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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Sep 05. 2018

사회형 MUD의 부활

SNS와 오래된 게임의 공명

MUD의 전통


SNS와 게임의 구조적 유사성을 인식하려 할때  일차적 저항감은  매체가 외형상 비슷해 보이는 면이 많지 않다는 재현 영역에서  발생하곤 한다.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한 캐릭터 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통상의 디지털 게임과 달리, SNS는 문자, 이미지, 영상 로그가 엮이고 쌓여 인물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텍스트 플레이가 핵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매체의 미적 식별에 영향을 미치는 재현 층위에서 SNS와 게임의 관계를 살펴볼 때, 1980~90년대 초기 PC 게임의 성장을 주도한 MUD는 주목을 요한다.


You haven't lived until you've died in MUD. — The MUD1 Slogan


1979년, 영국 에섹스 대학(Essex university) 로이 트럽 쇼(Roy Trubshaw)와 리처드 바틀(Richard Bartle)은 오직 텍스트로만 구성된 다사용자 어드벤처 게임 <MUD1>을 개발한다.


이미지 데이터가 전혀 없는 이 게임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문자를 사용한 로그 플레이만으로 놀이의 맥락과 퀘스트를 이해하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사회적 교류를 수행하며 장대한 모험 서사를 탐험했다.

<MUD1>의 개발자 리차드 바클, 로이 트럽쇼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MUD1>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해당 장르의 출발과 파생을 촉진시켰다.

초기 온라인 게임의 주요 특징인 사회적, 표현적 목적과 텍스트 중심 재현 양상은 MUD의 강력한 영향에 해당한다. 재현 목적과 형식에 비추어 볼 때 SNS는 MUD의 오랜 전통과 가깝고, 유사하다.


MUD 플레이 화면


MUD와 SNS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뜨거운 인기와 해커 문화에 힘입어 <MUD1>의 개발 코드가 공개된다. 이를 계기로 MUD 장르의 재현 양상은 크게 두 차례 분화된다.


개발 역량을 지닌 플레이어가 코드를 변형해 새로운 놀이 목적과 환경을 고안하고 변화시킬 수 있게 되면서 수많은 이종 MUD가 탄생한 것이다.


첫 번째 분화는 MUD의 목적 영역에서 나타났다.

최초의 MUD와 유사하게 플레이어 간 교류와 탐험 목적에 충실한 소위 파이 디아 계열의 ‘사회형 MUD’의 추가 생성도 활발하였지만, 이와 대조적인 목적을 추구하여 플레이어들끼리 대결과 쟁을 펼치는 것이 놀이의 핵심인 루두스 계열의 ‘전투형 MUD’의 파생이 이어졌다.   


전투형 MUD는 겨루기가 목적인 까닭에 플레이어 킬이 기능적으로 지원한다.

전투형 MUD는 자유로운 표현과 공동체적 교류 활동에 초점을 맞춘 사회형 MUD와 달리 공격적 플레이가 불쾌감의 대상이 아니라 권장되고 수용되는 경험으로 놀이꾼의 동의를 얻는다.   


 80~90년대 개발된 주요 사회형 MUD 계열 게임으로는 TinyMUD, MOO, MUSH, MUCK 등이 있으며, 전투형 MUD 계열은 LPMUD, DiKuMUD가 대표적이다.


 대표 게임들은 당대를 풍미한 인기 독립 게임으로써의 의미도 있지만 이들을 기점으로 수많은 MUD가 다시 생성되었다는 점에서 사회형, 전투형 MUD 각 계열의 핵심을 구성하고 파생을 촉진한 게임 군으로 역할하며 게임과 SNS를 연결하는 매체 진화에 기여하였다.  
 




텍스트와 이미지


MUD는 발전하는 기술의 영향 속에서 주요한 재현 대상과 방법에 따른 두 번째 분화를 함께 겪었다.

도식적 이분법으로 보자면 MUD의 2차 분화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중심 이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초기 MUD 게임의 재현 수단은 문자 로그였고, 모든 텍스트의 기능을 전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그래픽 기술 발전은 사회적 소통과 교류를 지원하는 표현 행위의 핵심에 빠른 속도로 이미지와 영상을 배치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전투형 MUD가 이미지 기반 재현을 향한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한 것과 비교하여 최초의 MUD 전통을 보다 직접적으로 공유해 왔던 사회형 MUD는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폭넓게 제안하는 실험적 분화를 이어간다.


사회형 MUD 가운데 현실 모방적 관계를 중시하고 플레이어 해석과 개입 비율이 높은 재현 특징은 문자,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로그를 통해 텍스트 플레이로 확산되며  최초의 SNS <식스 디그리즈 닷컴(Sixdegree.com)>에 계승된다.

 <싸이월드(Cyworld)>를 비롯<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SNS 계열에 이식된 재현 양식은 이처럼 텍스트 플레이의 전통과 맞닿아 잇다.   


반면, 이미지 중심 재현을 통한 캐릭터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다른 지향점을 추구한 소셜 MUD 내 다른 흐름은 최초의 그래픽 MUD <해비타트(Habbitat)>이후, <하보호텔(Habbo hotel)>,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데어 닷컴(there.com)>와 같은 SVR(social virtual reality) 계열에 투영되었다.


오늘날 SVR 계열 매체에는 <더심즈(The sims)>, <GTA>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오픈 엔드 유형의 비디오 게임이 거부감 없이 포함된다.

놀이 목적보다는 표현 방식에 따라서 우리에게 친숙한 게임들은 이미지 재현 영역에 무게 중심을 둔 채, 사회형 MUD의 전통과 연결을 맺는다.  


재현 관점에서 보았을 때, SNS와 SVR 계열 모두는 사회적 표현과 교류를 목적한다는 점에서 사회형 MUD의 후손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현 방식을 텍스트 기반 로깅과 이미지 기반 퍼포먼스 중 무엇에 더 큰 비중을 두었는가에 따라 다른 계보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게임 연구자 이상우는 비디오 게임의 진화사를 텍스트와 이미지의 술래잡기로 요약하며 둘 중 어느 쪽이라도 서로 수용하고 포함하며 발전하게 된다고 말한다. PC 게임은 텍스트가 이미지와 영상을 더하여 텍스트 플레이를 보완하고, 아케이드 게임은 이미지가 텍스트를 보강하는 흐름으로 변화고 있다는 분석이다.



텍스트 플레이 보충 관점에서 SNS는 공간 배경보다 사건과 인물 재현에 이미지의 힘을 보태려 한다.

동굴과 방으로 구획된 상상 공간 재현은 텍스트 MUD에서부터 이어진 오랜 전통으로 초기 SNS <싸이월드>는 다이어리와 집, 방의 이미지 등 공간을 상징하는 배경 연출을 통해 이를 이어받았다.

<이월드>,다이어, 미니룸, 홈

그러나 이후 <페이스북>이 새로운 승자 권력을 획득하면서 SNS에서 구상적 배경 연출 비중은 크게 약화되고, 로그 생성 위치와 시간을 알려주는 선의 구분만이 남겨진다.

페이스북 프로필, 피드

SNS는 텍스트의 풍성함은 다양한 표현 로그로 제공한다. 문자, 이미지, 영상, 사운드, VR과 AR에 이르는 다양한 재현 양식은 기능으로 지원되고 있으며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문자 중심의 텍스트 표현법에 이미지의 영향을 과감하게 공급하는 변화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SNS의 표현 본질은 캐릭터 퍼포먼스가 아닌 텍스트 플레이 영역에 남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_04PCSDWE

  

https://www.cnet.com/videos/facebook-demos-concept-vr-headset-at-f8/




사회형 MUD의 부활


매체의 역사적 상호 관계, 즉 통시적 관점에서 SNS와 게임은 텍스트 기반 사회형 MUD를 출발점으로 연결된다. 공시적 차원으로 최근 간의 네트워크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 매체인 SNS가 고전적, 전통적 PC 게임 장르인 사회형 MUD를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SNS는 직접적인 공격과 승부 경쟁을 표면화하는 대신, 보다 탐색적이고 협력적 분위기에서 표현의 다양성과 이질성을 확보하는 것을 합당한 태도로 지향한다.

표현 목적과 사회 교류를 위한 놀이 패턴이 지배적인 SNS에서 사회형 MUD가 지닌 공동체 의식이 피어나고 플레이어 자신이 주인공인 수많은 이야기들의 탐색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것이다.


SNS가 사회형 MUD로부터 이식받은 공동체 의식은 표현 활동에 있어 나의 주관을 중심에 두면서도 나 이외의 플레이어가 지닌 다름을 동시에 배려하는 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를 드러내는 것만큼, 다른 이도 자신을 드러낼 권리가 있으며 유사, 대조, 모순, 보완의 모든 의미 관계를 공존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토대는 마샬 맥루한(Mrshall McLuhann)이 일찍이 분업화된 서구 사회의 감각과 구분하여 회복 필요성을 강조한 부족 사회의 공동체 감각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개성과 주관이 담긴 표현들이 쉼 없이 오가는 SNS는 결코 조용하지 않고, 또 평화로울 수도 없다. 놀이 부족의 일원으로 표현을 목적하는 게임에 임할 때, 플레이어 사이에는 놀이를 통해 발현 가능한 희로애락의 모든 인간 감정이 고양되고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관계의 다양한 측면이 함께 촉진된다.


호이징하는 표현을 위한 게임은 다른 이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단계에 멈추지 않고 더 나은 표현으로 인정받기 위한 경쟁 단계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형 MUD와 SNS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목적한 표현에 관한 성과를 직간접적으로 겨루는 양상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 둘 모두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플레이어는 단순한 숫자나 기계적 시스템 노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표현 행위에 정당성과 우수성을 평가해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참고문헌

권보연(2015). �SNS의 게임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 미디어학부 박사학위논문.

김겸섭 (2012). �모두를 이한 놀이, 디지털 게임의 재발견. 들녘.

김선희. (2003). 사이버 공간이 다중자아 현상을 일으키는 존재론적 구조. ≪철학≫, 74, 171-191.

이상우 (2012).  �게임, 게이머, 플레이: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 자음과 모음.

한국 게임학회 기능성게임 연구회 (2018). �게임, 게이머, 플레이: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 홍릉 과학출판사.

이재현. (2001). 인터넷과 온라인게임,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Carton, S. (1995). Internet Virtual Worlds Quick Tour. Ventana Communications Group, Incorporated.

McLuhan, M.(1964). Terrence, W. G.(Ed.).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New American Library. 김상호 옮김(2011).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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