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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May 09. 2018

레벨 업과 SNS 경험 패턴

SNS 사용자 경험의 처음, 중간, 끝

단계별 경험 변화

SNS과 게임은 시스템과 인간 사이의 다양한 상호작용 경험을 통해 작동하는 매체다. 규칙과 시스템만으로 가능한 상태변화는 없다. 인간에 의한 선택과 행동이 있을 때, 즉 인간 경험이 발생할 때 비로소 상호작용 매체가 지닌 온전한 의미가 나타날 수 있다. 

리처드 바틀(Richard Bartle)은 1990년대  초기 컴퓨터 게임인 MUD 연구를 통해 놀이 과정에서 인간 경험이란 단일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며, 한 사람에게서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변화무쌍한 역동적 대상임을 통찰했다. 


놀이를 통해 나타나는 플레이어 경험을 성취, 탐험과 발견, 사회적 교류와 협력, 경쟁으로 구분한 바틀의 연구는 게임뿐 아니라 SNS를 비롯한 여러 상호작용 매체에서 인간 경험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끝없는 성장과 변화를 전제하는 과정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플레이 유형론 관점을 적용할 때, 대표적 상호작용 매체인 SNS에도 사용자 경험의 단계별 특징이 나타난다. 시스템 규칙 그리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에 따른 경험 축적과 성숙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SNS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단계별 플레이 패턴으로 분석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다. 


SNS 사용 경험을 놀이 유형의 주제어로 검토하면 다음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경험 중 지각되는 협력적 놀이 배경이다. 승부와 경쟁이 치열해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상호 경험이 작동한다면 협력가의 우세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는 공격 행동조차 전체 네트워크의 공생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SNS에서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최종 종결 보다, 승리와 패배를 함께 나누는 가운데 활동을 이어가는 연쇄 경험이 더 중요하다.  


둘째, 자유롭고 독창적인 표현을 강조하는 놀이 맥락이다. 

협력 경험이 부각되는 사회문화 시스템에서 다양성과 새로움은 발전적 가치로 존중된다. SNS에서 경쟁은 본질적으로 더 나은 표현을 추구하는 영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결조차도 객관적 승부가 뚜렷한 루두스 대비 주관적 정서가 강조되는 파이디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셋째, SNS는 오픈 엔드(open-end) 경험 시스템으로 시간의 영속성과 무한성을 통해 작동한다. 

시간 한계를 두지 않는 구조로 인해 플레이어와 매체 상호작용은 끝없이 이어진다. SNS에서 사용자는 경험이 지속되어 온 시간의 경과와 축적 상태에 따라 대면한 상황을 달리 해석한다. 인식된 조건과 맥락이 달라지면 그의 욕망과 심리 상태도 크게 변하기 때문에 SNS에서도 게임의 레벨업과 유사한 단계별 경험 성장과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초급 레벨, 랠리 게임의 경험  


SNS 초급 레벨은 사용 경험의 진입기다. 초급 사용자는 SNS를 통한 사회적 네트워크 확장을 단계 목표로 수용하여 플레이에 참여한다. 이 단계는 필수 기능 학습과 이를 활용한 빈번한 콘텐츠 생산과 개방적 친구 확대 같은 행동 특징이 두드러진다. 


SNS 사용자가 표현 네트워크의 크기를 자기 영향력과 비례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플레이 경험 중 ‘성취’ 목표가 크게 부각된다. 초급 SNS 플레이어가 도전하는 필수 과제는 낯선 사람과 관계 맺기다. 다나 보이드(dnah boyd & Nicole Ellison)에 따르면 SNS는 통상 오프라인 인맥에 의존하게 되지만 규모 확대를 목표한다면 플레이어는 지인 네트워크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지의 네트워크를 받아들이는 변화를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취 목적에 부응하는 초급 SNS 플레이어의 확대 지향성이 결합하면서 낯선 네트워크를 불안 요소로 인식하여 피하는 대신,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고 이를 수용하여 네트워크의 성장과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으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초급 레벨 단계 목표인 성취는 시스템 피드백을 통해 전달된다. 

SNS에 처음 접속한 사람들은 친구도 콘텐츠도 없는 제로 세팅(zero setting) 상태에 놓인다.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 네트워크와 어우러지는 사회적 놀이터인 SNS 경험은 이처럼 고립과 단절 상태에서 출발한다. 시스템 피드백을 통해 플레이어는 사회적 자산이 전무하고 이곳에서 진정한 도전이란 보유한 것들을 지키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다. 모든 관계와 콘텐츠는 최초의 제로 상태 극복을 위해 새로이 쌓고 만들어져야 한다. 


적극적 표현과 우호적 교류를 요구하는 성취 퀘스트가 제시되면서 랠리 게임(rally games)의 이어가기 경험이 촉진된다. 


랠리, 이어가지 못하면 진다


초급 SNS에서 랠리 패턴이 부각되는 이유는 첫째, 랠리 게임의 승부 조건이 연결을 단절시킨 한 명의 패자 외에는 모두를 승자로 간주하는 너그러운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높은 승률이 기대되는 놀이 방식은 성취 목표를 가진 초보 플레이어에게 유리하다. 


둘째, SNS의 초기 성장 지표가 질적 요소를 평가하지 않고 양적 규모만을 피드백하기 때문이다. 감점 없는 양적 측정 방식은 랠리가 이어진 만큼 플레이어의 표현 경쟁력에 합산되기 때문에 초급 단계의 성취 목적 달성에 적합하다. 




중급 레벨, 전략 게임의 경험 


SNS 연구자 김해원은 진입기 후 사용자가 도달하는 중급 레벨 경험을 도취기로 분류한다. 중급 레벨 대규모 네트워크에 연결된 SNS 플레이어는 일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평범한 나를 향한 타자의 뜨거운 반응을 대면한다. 그것은 SNS에 접속할 때만 허용되는 특별한 경험으로 현실과 다른 세계, 매직 서클로 작용한다. 


표현 경쟁력을 인정받는 경험은 사용자에게 자기도취를 통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플레이어는 SNS 상의 표현 영향력 유지에는 방어보다 공격적 플레이가 효과적 전략임을 깨닫는다. 중급 레벨의 표현 목적은 다른 플레이어와 비교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급 레벨에 두드러진 자기애는 SNS의 영웅인 나는 현실의 나로부터 확장된 존재이자, 현실의 나와 다른 존재임을 ‘동시에’ 인식하는 이중 구조로 작용한다. 놀이꾼의 사고 체계처럼 현실의 나(Person), 놀이하는 플레이어(Player), 놀이 세계 속의 페르소나(Persona)를 서로 같고 또한 다른 존재로 함께 인지하며 제어하는 것이다. 


왕의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경쟁 감각은 무딘 현실 감각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 관한 현실을 명백히 지각하기 때문에 가열된다. 경제학자 카스트로노바(Edward Castronova)는 인류가 현실을 떠나 가상 매체를 향한 몰두와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냉철한 경제적 판단 결과라고 지적했다. 중급 플레이어는 현실과 SNS 사이에서 둘의 환경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 나은 가치에 애착과 노력을 집중하며 도전적 경쟁에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플레이어의 표현 역량과 시작 시점이 상이한 상황에서 먼저 시작한 이가 수월한 경쟁을 지속한다면 SNS가 공정한 균형감을 지닌 게임화의 산물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SNS는 특정 플레이어의 압도적 우위를 방지하기 위해 캐치업(catch up) 작용이 허용된다. 현재 선두라 해도 플레이어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대규모 부정적 공격이 시작되면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표현 게임 관점에서 SNS는 플레이어 스스로 왕좌에 오를 수 없다. 왕의 자리는 오직 다른 플레이어의 선택과 선택의 유지기간 동안만 유효하다. 중급 레벨 플레이어가 점유한 지위는 그의 표현 결과물에 대한 우호 세력과 대항 세력 간의 평가 경쟁에 종속적이다. 


SNS는 대표적인 멀티플레이 시스템으로 다수가 개입하여 힘의 역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급 레벨 SNS 사용자는 전략 게임(strategy games) 플레이어처럼 불확실한 선두 상태와 반전 가능한 대결 구조를 이해하고 적합한 작전을 수립한다.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가, 유일한 것은 없다


플레이어가 상황에 따라 공격과 방어 대상을 판단하고 표현 순차와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의도적이며 경쟁을 의식한 판단 결과다. 





마스터 레벨, 트랙 게임의 경험 


중급 레벨에서 열광과 비난이 혼재된 경쟁을 경험한 뒤, 플레이어는 SNS의 복잡한 맥락 구조에 장기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기준 변화를 시도한다. SNS 경험 주기에서 이 시기는 조정/성숙기로 규정된다. 나와 타자의 다름을 성숙하게 이해하는 단계인 마스터 레벨이 시작되는 단계다. 


마스터 레벨에서 SNS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추종해온 시스템 관점의 표준 규범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주관과 상황, 가치관에 부합하는 목표를 찾는다. 표현 경험의 축은 시스템이 부여 한 공통 과제 달성 대신,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과제의 발견으로 이동한다.  


마스터 레벨에서 SNS 활동의 타당성은 시스템 피드백이 지시하는 객관적, 양적 지표에 의존하지 않는다. 마스터 레벨의 도전 과제는 나에게 적합한 표현 기준과 체계를 발견하는 것에 있다.  


마스터 레벨은 SNS 사용 경험이 가장 무르익은 시점에 형성된다. 초급과 중급 단계를 거치며 축적된 경험은 더 이상 시스템의 지시 사항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며, 자신이 원하는 바와 옳다고 판단하는 바에 따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허수의 친구를 정리하고, 실시간 알림을 해제하여 SNS로 인한 물리적 속박에서 벗어나거나, 표현 경쟁을 부추기는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며 자발적 휴식기를 갖기도 한다. 


마스터 레벨에서 중요한 것은 SNS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다양한 플레이 패턴을 전체적 관점에서 탐험하면서 그곳에서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성숙한 플레이어는 양적 측면보다 질적 측면에서 관계를 이해하고, 나와 같은 사람만큼 나와 다르고 대립하는 사람의 표현을 인정한다. 기능적, 도구적으로 경험되어 온 SNS가 사회적, 문화적 경험 차원으로 이동하는 변화다. 


 마스터 레벨 플레이어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존재다. 

경쟁은 이질적인 존재가 서로를 자극하고 발전하게 만들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트랙 레이싱 게임 100미터 달리기에는 언제나 치열한 경쟁이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상대방의 실패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경로를 유지하면서 자기 기록을 경신하여 종합적인 순위를 향상하기 위해 능동적 플레이를 펼친다. 


경쟁은 있다. 공격과 방해는 없다. 


경험 많은 SNS 플레이어에게 타인은 더 이상 무찔러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다. 그들은 더 나은 풍성한 표현을 가능하게 만드는 동반자다. 동반자는 나와 세계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고 탐험하는 마스터 레벨 단계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자원이며, 표현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자유로움과 새로움의 원천이다. 


 



참고문헌

권보연(2015). �SNS의 게임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박사학위논문. 

김해원, & 박동숙. (2013). 소셜네트워크 거주민으로 살아가기. 한국언론학보, 57(2), 287-315. 

Bartle, R. (1996). Hearts, clubs, diamonds, spades: Players who suit MUDs. Journal of MUD research, 1(1), 19.

Boyd, D., & Ellison, N. (2010). Social network sites: definition, history, and scholarship. IEEE Engineering Management Review, 3(38), 16-31. 

Castronova, E. (2008). Exodus to the virtual world: How online fun is changing reality. Palgrave Macmillan. 

Ellison, N. B., & Boyd, D. M. (2013). Sociality through social network sites. In The Oxford handbook of internet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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