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늙는다는 것'이 참 슬프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모습이 부각되는 TV 프로그램들을 볼 때면 엄마는 때때로 울었다. 그 때문인지, 나 또한 늙는다는 것에 대한 슬픔을 일찍이 이해하게 되었다.
저분들에게도 빛나는 청춘이 있었다. 우린 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만 늙어버리는 건 아닐까.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른인 척 사는 게 힘에 부치는데, 노년의 괴리감은 더 힘이 들겠지.
그런 생각에 자주 멍하니 서글펐다.
시외할머님 연세가 아흔이 넘으셨나. 처음 할머님을 뵙던 날부터 나는 울컥하는 걸 몇 번 참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때마다 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었다.
‘우리 엄마도 이만큼 늙었으면 좋겠다.'
..
사실 그 정도는 너무 과한 꿈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엄마는 그만큼 늙지 못했다.
어머님 연세에까지 엄마가 있으시다니 얼마나 좋으실까.
보통은 '건강하게 부러워하기'를 지향하는 편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나는 혼자 못난이처럼 샘을 내는 것 같다. 어머님이 어머님의 나이 든 엄마를 살뜰히 대하시는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아직은 좀 어렵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이따금씩 엄마를 마주쳤다. 엄마는 나이에 비해 정말 소녀 같았다. 늘 사랑스럽고 애교가 많아서 나랑 같이 있으면 엄마와 딸이 뒤바뀐 것 같다고들 했다. 그런 엄마가 나이 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겠지. 절대 티 못 내고 혼자 뒤돌아서 많이 울게 되었겠지 아마도.
하지만 우리 엄마는 영원히 밝고 젊다.
엄마가 영원히 늙지 않는 것. 엄마를 보내고 딱 하나 찾은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할까? 참나, 좋은 점이라고 말하기도 우습다.
자연의 이치인 인간의 생로병사를 계속 서러운 눈으로 마주하면서 살 수는 없다.
심지어 엄마도 보냈는데
나의 젊음 따위 못 잃으랴 싶지만
매 순간의 상실을 호들갑스럽게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려워 말고, 편안하게.
그저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천천히 금방,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엄마를 만나러 늙으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