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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Apr 11. 2021

엄마를 만나러 늙으면 되겠다.

엄마는 '늙는다는 것'이 참 슬프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모습이 부각되는 TV 프로그램들을 볼 때면 엄마는 때때로 울었다. 그 때문인지, 나 또한 늙는다는 것에 대한 슬픔을 일찍이 이해하게 되었다.


저분들에게도 빛나는 청춘이 있었다. 우린 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만 늙어버리는 건 아닐까.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른인 척 사는 게 힘에 부치는데, 노년의 괴리감은 더 힘이 들겠지.


그런 생각에 자주 멍하니 서글펐다.




시외할머님 연세가 아흔이 넘으셨나. 처음 할머님을 뵙던 날부터 나는 울컥하는 걸 몇 번 참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때마다 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었다.


‘우리 엄마도 이만큼 늙었으면 좋겠다.'


..


사실 그 정도는 너무 과한 꿈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엄마는 그만큼 늙지 못했다.



어머님 연세에까지 엄마가 있으시다니 얼마나 좋으실까.


보통은 '건강하게 부러워하기'를 지향하는 편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나는 혼자 못난이처럼 샘을 내는 것 같다. 어머님이 어머님의 나이 든 엄마를 살뜰히 대하시는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아직은 좀 어렵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이따금씩 엄마를 마주쳤다. 엄마는 나이에 비해 정말 소녀 같았다. 늘 사랑스럽고 애교가 많아서 나랑 같이 있으면 엄마와 딸이 뒤바뀐 것 같다고들 했다. 그런 엄마가 나이 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겠지. 절대 티 못 내고 혼자 뒤돌아서 많이 울게 되었겠지 아마도.


하지만 우리 엄마는 영원히 밝고 젊다.


엄마가 영원히 늙지 않는 것. 엄마를 보내고 딱 하나 찾은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할까? 참나, 좋은 점이라고 말하기도 우습다.




자연의 이치인 인간의 생로병사를 계속 서러운 눈으로 마주하면서 살 수는 없다.


심지어 엄마도 보냈는데

나의 젊음 따위 못 잃으랴 싶지만


매 순간의 상실을 호들갑스럽게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려워 말고, 편안하게.



그저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천천히 금방,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엄마를 만나러 늙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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