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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Jul 19. 2018

플레이. 시리아. 이야기를 만들다

첫 번째 스토리 워크숍

2018년 7월 11일


오늘은 플레이 시리아 스토리 창작팀 멤버가 모두 모여서 첫 번째 스토리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각자 수집 분석해온 시리아 관련 정보와 이야기 뭉치들을 모아서 공유하며 우리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토리 워크숍 이전에 와합 사무국장과의 첫 번째 인터뷰가 있었고, 사진전과 시리아 우리를 깨우는 소리 모임에도 다녀왔고 시리아를 주제 혹은 소재로 하는 여러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했으며 와합이 때때로 공유해준 시리아 관련 미디어 뉴스와 사람들의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시리아 관련한 많은 키워드들을 검색하며 지식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창작팀이 일치된 의견을 보인 부분은

교훈적인 이야기로 치장하기보다
우리가 알게 된 것, 우리가 알아가는 과정을 그 자체로 보여주자

였습니다. 


창작팀은 이야기 구성을 위해 사건 목록, 아이템/오브제 목록, 인물 목록을 만들고 전체적인 얼개 구성했습니다. 실제 목표 분량인 60P 기준으로 서사 분기 구조를 먼저 디자인하였는데 이야기의 디테일에 따라 설계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무려 아침 10시 부터 진행된 워크샵


우리의 고민은, 여전히 시리아와 한국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를 당겨올 만한 이야기적인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사는 시리아 사람을 인물 설정으로 놓는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죠. 


Choose your own adventure는 이를 위해 2인칭 서사 시점을 사용하는데, 인물을 설정한 뒤 이제부터 You가 이 인물이다 라고 지정하는 것이죠. 플레이어가 놀이를 시작한다는 것은 지정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You로써 행동하고 생각하기를 수용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제 부터 당신이 주인공이에요. YOU.

 

2인칭 시점을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시리아, 난민 키워드가 이곳 한국에서 멀고 먼 땅의 막연한 이야기로 여겨집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도입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창작팀에 처음 제안된 아이디어는 한국에 살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부모님이 모두 노동자인 환경을 설정했습니다. 혼자 남겨진 방안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다가 벌어지는 어떤 해프닝이 도입이 되는 것이죠. 


이 아이디어에 대해서, 나온 다른 결의 제안은 한국의 시리아인, 고된 노동자로써의 삶, 홀로 남겨진 아이라는 설정이 오히려 어떤 편견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팀원들 중에는 아랍 출신으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아랍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쳐 주는 교사도 계시고, 또 실제로 한국에 살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이 시리아에서 매우 다양한 직업 (전문직을 포함한)에 종사해 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야 하는 지점은 뻔한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시리아에서 교사였고, 변호사였고, 사업가였던 사람들이 한국에서 이전의 일상과 온전히 연결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들이 용감하게 희망을 갖고 일상을 지켜나가려 (문화적, 정서적으로도) 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의 틀을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인류 보편적으로 축하하고 기념해야 하는 그런 이벤트들에 대해서요. 

생일, 결혼, 아주 특별한 명절 같은. 그런 날의 풍경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면 어떨까요.      




스토리 구조 논의에 이어

우리들은 오영진 선생의 리드로 시리아 관련된 기존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습니다. 
* 더 많은 플레이 리스트를 공유하셨지만, 프로젝트 다이어리에는 몇 개만 기록해 봅니다. 


1. Against All Odds

우리는 난민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이유로 난민이 되고 어떤 어려움에 처하고 어떻게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Against All Odds는
1) 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 박해와 갈등 상황, 2) 국경을 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죽을 고비들과 위기 기 상황, 3) 간신히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은 삶을 게임을 통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플레이 과정 중 연관된 fact를 확인할 수 있는 web fact 섹션을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난민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현실 인식을 강하게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디자인이 특징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http://www.unhcr.org/against-all-odds.html



2. 1000 days of syria

우리 프로젝트 팀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게임이죠. 게임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Mitch Swenson는 2013년 시리아를 직접 여행 한 뒤, 그들의 상황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으로 텍스트 기반의 뉴스 게임을 제작하게 됩니다.  1000일의 시리아는 시리아 내전 직후 첫 3년 동안, 평범한 시리아인 어머니, 반군, 외신 기자가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 변화를 플레이어가 글로써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이 의도적으로 자제되고 플레이어가 오직 글자에 의지하여 상황을 판단하며 사건에 관한 중요한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리아가 정확히 어느 위치인지...몰랐다면 지도를...

http://www.1000daysofsyria.com/



3. Pathout


Pathout은 2014년 시리아를 탈출한 게임 디자이너 Abdullah Karam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카람이 탈출을 결심하고 실제로 탈출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위기와 죽음으로 연결되는 실패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자신이 겼은 실제 이야기를 디자이너가 직접 게임에 담아내었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고 시니컬한 유모어가 풍성하게 펼쳐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Path Out is a tale full of surprises, challenges and paradoxical humor, giving insight in this real-life adventure, on which Abdullah comments through videos in the game. " 


우리들이 중동, 시리아에 대해서 갖고 있는 웃지 못할 편견에 대해서 일침을 날린다거나 (시리아에 낙타가 많을 것이라거나...) 플레이어의 빈번한 죽음에 대한 냉소적 표현들이 그것이죠. 중간중간 마치 게임 방송을 하듯 압둘의 실제 모습이  PIP 방식으로 보이는 것은 시리아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닌, 실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각성시켜 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3NSrSZOCmY

화면속의 저 양반이...압둘라 카람 디자이너. 




플레이 시리아 프로젝트를 계기로 리서치하며 알게 된 것은 시리아 혹은 난민을 주제와 소재로 다룬 게임들이 꾸준히 발표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플레이 시리아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어느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시원하게 답할 수 없지만, 우리가 창작을 통해서 시리아 사람 압둘라가 되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쓴, 혹은 변절자라는 손가락질을 이겨내고 국경을 넘는 상황과 사건을 경험하고 그들의 고민과 그들의 안타까움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는 것은 아티스트로써 매우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 시리아팀이 스토리텔링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비단 제작된 결과물에만 성과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자신의 경험과 관점의 변화, 사람의 변화에 더 큰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자, 어찌 되었든 이제 뭔가를 만들려면 개발자를 구해야 합니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요. 하지만 방법이 있겠죠. ^^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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