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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Mar 11. 2018

SNS, 표현과 경쟁의 놀이터

상태 변화 시스템과 상징 서사 시스템

SNS와 게임의 목적


SNS는 연결을 위한 공개, 공개를 통한 상호작용 구조를 지닌 매체다. SNS 사용자라면 연결과 소통을 위해 스스로를 드러내고 상대와 상호작용 해야 하며, 그 과정 속에서 더 나은 소통을 이룬 결과물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 운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과 공개 기반 상호작용이 전제된 SNS의 특징은 경쟁과 표현이 게임 메카닉스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인  놀이 목적, 즉 서로 다른 놀이 지향을 지닌 루두스(ludus)와 파이디아(Paidia)의 게임과 결합을 통해 게이미피케이션을 시작하도록 만든다.  


요한 하위징하와 로제 까유와(Johan Huizinga & Roger Caollois) 이래 게임은 두 개의 유형으로 크게 구분되고 있다. 먼저, 루두스는 경쟁을 향하는 세계다.


놀이는 겨룸과 경쟁을 추구하며 명료한 승부 조건에 의한 승패 결정이 분명하다. 파이디아는 승부 결정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표현을 즐기는 세계다. 루두스와 비교하여 하는 일들에 관해 느슨한 규칙들은 금기와 억압을 깨뜨리는 수준의 표현에도 관대한 것이 특징이다.  


놀이 세계의 두 지향, 게임의 유형


경쟁과 표현이라는 이질적 놀이 목적은 플레이어에게 전혀 다른 상호작용과 판단 근거를 발생시키는 차이의 원천이다. SNS가 게임과 융합할 때, 게임 메커닉스의 어떤 목적을 택하는가는 이후 다른 게임 구성 요소들의 속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큰 범주로서 SNS라는 이름을 공유하더라도 세부 서비스 지향에 따라 지배적 게임 메카닉 스는 상이 해 진다. 다양하고 새로운 표현 목적에 충실한 SNS를 만들려 한다면 파이디아의 메카닉스, 더 치열하고 경쟁적인 SNS를 설계한다면 루두스의 메카닉스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점은 상반된 두 개의 놀이 세계는 배타적이지 않고, 구조적으로 혼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를 통해 영향력 있는 SNS의 게임 목적을 살펴보자.


시시각각 더 많이 주목받는 콘텐츠나 사람이 존재하지만 최종 승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시적 조건이 정의되어 있지 않다. 종결과 끝의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며, SNS의 무게중심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더 자유롭고, 더 나은 표현에 두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다.


이들 SNS에서 파이디아의 바탕을 지원하는 것은 궁극적 목적에 부합하는 정교한 규칙들, 즉 SNS에서 다양한 표현을 지원하는 여러 기능이다. SNS가 보유한 표현 기능은 콘텐츠 생성 영역뿐 아니라 공개 콘텐츠에 반응하는 영역에서의 표현 기능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랠리를 중단 시키는 자가, 진다.

표현 게임으로서 SNS는 누군가의 일방적 표현을 수용하는 곳이 아니다. SNS에서는 끝없이 주고받는 랠리(rally)의 즐거움을 발생시키는 표현이 더 나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거대한 표현의 파이디아 속에 더 나은 표현 경쟁이 펼쳐지는 수많은 작은 루두스가 잉태된다.   
 



상태 변화 피드백


주요 SNS의 서비스 양상을 보면 댓글, 좋아요, 공유 같은 콘텐츠별 반응 행동 정량 피드백이  일반적이다. 관련하여 게이브 지커만(Gabe Zichermann)은 SNS의 수치화된 반응 피드백은 게이미피케이션 기본 형식인 포인트, 배지, 순위표, 프로그래스 바의 수용이며, SNS 고유의 ‘포인트 메카닉스’로 정착되었다고 지적했다.


정량 반응 값은 SNS 네트워크의 공동지표이며 사용자들이 해당 정보를 표현 경쟁에 대한 상태 변화 피드백으로 참고하여 적합한 행동을 선택, 조정하기 때문이다. 명시적, 최종적이지는 않지만 SNS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반응을 획득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표현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댓글 수나 시간 정보와 같은 정량 피드백 외에도 이미지와 상징 기반의 정성적 상태 변화 피드백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초기 SNS <싸이월드(Cyworld)>는 사용자 정체성 상징을 위해 페이머스, 액티브, 카르마, 에로틱, 프렌들리, 카인드 등 지표 항목을 개발했다. 각 정체성은 ‘매력지수’라는 명칭의 프로그래스 바를 통해  달성도를 공개하면서 질적, 양적 피드백 기능을 수행했다.


싸이월드 매력지수


창업자 이동형은 싸이월드 매력지수 개발 시, MMORPG <리니지(Lineage)>의 피드백 시스템을 참고하면서 자기표현 목적을 지닌  SNS 특징에 적합하도록 지표를 다시 설계했다고 밝혔다. 생성과 반응이라는 표현 촉진을 위해 SNS에 게임 메카닉스를 이식하고 서비스에서 장려하는 행동 중심 변화 정보를 제공하여 이를 자극하는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활용한 것이다.


배지를 활용한 싸이월드 심볼 시스템


카트라이더 엠블럼 시스템

이를 통해 SNS 사용자는 특정 게임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빠르게 이해하고 실천을 지속하는 플레이어처럼 변한다. 긍정적 피드백 루프에 노출됨으로써 콘텐츠 생성과 반응의 순환 구조에 적극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피드백 시스템 항목과 변화하는 지표가 궁극적 목표 달성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구체화하고 현재 사용자의 상태와 수준을 전달하며 이를 지원한다.


<페이스북> ‘활동로그’는 초기 SNS 대비, 수집 가능한 데이터 범위와 규모가 증폭되며 고도화된 상태변화 피드백 시스템이다.


활동로그에는 자신을 포함하여, 연결 네트워크에 속한 사용자들 발생시킨 모든 표현 행동 값이 행동 주체인 개별 인물 정보와 결합하여 시각, 빈도와 같은 수치화된 정보 형태로 기록된다. 방대한 활동로그 정보는 PC 웹에서 열람되는데, 표현 놀이의 단기 전략보다 사용자가 설정한 표현 놀이의 바람직한 목적과 변화 조정을 위한 장기적 가늠자 역할이 강조된다.  




 상징 서사 피드백


2014년, <포스퀘어(Foursquare)>는 모바일 SNS의 핵심 행동은  장소 기록 촉진을 위해 장소와 빈도, 방문 시간 정보를 조합하여 200여 종의 흥미로운 시각 상징으로 표현하고, 실시간 승부 조건에 바탕하는 경쟁적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여 크게 주목받았다.



포스퀘어 배지 시스템


 <포스퀘어>는 숫자가 적힌 바닥에 돌을 던져 한발 뛰기 등으로 공간을 점령하는 어린이들의 ‘땅따먹기’ 놀이에서 이름을 차용하면서 게임 메카닉스가 적극 수용된 SNS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창업자 데니스 크라울리(Dennis Crowley)는 일찍이 SNS와 게임 메카닉스의 결합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그가 <포스퀘어> 보다 앞서 개발하여 구글에 매각한 지오태깅(geo-tagging) SNS의 이름은 <닷지볼(Dodgeball>. 피구 놀이의 이름과 같다. 그가 보여준 일련의 작명에는 SNS를 표현과 경쟁의 놀이터로 설계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공놀이 게임, 닷지볼(좌)/ 포스퀘어(우)

<포스퀘어>는 배지와 같은 시각 상징이 사용자의 특정 행동에 대한 강도와 빈도를 자극할 뿐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이야기 표현을 돕는 서사 피드백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이러한 시도는 협업 기반 미션 수행 SNS<스피어(Spire)>와 포토 스토리텔링 SNS <위하트픽스(WeheartPics)>등 유사시기에 등장한 SNS들의 피드백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도전 목표의 종류와 성취 등을 의미 묶음으로 조합, 마치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경험하게 만드는 의미 기반 배지 수백여 종이 개발되고 정량적 점수 체계와 연동하는 ‘상징 서사 피드백 방식이 전파되기 시작한다.


<Spire>의 피드백 시스템 (2015)

초기 게이미피케이션에서 포인트, 배지, 순위표  등 소위 PBL이 마치 마법 주문처럼 강조된 시기에 SNS와 게임의 결합 시도에서도 비슷한 기대감이 부풀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징 서사 시스템 적용만으로 SNS가  혁신에 이를 수 없음은 이후 시장과 사용자의 평가를 통해 재검증되었다.


유사한 방법론을 활용한 피드백 설계의 성공 사례로 대표 사례로 <스트라바(Strava)>가 있다.


<스트라바>는 전 세계 바이커와 러너를 연결하는 운동 동호인을 위한 SNS다. <스트라바>에서 상징 서사 피드백은 숫자 정보만으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운동 계획, 달성 과정과 결과를 플레이어에게 의미 맥락이 있는 이야기로 전달함으로써 목표 갱신과 행동 지속을 지원한다.




<스트라바> 배지 시스템


단순히 많은 종류의 배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SNS의 활성화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 후, 상징 서사 시스템을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는 대표 분야로 헬스케어/피트니스 또는 학습/교육 분야 SNS가 권장되고 있다.


 해당 영역 SNS에서 사용자에게 기대하는 변화는 장기적인 행동과 태도 유지를 요구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변화가 크지 않은 유사 행동의 반복을 통해 나타난다.  


이 경우, 상징 서사는 기계적 행동 측정값이 주는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의 도전이 사용자에게 주는 의미를 연결 네트워크 안에서 해석하는 것은 이야기 경험에 기반하는 변화무쌍한 서사적 성장으로 인식시키고 극적 자극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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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연(2017). �게임싱킹, 게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커뮤니케이션북스.

노승헌 (2012).  �소셜 네트워크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길벗.

Caillois, R.(1961). Man, play and games. 『놀이와 인간』. 이상률 옮김(2003). 서울: 문예출판사.

Huizinga, J. (1955). Homo Ludens, A study of the play element in culture. 『호모 루덴스: 놀이와 문화에 관한 연구』. 김윤수 역(1993). 서울: 도서출판 까치.

Karl M.K. (2012). The gamification of learning and instruction: game-based metods and strategies for training and education. 권혜정 옮김 (2016). �게이미피케이션, 교육에 게임을 더하다: 학습 전문가를 위한 게임화�.에이콘.

Marston, H. R., & Hall, A. K. (2015). Gamification: applications for health promotion. Handbook of Research on Holistic Perspectives in Gamification for Clinical Practice, 78-102.

Glover, I. (2013). Play as you learn: gamification as a technique for motivating learners. Proceedings of World Conference on Educational Multimedia, Hypermedia and Telecommunications 2013, 1999-2008.

Zichermann, G., & Cunningham, C.(2011), Gamification by design. 정진영· 송준호 · 김지원 옮김(2012). 『게이미피케이션: 웹과 모바일 앱에 게임 기법 불어넣기』.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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