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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Jun 30. 2017

혁신의 방법론, 게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혁신의 방법론, 게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2005년 에세이스트이자 실험적 게임 디자이너 앨런 바니는 웹진 <이스케이피스트(Escapist)>에 ‘Lifegame 2020’이라는 흥미로운 칼럼을 발표했다. 칼럼은 2020년, 인류의 달라진 일상을 그린다. 가상화와 네트워크 기술,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 미래 사회에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면서 결국 우리의 삶은 게임과 유사한 것들로 채워져 마치 24/7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Lifegame 2020, If life is just  a game, We'll be playing 24/7



당시만 해도 풍부한 SF적 상상력 정도로 생각되었던 바니의 미래상은 그로부터 5년여 뒤, 통찰력 있는 게임 디자이너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 제시 셀(Jesse Shell), 세스 프리바치(Seth Priebatsch) 등에 의해 이미 시작된 미래, 현실화된 사건으로 다시금 생생하게 증언되었다. 이들은 TED 강연을 통해 정보 사회에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진화 중인 사회 혁신 과정에서 게임의 힘은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게임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gaming can make better world), 게임의 현실 침투 (when games invade real life), 과열된 정보와 사회적 네트워크 위에 새로 형성될 ‘게임 레이어(game layer)’는 디자이너들이 포착한 게임과 미래 사회의 혁신을 연결하는 주제어이다. 게임 디자이너들의 강연은 유튜브(Youtube)를 통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조어 게이미피케이션을 비롯하여 기능성 게임, 사회 변화를 위한 게임 등 게임의 힘을 게임 외적 분야의 혁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다양한 실험이 재점화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gaming can make better world
 (Jane Mcgonigal)


The game layer on top of the world
(Seth Prebatsch)


Whe games invade real life
 (Jesse Shell)




게임, 콘텐츠에서 콘택스트로


게임에 의한, 게임의 혁신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안하는 디자이너에게 먼 미래가 아닌, 현재의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 정치, 환경, 마케팅, 예술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와 제작자들이 그들 스스로 게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고, 과거 게임을 오락용 콘텐츠 이상으로 관심을 두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이 신조어로 출현한 당시, 이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단기간 뜨거운 붐 조성에 동참했던 것은 달라진 인식과 변화된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함께해 온 원형적 문화이자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오랫동안 긍정과 부정의 극한으로 갈라진 이중적 태도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게임이기 때문에 좋다, 혹은 게임이기 때문에 나쁘다 따위의 이분법적 논리 다툼만으로는 정작 우리가 왜, 어떻게 하면 게임을 통해 혁신에 이를 수 있는지는 설명해 주지 못한다.

HIC 연구자 이자, 게이미피케이션 개념 정립에 앞장서고 있는 세바스찬 디터딩(Sebastian Deterding)은 이러한 대결 구도는 게임을 대상화, 도구화하는데 그치고 있는 좁은 인식에서 기인된다고 비판한다. 이 주장에 동의하며 나 역시 나의 책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게이미피케이션를 협의의 도구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게임이 매체 융합과 진화에 (특히, 소셜 플랫폼 영역에서) 기여한 역할과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그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편견만큼이나, 게임의 힘을 도식화하여 신화적으로 포장하려는 일부 게이미파이어(gamifer)의 태도는 구조(rescue) 대상이라고 일갈한다. 디터딩은 게임의 힘을 현실 일상의 혁신에 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도구(object)로 인식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맥락(context)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과 놀이가 만들어 내는 기저의 변화는, 상황에 대한 전체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다.


디터딩의 주장은 게임이라는 매체의 의미와 가치를 ‘이상적’이라 평가한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n)의 견해와 맞닿는다. 맥루한의 가장 유명한 경구, ‘미디어는 메시지다’는 매체가 내용적으로 담고 있는 콘텐츠보다 매체가 형식을 통해 전달하는 맥락의 우위를 강조했다.


뉴스는 내용에 앞서 이미 뉴스라는 맥락만으로도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것은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과 놀이의 맥락이 전이되지 않는다면, 게임을 유사하게 흉내 낸 콘텐츠라 해도 게임을 게임 아닌 영역의 혁신에 성공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다.



 게임의 도구화가 디자이너의 사유 범위와 활용 목적에 제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은 중국 학자 천위안의 토이리즘(Toylism) 개념으로 이어진다.


테슬라, 샤오미, 텐센트 그룹의 위챗 등 놀이와 게임이 다양한 비즈니스 혁신으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놀이가 지닌 몰입적, 유희적 본성과 놀이 과정에서 촉진되는 애착, 호감, 휴식과 이완은 실용적 도구주의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심리적 영역에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게임을 다른 분야에 도입하고자 할 때, 어떤 목적에 복무하는 단순한 기능적 도구가 아닌 함께 상호작용하고 경험과 정서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혁신의 방법론으로써 게임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들은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 혹은 도구로 인식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이것은 게임이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하여 또 다른 이분법적 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게임은 효율적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게임을 콘텍스트로 인식하는 전향적 시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게임과 놀이가 지닌 경험과 정서는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놀라운 힘을 발휘해 왔다.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게임에 의한, 게임의 혁신은 게임을 콘텐츠 디자인에서 콘택스트 디자인으로 이해하면서 큰 변화를 위한 작은 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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