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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Mar 08. 2018

게임이 SNS의 진화에 남긴 흔적들

SNS, 게임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

SNS

혁명적인 디지털 통신 네트워크 기술인 인터넷은 인류를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로 연결하는 오랜 가능성을 현실화했다. 이전까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 시공간을 초월해 모든 이들이 모든 이들을 향해 열린 소통과 교류를 행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1997년, <식스 디그리즈(Sixdegree.com)>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작은 서비스는 이후 SNS라는 거대한 매체 현상이자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낸 최초의 시도로서 기록된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창업자 앤드류 베인리치(Andrew Weinrich)는 인터넷 시대의 특징적 가능성으로서 ‘내가 모르는 사람 누구라도 내가 아는 사람을 통해 만날 수 있고, 그것은 6단계 사회적 연결 안에서 이뤄진다’는 개념을 제시하며 일종의 인적 자원 확보 경쟁력과 접목시켰다.


최초의 SNS로 분류되는 식스디그리즈닷컴


<식스 디그리즈>는 새로운 기술의 급성장과 맞물려 혁신성을 평가받았지만, 바탕을 이루는 사상은 이미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6단계 분리 이론은 1967년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논문 <작은 세상의 문제들(The small world problem)>을 통해 발표된 내용이기도 하다.


또 인터넷과 데이터베이스로 연결된 미래 사회를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개념으로 먼저 자극한 것이 <뉴로맨서(Nerumencer)>와 같은 SF 소설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학계나 산업계에 앞서 SNS 개념을 제안한 곳은 다름 아닌 문학의 세계였다.


1920년대, 헝가리 극작가 프리게스 카린시(Frigyes Karinthy)가 발표한 단편 <체인링크(Chain-links)>는 기술 발전에 대한 재기 발랄한 토론 장면을 다룬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지구가 통신과 교통 발달로 인해 그 이전의 시대와 비교할 바 없이 작고 가까워지고 있다는 당대의 서술은 오늘날 우리의 상황 인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토론 중 하나의 게임이 제안된다. 15억 인구 가운데 임의의 둘을 선택하면, 누구든 4 혹은 5단계 지인 연결만으로 이들 사이를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 가능성이 그것이다. 카렌시의 소설은 과학적 치밀성 보다 상상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페이스북과 밀라노 대학의 연구 결과, 전 세계 임의의 인구 2명 사이의 거리는 2008년 5.28명, 2011년에는 4.74명으로 단축되었음이 밝혀진다. SNS의 시대에 이르러, 현대 인류는 비로소 연결을 통해 협력하고 경쟁하는 체인링크의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SNS를 통해 5명 이하의 사회적 연결만으로 전 세계가 이어진다


SNS가 일상의 매체가 되면서 ‘소셜’과 ‘네트워킹’ 없는 상호작용 매체를 찾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현상이 일반화될수록 대상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영향력 있는 매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는 본질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SNS는 통상 커뮤니케이션과 소셜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정의된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보이드와 앨리슨(dnah boyd & Nicole Ellison)은 SNS를 개인 신상 정보와 표현 기록이 공개되는 프로필 공간과 그에 연결된 네트워크 목록으로 구성되며 시스템 내부 사람들이 서로의 목록과 프로필을 탐색하며 소통하는 온라인 매체라 통칭한다.


다른 관점에서, 오늘날의 컴퓨터는 단순한 기계 연산 장치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영역에까지 도달한 메타 매체(meta medium)라 주장하는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는 SNS를 인스턴트 메시징, 이메일, 웹브라우저, 3D 가상 세계 등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소통과 공유를 지원하는 상호작용 매체이자 소셜 소프트웨어(social software)의 예시로 설명한다.


SNS의 정의와 통시적 진화 연구에 기여한 Nicole Ellison(좌), danah boyd(중), Lev manovich(우)


이들 두 관점을 연계하여 SNS는 개인 공간과 네트워크 목록 구조를 기반으로 표현 산출물 공유를 통한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소셜 소프트웨어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게임이 SNS의 진화 과정에 미친 영향 파악을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게임은 인류의 장구한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지만, 그것을 매체로 인식하고 구조적 정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독립된 학문으로써 게임학(game studies)이 성립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2001 can be seen as the Year One of Computer Game Studies as an emerging, viable, international, academic field.
 This year has seen the first international scholarly confernence on computer games,  in Copenhagen in March.

by Espen Aarseth (editor in chef, Game Studies)

게임 학자 야스퍼 율은 게임의 정의를 다룬 선행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다음 6가지 조건으로 구성된  ‘클래식 게임 모델(classic game model)’을 제안했다.  


① 고정된 규칙, ②산출물의 가변성과 다양성,

③ 게임 목표 관점에서 갖는 산출물의 이질적 가치,

④ 플레이어의 노력, ⑤ 플레이어의 심리적 애착,

⑥ 현실과 협상 가능한 결과가 그것이다.


 율의 관점에서 6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매체는 게임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게임과 게임 아닌  것의 사이에 경계형 게임(boarder line case)이 존재한다.


경계형 게임은 클래식 게임 모델의 조건을 부분 충족하는 매체이다. 특정 매체가 게임의 너른 경계 영역 내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미리 결정되지 않은 결과, 플레이어의 적극적 참여, 극복할 수 없는 현실 손상이 초래되지 않는 정도의 통제 기능이 필수적이다.


구조적 매체로서 게임의 정의에 적합한 이론은 마크 르블랑, 로빈 휴닉 등이 제안한 MDA 프레임워크다. MDA는 게임을 메커닉스(game mechanics), 다이내믹스(game dynamics), 에스테틱(game esthetics)의 복층 구조를 지닌 매체로 정의한다. 메커닉스는 규칙으로 대표되는 게임의 형식 층위, 다이내믹스는  플레이어 경험이 발생하는 상호작용 층위다. 에스테틱은 문화와 문맥, 매체에 대한 사회적 프레임과 미적 지각이 작용한다.


MDA 프레임워크는 하나의 게임은 각 층위가 분절된 단계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며, 플레이어와 디자이너가 세 개의 층위 모두를 관통하였을 때 비로소 하나의 게임이 온전히 지각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체로서 게임은 게임 형식, 플레이어 경험, 문화와 관습 층위에 걸쳐 형성되며 각 층위 간 총체적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하는 한다는 의미다.


일찍이 마샬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게임을 인간이 지닌 모든 감각을 고양시키며, 어떤 한 가지 감각을 선택하는 양자택일이 아닌 양자 모두를 선택할 수 있는 이상적 매체라 평가했다.


그는 게임이 지닌 힘을 두 가지로 파악하며  ① 인간 감각 전체를 확장하여 당연시 여겨지거나 억압되었던 영역까지 새롭게 바라보고 변화를 추동하게 만드는 점 ② 대상 매체와 맥락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놀이의 이름으로 침투 가능한 총체적 관여의 매체라는 점을 들었다.
 



 게이미피케이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지금까지 게임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던 비게임 매체와 맥락에 게임과 유사한 형식과 경험, 미학을 융합하는 의도적 설계와 그에 따른 변화 양상 전반을 통칭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이 방법적, 현상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면 왜 그러한 융합 시도가 힘을 얻는지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고려 대상이 비게임 매체 혹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것은 대상에 부족한 무언가를 게임 고유의 것으로 채우려 하는 필요와 목적 인식일 것이다.  그것은 앞서 제시한 게임을 게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조건들, 무엇보다 플레이어의 참여 행동과 정서 반응을 유도하는 게임의 구조적 특징과 관련이 있다.


게임은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하는 매체다. 이 관점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은 비게임 매체를 놀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게임과 플레이어 간 능동적, 적극적 상호 관여가  발생하는 매체로 전환시키기 위해 게임 디자인의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초기 게이미피케이션이 포인트, 배지, 리더보드 등 소위 PBL로 상징되는 형식을 통해 손쉽고 빠른 변화를 추구했다면, 새로운 흐름은 매체 진화 원리로써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작용하는 게임의 본질적 특성에 주목한다. 다종 다양한 게임 유형 가운데 목표하는 변화 상황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그 특징을 파악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경험과 습관을 만드는 시도를 꾀하는 것이다.


디자인 목적에 따라 게임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연의 자리에 서기도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자체보다 게임을 통해 게임 아닌 것을 새롭게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융합 상황에서 확연히 게임 요소가 드러나게 적용하는 방식이 있다면, 적용된 게임 요소를 배경처럼 사용하여 드러내기보다 스며드는 전략 선택도 가능하다. 학자에 따라 명칭 차이는 있지만 전자를 전경적 혹은 명시적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후자를 배경적 또는 내포적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게임을 통해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따라, 적합한 게임 유형의 선택도 달라진다.

게임 목적에 따른 두 가지 유형, 즉 루두스와 파이디아 중 어떤 게임의 추구할 것인가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위한 첫 번째 판단을 요구한다.


경쟁과 긴장이 과열되었다면 승부 겨룸이 목적인 루두스 게임보다 자유로움과 여유를 되찾아 주는 표현 중심의 파이디아 게임 도입이 적합할 것이다. 치열한 성장과 자기 극복을 경험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 반대의 선택을 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전략적 적용 유형

그러나 루두스와 파이디아는 독립 배타적 관계는 아니다.

경쟁 속에 끈끈한 협력과 창의적 표현이 탄생하고, 자유로운 표현 속에 더 나은 표현을 향한 대결이 존재하는 것은 게임이라는 매체의 본질이다.


SNS의 진화 과정에 미친 게임의 영향 또한 연결과 소통이라는 게임 외적 목적에 더하여 승부와 표현 사이의 적절한 균형과 조합을 통해 흥미로운 놀이와 게임의 맥락을 설계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Reference:

권보연(2015). �게이미피케이션�. 커뮤니케이션북스.

권보연(2015). �SNS의 게임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박사학위논문.

Chou Y. (2014). Actionable Gamicifation. 에이티이지랩, 김상균, 윤형섭, 고희윤 옮김 (2017). �게이미피케이션 실전전략: 포인트, 배지, 그리고 킹 차트를 넘어서�. 홍릉과학출판사.

Ellison, N. B. (2007). Social network sites: Definition, history, and scholarship. Journal of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13(1), 210-230.

Jesper, J.(2005). Half-real: Video games between real rules and fictional worlds. The MIT Press.

Karinthy, F. (1929). Chain-links. Everything is different. Available: http://bit.ly/2oXhYpm

McLuhan, M.(1964). Terrence, W. G.(Ed.).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New American Library. 김상호 옮김(2011).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Ugander, J., Karrer, B., Backstrom, L., & Marlow, C. (2011). The anatomy of the facebook social graph. arXiv preprint arXiv:1111.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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