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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Mar 23. 2017

게임씽킹이란 무엇인가

게임 디자이너 처럼 생각하기

게임 씽킹과 게이미피케이션



‘게임 씽킹(Game thinking)’은 '게임 요소(Game elements)'와 함께 게임 아닌 맥락들을 게임으로 전환 시킨다는 현상과 전략을 통칭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구체화하고 운용하기 위한 핵심 원소로 규정된다. 게임 씽킹은 게이미피케이션이 주목 받으면서 동반 성장한 까닭에, 게임 씽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이미피케이션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닉 펠링(Nick Pelling) 이라는 영국 IT 컨설턴트는 전자기기 사용자의 제품 만족도 향상을 위해 게임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흥미로운 구상이었지만 당시 펠링의 제안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고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용어 또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유희 매체로서 게임이 인류에게 재미 이상의 영역에서 현실적 영향을 미치는 다른 의미와 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진지한 탐색은 중단되지 않았고 오히려 범위를 확대하며 심화되었다.  


2000년 초, 신조어의 첫흥행은 실패했다.
그러나 실험은 계속 되었고
마침내 게이미피케이션은 2010년 무렵
리브랜딩에 성공한다

 

신조어 출현이 유사 개념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산업계와 학계, 대중의 기대감 형성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게임의 힘을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하려했던 관심과 실험의 출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자질을 포착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거의 무제한적으로 이질적 맥락과 매체와 융합 가능한 원형적 매개성,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적 삶에 밀착되어 인간 정서와 경험을 고양시키는 감각적 반전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인류가 게임의 특질들을 비게임 분야에 적용해온 역사는 인류사의 근원과 시기를 함께 한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한참을 물러선다해도 짧게는 1960년대부터 보다 현대적인 매체 연구, 게임 연구를 통해 게임의 힘을 현실 일상의 영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논의와 실험을 지속해 왔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장르가 되었지만 다른 목적의 게임, 기능성 게임, 설득적 게임, 대체 현실 게임, 세상을 바꾸는 게임 등은 일차적으로는 재미와 즐거움이 목적인 게임이 게임 외적 영역에서 디자이너가 플레이어에게 의도하는 또 다른 목적 달성과 경험 생성에 까지 기여할 수 있음을 실증해 온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특히, 2010년 이후 비즈니스와 마케팅 분야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고객 관여도를 높이고 그들의 지속적 사용 동기 강화, 능동적 문제 해결력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유희 매체인 게임이 지니고 있는 특징적 요소들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은 일종의 미래형 신기술이자 혁신의 방법론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신조어로서 게이미피케이션의 개념 정착과 확산을 위해  전문가들은 '게임 씽킹(Game thinking)'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끌어 들인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씽킹과
게임 기법을 활용해
사용자를 몰입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초기 게이미피케이션 논의를 주도한 컨설턴트 게이브 지커만(Gabe Zichermann)은 게이미피케이션을 기능성 게임, 게임포체인지, 애드버게이밍 등 그동안 게임 외적인 분야에 게임을 활용하고자 했던 여러 논의를 하나로 묶어 내는 개념이라 설명하며,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씽킹과 기법을 활용해 사용자를 몰입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으로 정의한다. 그의 정의를 인용함에, 게임 씽킹은 게임 기법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설계하고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핵심적이며 고유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지커만의 저서 뿐 아니라 게이미피케이션 주제의 많은 국내 문헌들은 게임 씽킹을 게임적 사고로 번역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우리말 게임화와 혼용되기도 하고, 게임 씽킹 또한 게임적 사고로 번역될 수 있다. 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을 게임화로 칭할 때, 신조어가 지시하는 게임과 비게임의 비관습적 영역이 날카롭게 포착되지 않는 것처럼, 게임적 사고라는 다분히 일반화된 용어로는 새로운 개념의 구상과 실천을 위해 요구되는 독창적 사고 체계와 혁신적 소통 방법이 무엇인지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게이미피케이션의 현실화를 위한 필수 요소로서 게임 씽킹에 대한 보다 적확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게임 씽킹은 게임적 사고 보다
게임 씽킹으로 불려야 옳다





그래서, 도대체 게임 씽킹이란 무엇인가


와튼스쿨의 케빈 워바흐와 뉴욕 로스쿨의 댄 헌터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초기 단계의 과열된 기대와 맹목적 적용 시도가 우려를 낳기 시작한 2012년 무렵, ‘승리를 위하여: 게임 씽킹이 당신의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방법 (For the win: How game thinking can revolutionize your business)’라는 제목의 공동연구서를 발표한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 그들은 게임 씽킹을 바람직한 게이미피케이션의 설계와 구현을 위한 핵심 기재로 주목했다.


이들에게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이 아닌 맥락에서 게임 요소와 게임 디자인 기법을 사용하는 일로 정의된다. 게임 요소, 게임 디자인, 비게임 맥락은 게이미피케이션의 구성 요소이며 엄밀한 의미로 게임 씽킹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바흐와 헌터가 게임 씽킹을 게이미피케이션 수행을 위한 중심축으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케빈 워바흐, 핸 헌터

게임 씽킹이란 게이미피케이션이 시도되는 상황에서 게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뜻한다. 따라서 게이미피케이션과 게임 씽킹의 관계는 전자가 후자를 포함하는 상위의 개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로 게이미피메이션은 게임 씽킹 없이 실현될 수 없다. 반면, 게임 씽킹은 게이미피케이션 외에도 순수한 게임 디자인을 포함하여 보다 다양한 경우에까지 활용된다. 즉 게임 씽킹과 게이미피케이션은 전자가 후자의 충분조건, 후자는 전자의 필요조건으로 관계를 맺는다.


정리해보자.

게임 씽킹은 서비스와 상품의 제작자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매력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창조함으로써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을 지속하며, 문제적 상황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의도된 디자인 행위다. 게임 디자이너의 사고 체계와 결과 생성 과정은 게임 고유의 특징들로 인해 재미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갖고 게이미피케이션을 시도하는 디자이너가 게임 요소와 게임 디자인을 다양한 비게임 맥락에 마땅히 적용하기 위해 수용하고 숙련에 이르러야 하는 생각 기법으로 적합하고 또한 유효하다.


게임 씽킹은 서비스와 상품 제작자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매력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창조함으로써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을 지속하며, 문제적 상황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의도된 디자인 행위다


 그러나 게임 씽킹은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혁신을 시도하는 디자이너와 리더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용하기 위해 예외 없이 장착해야 하는 무기에 해당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전략이 그렇듯 게임 씽킹 또한 마법의 열쇄가 될 수 는 없을 것이다. 게임 씽킹과 게이미피케이션의 관계는 수많은 요소들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자동차와 이를 운행하는 경험 많은 운전자의 사고와 닮아있다.


게임 씽킹은 게임의 종류와 목적, 플레이어의 유형에 따라 다종다양하게 달라지는 게임을 창작하는 노련한 디자이너를 모방한다. '게임 디자이너 처럼 생각하라', 왜? 게임 디자이너의 절치부심. 즉, 게임을 구성하는 형식, 경험, 미학적 체계를 선별하고 채택하는 사고와 디자인 과정이 곧 게임 씽킹이기 때문이다.


게임 씽킹 없이 제작자와 사용자 모두 만족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설계와 구현, 운용이 가능할까?

아니, 그것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Rerefence

권보연(2015). SNS의 게임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박사학위논문.

권보연(2015). 게이미피케이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Zichermann, G., Cunningham, C. (2011). Gamification by design: Implementing game mechanics in web and mobile apps., O'Reilly Media, Inc.

Werbach, K., Hunter, D. (2012). For the win: How game thinking can revolutionize your business. Wharton Digital Press.




앞으로 게임 씽킹과 게이미피케이션 주제로 브런치연재를 해보려 합니다. 가능한 쉽고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gamethinking #게임씽킹 #게이미피케이션 #혁신방법론 #플레이어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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