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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Sep 09. 2018

놀이를 위한 일

SNS에서 놀이/일을 완전히 제거해서는 안 되는 이유

도전의 의미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n)은 이종 매체의 만남에는 극렬한 충돌이 수반되고, 

이 과정에서 각 매체는 본질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질문하면서 

혼종과 융합의 교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SNS도 게임의 속성을 이식하면서 두 매체의 상이한 기준들을 

혼란 상태로 방치하지 않고 새로운 균형점을 생성시킨다. 


게임 요소의 수용 관점에서 ‘도전’은 SNS에 스며들며 가장 큰 에너지를 공급하는 

지점으로 주목을 요한다. 도전은 놀이 과정의 여러 선택들이 의미 있는 것으로 경험될 때 

도달 가능한 게임의 미적 요소다. 



마크 르블랑(Marc LeBlanc)도 사용자가 특정 매체에서 수행하는 과업을 흥미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그가 대면한 상황을 놀이처럼 인식하게 됨을 강조한다. 

이처럼 도전은 문화와 관습 층위에서 좌절과 장애, 갈등에 대항해 플레이어의 지속적 동기와 참여를 일으키는 놀이 경험의 핵심이다. 


SNS에서의 인간 경험을 도전 개념과 연결 지어 보자. 

사람들은 결과가 불확실한 표현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번거로운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놀이에서 마주할 장애와 실패들은 극복 대상이기는 하나, 

회피하거나 소거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표현 과정의 많은 행위들은 도전의 이름으로 열망과 지속을 불러일으킨다. 


SNS라는 표현 게임은 드러냄 자체가 목적인 자유로운 파이디아에서 시작하지만 

곧 다른 표현보다 더 나은 것을 겨루려는 경쟁적 루두스와 결합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SNS는 비교 가능한 객관적 지표를 제공하면서도 

그에 의한 최종 승부 조건은 정의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이기는 게임을 했는지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SNS에서 더 나은 표현이란 다른 이들로부터 획득한 반응 규모를 통해 측정된다. 

이때 노련한 놀이꾼은 단순한 반응 크기가 아니라 무엇에 관한 어떤 표현이 

좋은 것으로 주목받았는가에 주목한다. 

즉 표현 게임인 SNS에서 가치 있는 도전은 플레이어가 낯선 표현 대상과 방법을 발견하고 

창의적인 실험과 시도를 감행하는 것이다.


 SNS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표현 게임을 위한 도전을 

지루함과 두려움 없이 이어 가도록 진화 중이다. 

숙련을 쌓아가는 플레이어의 경험과 역량, 참신한 표현 기능과 흥미진진한 기회가 

균형을 이루면서 SNS에는 기분 좋은 몰입이 발생한다. 


플레이어의 몰입은 표현 놀이터에 더 많은 참여를, 더 많은 실험과 도전을 일으킨다. 

SNS와 게임이 결합하여 찾아낸 표현을 위한 놀이 감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다르고 변화하기 때문에 즐거운 경험이 된다.     


 


놀이/일


플레이어의 노력은 특정 매체와 맥락을 놀이로 인식시키는 게임의 특징적 요소다. 

게임 연구자 조지 엘리아스(George Skaff Elias)와 리처드 가필드(Richard Garfield) 등은 

플레이어의 노력 유형을 분류하며 특히 놀이를 위한 일, ‘놀이/일(busywork)’에 주목했다. 

게임에서 놀이/일은 부분 혹은 잉여가 아닌 본질적 활동이며, 

반복적 놀이 경험을 만드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놀이/일을 게임의 재미를 구성하는 핵심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놀이/일이 즉각적 반응과 감각적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에서는 놀이/일이 어떤 규칙과 상호작용, 미학적 효과를 반영했는가에 따라 

플레이어는 기계적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흥미와 즐거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SNS가 긍정적 쾌감을 주는 표현 게임이 되려면  

놀이 목적과 미학에 부합하는 정교한 놀이/일 공급이 필요하다. 

엘리아스가 구분한 놀이/일의 세 가지 유형을 SNS의 표현 놀이 활동에 대입하여 검토해 보자. 


 ① 순수한 놀이/일: 

작동 알고리즘을 실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플레이어에게 다른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는 

완벽하게 기계적인 놀이/일을 뜻한다. 

SNS에서는 글쓰기, 사진 올리기, 공유하기, 글 읽기를 위한 화면 스크롤 등 중요 기능 실행을 위한 

사용자 행위들이 여기에 속한다. 

 
 ② 비논리적 놀이/일:

비논리적 놀이/일은 디자이너에 의해 제시되어 플레이어가 선택 조건의 

구성 이유와 근거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유형의 놀이/일은 논리적 타당성보다 놀이의 특징과 재미로서  

플레이어를 열광시키거나 지속적인 기대감을 생성시킨다. 

SNS에서 표현 행위의 공개 대상과 사용 가능한 매체와 형식 조건들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정한 것인데, 왜 이 중에서 골라야 하는지 

이유 설명 단계는 불완전하고 때로 생략되기도 한다. 
 
 

③ 보상 대비 노력 불균형 놀이/일:  

게임을 위한 노동 가운데 플레이어의 주관적 영향이 가장 큰 유형이다. 

엘리아스도 엄밀한 의미로 이것은 놀이/일 자체라기보다 수행 결과에 대한 

만족도에 가깝다고 부연한다. 

SNS를 통한 표현이 플레이어의 목적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반복되면 

플레이어는 갈등 극복을 위한 노력이 과하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      




쉬운 도전의 시대 


SNS가 인간에게 효율적 소통 도구로만 쓰임이 있다면 도전 과정에서의 노동은 줄어들수록 좋은, 

경제적 인터페이스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SNS가 게임으로 역할한다면 선택은 달라진다. 

게임에는 플레이어 스스로 해야 하는 의미 있는 일이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체학자 버나드 슈츠(Bernard Suits)는 게임에서는 쉽고 빠르게 끝나는 것이 결코 미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표현 게임으로서 SNS는 순수한 놀이/일의 강도는 낮추고, 비논리적 놀이/일의 창의성과 차별성을 높여서 보상 불균형 놀이/일에 대한 만족도를 강화하는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놀이/일이란 SNS를 즐거운 게임으로 만드는 핵심 장치이며 따라서 놀이/일의 완전한 소거는 위험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보자. 

사용자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강조했던 소위 자동 로깅 SNS들은 

기능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표현 놀이의 주류로 성장하지 못했다. 


생산 영역과 놀이 영역은 자동화 기술에 관한 서로 다른 반향을 보였는데, 

그 원인은 플레이어의 놀이/일을 통해 물리적, 정신적 투입이 일어날 때 재미가 생겨나는 

게임의 본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놀이/일은 과거에 비해 도전의 난이도가 쉬워지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과 고된 역경을 상징하는 하드 펀(Hard fun)에서 

가벼운 즐거움, 즉 이지 펀(Easy fun)을 추구하는 캐주얼 플레이로 놀이 문화의 중심이 이동 중이다. 


율은 캐주얼 플레이의 확산이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삶과 소통에 관련된 것들을 놀이적인으로 변화시킨다고 통찰했다. 


쉬운 도전은 SNS를 선택된 소수나 숙련된 전문가가 아닌, 

누구나 승리자가 되는 표현의 놀이터를 만들어 탈 중심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SNS는 놀이/일의 기능 난이도는 낮게, 자유로운 표현 범위는 넓게 허용하여 

누구라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표현 게임의 쉬운 도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한 개인의 생각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에는 기술적 측면보다 자격과 권위를 묻는 

문화와 관습에 SNS는 놀이와 게임의 이름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권보연(2015). �SNS의 게임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박사학위논문. 

권보연(2017). �게임싱킹, 게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커뮤니케이션북스.

Elias, G. S., Garfield, R., & Gutschera, K. R. (2012). Characteristics of games. MIT Press. 183-188. 

Hunicke, R., LeBlanc, M., & Zubek, R. (2004, July). MDA: A formal approach to game design and game research. In Proceedings of the AAAI Workshop on Challenges in Game AI. Vol. 4, No. 1.

Juul, J. (2010). A casual revolution: Reinventing video games and their players. MIT press.

McLuhan, M.(1964). Terrence, W. G.(Ed.).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New American Library. 김상호 옮김(2011).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Suits, B. (2005). The Grasshopper: Games, Life and Utopia. Broadview Press. 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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