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이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면 아이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귀가 돌고래의 머리와 어깨를 커다란 수영 타월로 둘둘 감싸며 말했다.
"끼끼끼끽 끾끾"
"그거 봐요. 돌고래도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하잖아요." 귀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안돼, 안돼.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차라리 돌고래니까 수영을 해서 오면 되지 않나? 어쨌든 넌 돌고래니까."
쥐가 말하며 분홍색 선글라스를 돌고래 얼굴에 씌웠다.
"끾끾끾끾! 끼끼끼끾!"
"자기도 비행기 타보고 싶대요.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려면 최소 148시간에서 296시간은 걸린다네요. 그것도 꼬박 쉬지 않고 헤엄만 칠 때요." 귀가 번역하듯 말했다.
"끼긱"
"그리고 당신, 그 입 좀 다물라는데요?"
"흥. 무슨 소리야. 내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쥐가 여권을 돌고래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끼끼끼끼끼"
돌고래가 아이처럼 웃으며 여권을 받아 들었다. 김돌골. 여권 사진 속에는 바람개비 달린 빨주노초파 모자를 뒤집어쓴 돌고래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말했다.
"자. 이제 그만 진지해지자고. 우리는 지금 놀러 가는 게 아니잖아."
쥐가 말했다.
"그래. 모두 기린 말을 들어. 우린 지금 너무 흥분해 있어. 설마 살면서 해외여행도 한번 못해본 거야? 다들?"
쥐의 등 뒤에는 왜인지 기타가 매여져 있었다. 쥐가 하와이안 셔츠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했다.
"기타는 대체 왜 가지고 온 거야? 앨리스를 찾으러 가는데."
내가 물었다.
"California Dreaming 이잖아. 어쨌든 기타가 필요하겠지."
쥐가 선선히 앞장을 서며 말했다. 우리는 대꾸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
"Daddy."
소리를 키우자, 티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단어였다.
"Daddy, come home."
앨리스가 줄넘기를 멈추고, 종알거리며 대디를 찾는 장면이 이어졌다. 앨리스가 정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다가 영상이 뚝 끊어졌다.
쥐와 귀와 나와 돌고래는 멍하니 티브이 앞에 서 있었다. 쥐가 성급해하며 티브이 앞으로 다가갔다.
"이런 망할. 방금 녹화했어? 이게 다인 거야?"
귀가 말했다.
"방금 영상에 나왔던 소녀는 앨리스가 맞아요. 어째서 앨리스가 갑자기 우리에게 찾아왔던 걸까."
나는 식어버린 기네스를 개수대에 부어 버리고, 새로운 기네스를 꺼내 올 생각으로 그 자리를 피했다.
"끽끽끽끽 기익"
"어? 뭐라고? 응. 응."
귀가 돌고래의 주둥이에 그녀의 귀를 바짝 붙이며 다가섰다. 그녀는 돌고래가 하는 말을 급하게 받아 적더니 쪽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1724 Maple Street, Santa Monica, CA 90401.
"돌고래가 영상에서 우편함에 적힌 이 주소를 봤대요. 이곳으로 가야겠어요."
귀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새로운 기네스의 캔을 땄다.
칙.
역시 두 번째로 딴 캔은 처음 마실 때 보다 별로였다.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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