벽, 침대 맡 서탁, 그리고 창틀 위에는 'silence'라고 적힌 낙서와 종이 조각들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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