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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Jun 17. 2017

게임 싱킹의 경제학

인간, 합리적 존재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행동경제학과 게임:

인간,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는 않은 존재


앞서 살펴본 선택 설계는 행동경제학의 구체적 방법론 중 하나다.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는지를 심리, 사회, 생리학 관점에서 파악하여 인과 관계를 해석하려는 경제학의 한 분야로 설명할 수 있다.


행동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지만,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는 않음을 인정하며 시작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에 도달하는 빈틈없는 인간과 비교하여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소한 배치와 주변 자극, 사회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숙고가 부족한 선택을 하게 되는 존재로 설명된다.




탈러는 합리적 인간은 종합적 사고에 도달하기 전 작동하는 자동시스템, 어림잡기, 비현실적 낙관주의, 손실 기피, 현상 유지 편향성, 프레이밍에 의한 사고의 제한과 같은 비합리적 교란 요소의 영향을 받게 됨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점을 지닌 인간 심리의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 설계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판단했다. 사고의 폭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디폴트 제시, 예측되는 오류에 대한 사전 방지 시스템 마련, 중요한 행동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피드백 제공, 원하는 경험과 감정 요소에 주어진 상황 조건을 대입할 수 있는 매핑, 복잡한 선택을 종합 적하여 조직화하거나 시각화할 수 있는 기법이 선택설계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제안되었다.


 


 

강경태는 행동경제학의 부상을 '계산에서 감정으로의 전환'에 따른 것이며, 인간 행동은 조랑말 같은 이성과 코끼리 같은 감정에 의해 이끌리는 쌍두마차 같다고 묘사했다. 따라서 선택 설계를 포함한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실천 방법들은 인간의 마음 읽기, 심리적 밀고 당기기 논법을 파악하려 한다. 건강과 학습, 저축처럼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일들은 합리적인 차원에서라면 지속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거나 지속되지 못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인간은 없다.


기능성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로부터 특정한 행동 유도를 위해 그것이 얼마나 실제 삶에 유익한 한지를 복잡하게 설득하지 않는다. 게임의 원형적 즐거움은 기능적 쓸모 보다 감정적 쓸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게임 산업은 프로 게이머가 되거나 도박에서 승리하여 재화를 획득하기도 하고, 발전된 게임 기술은 혼재 환경 창조에 유리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게임의 본령은 현실과 동치를 이루지 않은 미묘한 이격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더하여 게임 디자이너의 생각법은 플레이어 행동을 자극하기 위해 합리성 혹은 경제성에 의존하는 대신 즐거움과 분노, 슬픔, 좌절 등 다양한 인간 감정을 활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행동 경제학을 활용한 게임 디자인은 특히 인간의 의식적 선택뿐 아니라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선택을 강화하기 위해 논리적, 교훈적 접근보다 그러한 행동 유도에 적합한 심리와 감정을 이해하도록 조언한다. 게임 디자이너에게 익숙한 경쟁, 분노, 희열, 호기심, 배신감, 승리감, 긴장, 이타심 등의 복잡한 감정은 행동 경제학 용어로는 지각, 인지, 기억, 결정, 의지, 동기의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도모노 노리오(Norio Tomono)는 ‘계산에서 감정으로’를 행동경제학의 슬로건으로 제시한다.

게임 디자이너는 이 표현을 ‘효용에서 재미로’라는 문장으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 경제학과 게임 싱킹은 디자이너, 경영자, 교육자 등 인간에게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의도된 의식과 행동 선택에 관한 변화를 발생시키고픈 경험 설계자들이 활용 가능한 혁신의 방법론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행복 설계 전략: 인간,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종합적, 합리적 판단을 하는 존재


게임에 대한 선입견이나 호불호를 떠나, 오늘날의 인류는 게임과 게임 아닌 맥락 사이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놀이에서 야기된 과정적, 결과적 변화가 현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가상세계로의 탈주(Exodus to the virtual world>, <인공적 세계(Synthetic world)>의 저자 에드워드 카스트로노바(Edward Castronova)는 경제학 관점에서 게임을 포함한 가상세계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탐구해 왔다.


여러 우려와 폄하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가상세계에 투입하는 시간과 행동 자원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으며 심지어 현실 경제 규모를 압도하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실험과 분석 결과다. 경제학자 카스트로노바의 논리는 행동경제학적 시각과 상반된 접근에 기초하고 있다. 그는 현대 인류가 물리적 현실이라는 종래의 생활 기반을 떠나 가상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본질적 이유를 인간이 지닌 합리성에서 찾았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목적과 의도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반대로 인간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합리적 존재이기 때문에 자원 투입 대비 최대 효과 기대가 가능하고 ,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상세계를 적극적으로 탐색하여 참여 행동을 발생시킨다.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질 직업은 게임 디자이너와 게이머다


행동경제학과 가상세계 경제학은 합리적 인간에 관한 인식 차이를 보이면서도, 인간의 선택은 직접적 경제 가치 외에도 심리 가치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공통된 지지를 보낸다. 인간의 합리성에 관한 신뢰는 여러 의견이 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의 선택 행동 시스템 설계 시,  감정 요소를 중심에 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게임 싱킹은 플레이어로서 인간이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정서적 프레임 하에서 놀이로 인식할 수 있는 정교한 경험 설계를 위해 발전시켜온 게임 디자이너의 생각법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게임 싱킹이 순수한 게임 개발 영역뿐 아니라 현실 사회의 혁신에 기여한다는 기대는 게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신화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게임 디자이너들의 실험과 검증을 거쳐 축적되어온 경험 설계와 수정 기법, 즉 인간 심리와 감정을 중심에 두고 그것을 능동적이며 지속 가능한 행동으로 전이, 정착시키는 게임 디자이너들의 전략적 경험 설계 기법을 체계화하여 게임 외적 분야 혁신에 적용하자는 새로운 방법론의 제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은 게임 디자이너의 생각법이 행복 경험 디자인 방법론으로 현실세계 혁신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맥고니걸의 견해는 게임 싱킹을 인간 심리, 특히 행복이라는 궁극의 인간 감정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비롯한 모든 유희적 예술에 추구하는 행복이란 희극으로 단순 치환되는 일차원적 쾌락뿐 아니라, 좌절과 분노, 실패, 배신, 경쟁 같은 비극적 요소들까지 포함된 복합적 감정 작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설적 놀이 경험을 수립하고 그 설계를 반복 순환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게임 싱킹은 디자이너가 행복 경험의 자극에 있어 현실보다 효과적인 게임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게임 외적 상황에 맞는 최적 경험으로 각색하는 설계와 수정의 반복을 융합 디자인 프로세스에 따라 신속하고 종합적으로 이행하고 시각적 수준으로 구체화된 형식과 구조로서 구현하여 일단락된다. 이 과정을 완결이라 표현해서는 안 된다. 게임 싱킹은 한 번의 구축으로 상황을 고정하는 하드 시스템이 아니라, 역동적 변화를 전제하는 소프트 시스템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측정과 설계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게임 싱킹의 기대효과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맥고니걸은 디자이너들에게 인간의 능동적 행복 경험에 기여하는 게임의 특징 10가지를 제시했다.

① 적절한 긴장과 도전 의식을 자극하여 인간의 성장 경험을 강화하는 장애물

② 낙관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쾌와 불쾌 등 모든 인간 감정을 자극하고 활성화

③ 명시적 혹은 비명시적 차이는 있지만 플레이어 스스로 명확히 인식하고 설정할 수 있는 생산 활동

④ 축적된 실패는 성공의 자양분이라는 굳건한 신뢰에 기반하는 더 큰 성공에 대한 희망 제시

⑤ 경쟁마저 유대의 토대가 되는 강력한 사회적 연대감과 교류 활동

⑥ 개인별 난이도와 역량의 적절한 균형감이 만드는 심리적 몰입 기반의 진정성 넘치는 참여

⑦ 보잘것없는 현실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장대한 규모와 이상적 비전 제시

⑧ 노력에 대한 현실세계의 불공정하고, 미흡하며 때늦은 보상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노력한 만큼의 성장 경험과 시의성 높은 보상 체계

⑨ 고독한 현실 사회와 달리, 낯선 사람과도 강력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사회적 확장력

마지막 10번째는 위 특징들의 복합적으로 작용 결과로 이해해도 좋다.  

⑩ 현실과 대비 게임이 플레이어를 보다 긍정적 관점에서 다양한 행동 변화를 수용하고 지속하게 하는 "행복 해킹 시스템"으로 디자인된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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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영, 이영수 (2015). �게임과 현대사회�.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Castronova, E. (2008). Exodus to the virtual world: How online fun is changing reality. Palgrave Macmillan.

Civic, T. (2017). Face it, meatsack: pro gamer will be the only job left. The wired. Retrived from http://bit.ly/2kMp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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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han, C., Kirman, B., & Roche, B. (2015). Gamification as behavioral psychology. The gameful world: Approaches, issues, applications, 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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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Gonigal, J. (2010). Gaming can make a better world. TED: Ideas worth spreading. Retrieved from http://bit.ly/1wJjjzZ

陈禹安. (2015). 玩具思維 :改變未來行業的新思維. 송은진 옮김 (2017). �토이리즘:미래 산업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 �. 서울: 영인미디어.

友野典男 (1954). 行動經濟學 :經濟は「感情」で動いている. 이명희 옮김 (2007). �행동경제학: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 �. 서울: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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