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연히 본 광고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할 때, 늘 습관처럼 하는 행동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힘들게 이불 밖을 벗어나 뉴스전문채널을 틀어놓는 것이다. 특별히 시사에 관심이 많아 잠이 깰 때까지 멍하니 뉴스를 보려는 것은 아니고, 일상을 시작하는 준비과정의 BGM 같은 역할을 시키기 위해서이다.
내가 출근 가방을 챙길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옷을 입을 때도, TV 속 인물들은 사건에 관해 보도하고, 날씨를 알려주고, 팔아야 하는 물품들에 관해 광고를 한다.
아침 시간의 광고는 특정 타겟층이 분명한 것 같다.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걱정하는 직장인들, 이가 불편하여 생활에 지장을 받는 어르신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도움이 필요한 자녀들 등을 대상으로 한 광고의 비중이 높은 것 같다.
그리고 아침 케이블 방송에는 전문용어로 병맛 코드의 향을 물씬 풍기는 광고들도 나오는데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특유의 재미에 실소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 이런 광고들 속에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특별한 광고가 있었다.
촬영기법이 특별했을까?
아니다. 현란한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시선을 끄는 화면이 아닌, 눈이 내리는 한옥에서 일상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었다.
제품이 특별했을까?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였다.
모델이 특별했을까?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가 등장한 것이 아니고, 방송인 김나영이 주인공이었다.
그동안 무심코 넘어간 광고였지만, 오늘은 문득 이런 궁금함이 생겼다. 아웃도어 제품의 모델이 김나영이라고?
예전에 비해 아웃도어 열풍이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아웃도어 제품의 모델은 시대를 대표하는 톱스타들이었고, 아직도 신민아, 박보검처럼 팬덤이 두터운 연예인들이 해당 제품을 입고 대중 앞에 선다.
그런데 단지 김나영이 모델일 뿐만 아니라 그 옆에는 그녀의 아들 신우 군도 있었다.
알려진 것처럼 김나영은 흔히 말하는 이혼녀, 싱글맘이다. 연예인의 이미지를 빌려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선호하는 모델은 아닐 것이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분명히 자동으로 연상되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이혼한 나조차도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은 긍정적인 것보다 선입견을 가지게 될 만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 많다.
그런데 대중을 상대로 하는 광고에서 이혼녀가 모델이라니, 그것도 해당 업계에서 상위 그룹에 포지셔닝하고 있는 기업이.
이 사실을 인식했을 때, 새삼 놀라면서 굉장히 획기적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 광고의 이미지는 집에서 20km 떨어진 나의 직장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혼녀, 싱글맘 외에도 김나영이 갖고 있는 본래의 이미지가 분명 있다. 예능인, 유쾌함, 여자 노홍철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대중에게 각인되었겠지만, 아무래도 아웃도어 의류의 모델이 되었을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패셔니스타라는 이미지일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패션분야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셀럽이다. 만약 그 사실이 전부라면 김나영 혼자 등장했겠지만, 신우라는 귀여운 사내아이도 광고 속에서 엄마와 함께 하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싱글맘으로서의 이미지가 마이너스 요소가 아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무언가를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그리 제작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혼한 사람을 봤을 때, 왠지 어딘가 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눈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찾기 위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싱글맘으로서 아이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인식이 개선되었기에 이런 촬영이 가능했을 것 같다.
그동안 나도 버리지 못한 고정관념에 금이 가면서, 왠지 모를 따스함과 뿌듯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