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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Jun 14. 2018

놀이 공동체와 SNS

가상 공동체의 두 유형


SNS의 형식 층위에 게임과 놀이 규칙이 이식되면, 관습과 반복에 얽매인 현실 대비 보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표현 시도들은 단지 콘텐츠 영역뿐 아니라 사회적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경직된 현실 세계와 비교하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공동체 형성이 이루어는 것이다.


SNS가 게임적 영향권에 포함되면서 플레이어는 단절된 개인 상태를 확장해 공동체 감각을 강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SNS에서는 개인적 차원이라 해도  표현 주체가 자신을 사회적 존재로 보고 공동체 구성원들을 고려하여 표현 행위의 정당성과 적합성 판단이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SNS의 표현과 교류 활동에 적용된 사회적 네트워크 프레임이 무엇보다 유희성을 전제하는 놀이 공동체 감각에 바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련하여 디지털 인류학자 셀리아 퍼스(Celia Perce)는 가상 세계 인간 공동체를 네트워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에 따라서 놀이 공동체(communities of play)와 수행 공동체(communities of practice)로 구분하였다.


셀리아 퍼스는 그녀의 게임 아바타 ARTEMESIA를 놀이 공동체 연구의 공동 저자로 명시했다.   


두 공동체 유형은 존립 목적에 따라 선택 행동의 타당성, 즉 공동체 구성원의 판단 근거가 서로 다르다. 놀이 공동체는 네트워크 유지 목적과 핵심 가치를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재미에 두고 이를 기준으로 공동체의 존재 의미와 형식을 이어가려 한다. 반면 수행 공동체는 집단 형성의 최상위 목적을 유용성과 효율에 두고 성취를 위해 노력한다.  


놀이 공동체와 수행 공동체는 SNS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 유지되는 가상 네트워크 기반 사회다. 각각의 공동체는 대조적 판단 기준을 갖고 있는데  전자가 ‘지각된 놀이성(perceived playfulness)’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정한다면 ‘지각된 유용성(perceived usefulness)’은 후자의 선택 근거다. 따라서 SNS에서 사람들이 마치 게임 플레이어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들이 집단 내부 경험을 수용하고 반응하는 기준이 진지함, 효율성, 유용성보다 잉여, 유희, 일탈과 재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SNS에서 표현 행위란 콘텐츠 생산 뿐 아니라 생산된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사회적 연결과 교류가 포함된다. 그 결과 SNS에는 사용자가 추구하는 표현 맥락과 목표에 따라 선택 가능한 이질적인 공동체 감각이 공존할 수 있다. 현실을 재현하되 현실과 온전히 같지 않은 가상 세계인 SNS를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놀이터로 인식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을 놀이 공동체에 속한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동일인이라고 해도 표현 목적은 현실적 수행과 놀이적 유희 사이에서 달라질 수 있다. SNS를 움직이는 공동체 감각은 둘 중 하나만 유의미한 절대적 선택이 아니라 양자 모두의 감각을 지닌 채, 시시각각 비율을 조정하는 끝없는 역동성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SNS와 상호작용 하는 사람들은 사용자이며 동시에 플레이어다.      





디지털 제3공간


게임은 플레이어를 놀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감각에 바탕을 둔다. 이러한 특징은 게임이 SNS와 같은 네트워크형 서비스에 보다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터넷을 통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비단 SNS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서비스 구조를 지배하는 디지털 시대에 게임의 영향력이 점차 강력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프란츠 마이라(Frans Mäyrä)는 게임과 유사한 형식이나 외관보다 게임이 지닌 강력한 사회적 감각이야 말로 더 많은 매체와 맥락들을 게임 범주에 수용되게 만드는 동력이라 말했다. 관련하여 놀이적 디자인 연구자 발렌티나 라오(Rao Valentina)는 SNS가 게임의 영향을 수용하면서 오늘날 사람들은 SNS를 디지털 제3공간, 디지털 놀이터로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3공간(the third place)’, ‘위대한 좋은 장소(the great good place)’는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의 개념이다. 직장처럼 일을 목적하는 공적 공간과 다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사적 공간인 집과도 변별되는 ‘공적이면서 동시에 사적인 공간’이다. 올덴버그는 카페, 서점, 주점, 미용실을 제3공간의 사례로 들며 이 공간은 함께 즐기고 재미와 여유를 추구하는 감각이 지배하기 때문에 인간 본성에 가장 근접한 공동체 감각과 ‘놀이 정신이 충만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공적이면서, 동시에 사적인 제3공간의 디지털화


 SNS는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놀이터, 디지털 제3 공간이다. 라오는 SNS에서 디지털 제 3 공간의 놀이적 분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인간적 따스함을 만드는 기능적, 물리적 요소와 모래 놀이처럼 자유로움을 전제하는  자발성, 사람과 사람의 연결 구조에 내재된 사회성의 영향이라 분석한다. SNS의 놀이 분위기는 플레이어가 생성하는 다양한 표현활동이 현실적 득실, 실용적 성장보다 잉여와 유희 정서와 맥락에 결부되도록 돕는다.




 소셜 플랫폼과 메타 게이밍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지배적 SNS는 이제 더 이상 하나의 단위 서비스가 아니라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소셜 플랫폼이 현대인의 일상을 표현하는 보편 매체이자, 놀이 감각과 경험이 발생하는 게임화 매체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SNS가 SNG(social network games) 같은 순수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 와 성공적인 결합을 이룬 배경이 있었다.


Social media 타임라인


이우(YI WU)등은 소셜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엔터테인먼트 응용 프로그램들은 SNS가 단독 서비스일 때 보다 사용자들의 놀이적 인식을 강화하고  유희적 행동을 지속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예컨대 플랫폼 내부에서 SNS와 SNG가 연결됨으로써 놀이 공동체의 감각 순환 범위와 강도가 증폭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놀이 경험 확대는 플랫폼 내부를 벗어나 현실을 향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소셜 플랫폼 구조의 핵심인 SNS가 상당 부분 현실적 시공간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차용하여 표현 행위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셜 플랫폼에서 현실은 지각된 놀이성을 지닌 놀이 공동체가 활동하는 게임화 SNS와의 접면에 첫 번째 경계를 이룬다. 반영된 현실은 플레이어에 의해 다양한 표현 게임으로 전환된다. 이때 플랫폼의 밖 현실과 SNS 사이는 ‘현실 유입 경계’의 기능을 맡는다. SNS에서 발생하는 표현 대부분 현실 근거가 있다는 특징이 있고, 그로 인해 SNG처럼 순수 게임 세계만큼의 표현 자유 획득에는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소셜 플랫폼에서 플레이어가 향유하는 상상과 자유는 SNG와 같은 순수 게임 세계가 게임화 SNS와 연결된 두 번째 접면인 ‘순수 허구 경계’ 작용으로 증폭될 수 있다.  이 경계는 허구 세계의 질료들이 플랫폼 곳곳에 흐르도록 돕는다. 상대적으로 낮은 개연성과 높은 환상성을 보유한 게임 세계가 플랫폼 내부에 구축되는 것이다.

소셜 플랫폼의 놀이 감각/놀이 공동체 감각 연결 구조


플랫폼 안팎을 순환하는 놀이 감각은 직접적인 플레이가 없어도 게임에 의한, 게임을 위한 활동이 이어지는 메타 게이밍(metagaming) 현상을 발생시킨다.

The metagame is the game outside the game. IT includes all the activiies connected with the game that aren't part of playing the game itself.  (Characteristics of games pp.203)


일상적으로  SNS를 위한 소재를 찾고, 기록하는 것은 표현 게임을 위한 중단 없는 메타 플레이에 해당한다. 네트워크 친구와 함께  SNG를 즐기며 게임 피드를 채우거나 소셜 로그인 혹은 공유 기능을 활용해 플랫폼 밖 다른 게임의 성취를 SNS에 남기는 것도 더 나은 플레이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선택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소셜 플랫폼 내부를 향해 발생하는 메타 게이밍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권보연(2011). 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사회적 플레이에 관한 연구. ≪한국컴퓨터게임학회논문지≫, 24권 1호, 21∼33.

권보연(2015). �SNS의 게임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박사학위논문.

Elias, G. S., Garfield, R., & Gutschera, K. R. (2012). Characteristics of games. MIT Press.

Mäyrä, F. (2007). The Contextual Game Experience: On the Socio-Cultural Contexts for Meaning in Digital Play. In DiGRA Conference.

Rao, V. (2008, October). Facebook Applications and playful mood: the construction of Facebook as a third place. In Proceedings of the 12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Entertainment and media in the ubiquitous era (pp. 8-12). ACM.

Oldenburg, R. (1989). The great good place: Café, coffee shops, community centers, beauty parlors, general stores, bars, hangouts, and how they get you through the day. Paragon House Publishers.

Pearce, C. (2011). Communities of play: Emergent cultures in multiplayer games and virtual worlds. MIT Press.

Wu, Y., Wang, Z., Chang, K., & Xu, Y. (2010). Why People Stick to Play Social Network Site Based Entertainment Applications: Design Factors and Flow Theory Perspective. In PACIS (p.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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