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서 1.5 프로젝트 이야기
<햇살 아래서 1.5> 프로젝트의 핵심 결과물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사업 목표에 맞추어 우리의 이야기를 종이 출판물로 제작해 보는 것입니다. 상업 출판물은 아니지만, 작업자들이 독립출판의 형식으로 시리아 난민 소녀 사라와 연진, 얄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품을 출판 결과물로 제작해 내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1.0 버전에서 아쉬웠던 삽화 부족과 저장 기능 누락의 문제를 해결한 디지털 업그레이드 버전도 동시에 제작하는 것을 두 번째 목표로요. 일종의 '일타쌍피' 작전을 펴는 것이죠.
작업 진행이 인쇄책과 디지털 버전 업그레이드라는 두 갈래로 나뉘어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작업 팀의 디렉터로 둘로 나누었습니다. 1.0 디지털 버전을 총괄 디렉팅 했던 권보연 작가가 1.5에서도 디지털 버전 업그레이드 디렉팅과 스토리라인 재점검을 맡고, 실제 출판 기획과 편집 경험이 있는 오영진 작가가 삼삼오오 프로젝트의 총괄 PM을 맡았습니다.
오영진 PM의 추천으로 요즘 샤로수길에서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오후의 과일>에 모여 회의를 통해 역할과 역할별 명칭을 정했습니다.
덧 1. 오영진 선생은 생각보다 트렌디한 플레이스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근 소녀 감성입니다
덧 2. 사진 출처 http://bit.ly/2BBHvvC
이번에는 -er을 붙이는 명칭으로 통일했습니다.
이번 1.5 프로젝트에서는 이융희 작가께서 바쁜 일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되셨지만, 허효진 작가와 함께 삽화 작업을 위해 ELLA 작가께서 도움을 보태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파이팅!!!
오영진: Project & Concept Director
권보연: Writer, Story Director
허효진: Illustrator
이정남: Twine Programmer
디지털 파트에서는 1.0 버전에서 미진했던 저장 기능 추가 이외에는 혹시 있었을지 모를 링크 오류나 Passage 수정만 진행하고, 인쇄 파트 작업을 위해 새로 그려진 삽화를 더하는 것으로 작업 범위를 잡았습니다. 웹상에 퍼블리싱 된 작업물에 손을 대는 작업이라, 범위를 줄이고 인쇄 작업물이 출판됨에 따른 저작권 등 기타 이슈에 미리 대응하여 준비하는 것이 필요했죠.
1.0 버전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비상업적 디지털 콘텐츠로, 비상업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사진을 검색하여 (음식 사진 등) 사용한 것들이 있었는데, 1.5 버전의 경우 출판물로 책이 나오게 된다면 판매를 할 수도 있고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비상업적 목적의 사용이 허용된 사진들도 더 이상 사용하지 말고 가능한 일러스트를 다시 그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정은!
올해가 가기 전에 끝을 내자는 이상한 조바심이 반영된 야심 찬 일정이 세팅되었습니다.
12월 마지막 주에 통합 테스트까지 끝내는 막힘없는 일정 계획이 수립되었죠. ^____________^
하지만 작업자들과 일정을 조율하고 새로운 작업자를 구하는 시간은 계획을 수립하는 시간만큼이나 필요하더군요. 대체로 작업자들이 미리 세팅되어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해온 덕분에 작업팀을 세팅하는 시간을 넉넉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작업팀 구성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입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몇 차례 의견이 오고 가는 사이에 11월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버전에서 야심 차게 보강하고 싶었던 '저장' 기능은 그것의 구현된 결과물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스러웠습니다. TWINE appearance를 아직 잘 알지 못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링크와 구분이 가지 않는 선택 UI 말고는 찾기가 어렵더군요.
제가 원했던 것은 모든 페이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처음으로 돌아가기' 버튼처럼 General UI를 구현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TWINE에 게임 저장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워 미워한 UI 때문에 이 기능을 포기하고 나니, 뒤늦게 찾아진 방법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계속 찾고 있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나중에라도 TWINE 게임에서 SAVE- LOAD 기능을 적용하실 분들을 위해 여기에 정보를 남겨 둘게요.
http://twinery.org/questions/25547/how-to-save-the-game
TWINE 프로그램을 귀동냥, 눈동냥하며 느낀 것인데,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그렇지만 얼핏 알게 되더라도 그것을 깔끔하게 완료하는데 상당한 복잡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햇살 아래서의 경우 로그인 기능이 없기 때문에 저장과 로딩은 로그인 기반이 아니라 브라우저 기반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사용했다면 의도치 않게 내가 저장해둔 게임의 중간 상태로 진입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http://twinery.org/questions/search?q=save+load
아마도, 로그인이 기능이 포함된 TWINE 게임을 만든다면 저장과 로딩을 더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보강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찬찬히 찾아보면, 막강한 정보력을 확보하고 있는 TWINE 개발자 커뮤니티에 거의 대부분의 솔루션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더욱 구체적인 케이스가 궁금하다면 Q&A 세션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 접속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질문도, 대답도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뭔가 이런 식...
Q: Heyho i would like to change the Colors of the links to a new Passage just it fits better with he background is that possible? If yes, how?
A:You'll have to give us the version number of Twine and your Storyformat.
Q:Sugarcube 2 and twine 1.4.x
A: For this you can simply use SugarCube's "tagged stylesheets" (see link for details), where you add particular tags you set up, to the passages you want colored differently. Then you add code to your Stylesheet section to color the passage based on those tags.
<햇살 아래서 1.0>도 나름대로 여러 차례 플레이 테스트를 거쳤습니다만, 프로그램을 위해 원고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링크에 결함이 없는지 살폈습니다. TWINE이 기술적 오류는 탐지를 해서 깨어진 링크를 찾아주기 때문에 그 부분은 별도 확인이 필요 없지만, 서사적 혹은 논리적 오류는 직접 찾아내어야 합니다. 수많은 링크가 서사를 분기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작가가 생각하지 못한 서사 경로가 생겨져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선형성을 따르며 디자인을 하다 보면, 작가는 자신이 설계한 서사 경로 외에는 탐색을 하지 못하곤 하죠. 제 경우 연진이가 사라의 결혼식 초대 요청을 거절하면 학교 앞 분식집으로 이동해서 새로운 이야기 경로를 타게 되는데 그것이 다시 메인 서사 경로와 결합되는 설정이 있더군요. 결혼식에 가지 않아도 햇살 아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 경로가 제가 의도하지 않게 생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때의 문제는 연진이가 (결혼식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의 가족과 친구들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그들에 대해 흥미와 관심이 생길만한 계기가 충분하지 않을 것임에도 너무 무르익은 감정적 교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행동가로 변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것은 뭔가 이상한 거죠. 잘못되었습니다.
이상하다는 것을 몰랐을 때가 그리워지더군요.
더닝 크루거 효과: 인지 편향의 하나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링크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밤. 혼자 테스트를 하며 절망의 계속을 헤매던 몇 시간이 떠오르네요.
깊은 고민 끝에 떡볶이 시퀀스 이후, 기사를 통해 시리아에 대하서 학습한 연진이가 폭격당하는 시리아에서 얄다와 비슷한 소녀와 어린이들을 만나는 생생한 꿈을 꾸고 그래서 결혼식에 간 것만큼은 아니지만 시리아 사건과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이미 시리아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는 과정이 담긴 Series C: #C_1 새로운 꿈 -- # C_2 난 무엇을 할 수 있지? -- #C_3 시리아를 생각하는 사람들 시퀀스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의 이야기는 1.0 버전엔 없고 1.5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실수가 빚어낸 유니크한 시퀀스인 거죠. 아마도 1.5 버전을 몇 달 지나 다시 보면 또 잘못된 것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걸 알게 되면 또 고치고 고치고 고치겠습니다. ^^
#C_1 새로운 꿈 (Brief)
"폭격이다!"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어.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도 않았지.
"큰일이야! 모두 피해요! 도망쳐야 해!"
넌 우선 아기를 안은 소녀의 손을 잡았어.
"나를 도와줄래?"
소녀의 큰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
"뭐든지!"
"난 사라질 거야. 엄마도 아빠도... 내 동생도!
시리아 사람들 모두... 이대로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해! 죽을 거라고!"
"알았어! 약속할게! 방법을 찾아볼게!"
쿠쿵- 쿠쿵- 쿠쿵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시리아의 모습은 사라졌어. 그리고 낮은 비명과 함께 넌 꿈에서 깨어났어.
"그래... 뭐든지 해야 해..."
넌 중얼거렸어. 하지만 농담은 아니었지.
https://www.abc.net.au/news/2018-03-14/children-in-syrian-street-after-bombing/9544634
#C2~3
연진이가 시리아를 위해 그들의 시그니처 음식을 만들고, 난민들을 생각하되 존중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그에 적합한 사례와 상황을 찾는 작업을 좀 더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난민, 시리아, 음식, 요리 같은 키워드를 사용해서 활동가들의 움직임을 리서치했고 좋은 사례들을 추가적으로 발견하게 되었죠.
https://www.saveur.com/with-love-syracuse-refugee-restaurant#page-2
It was just a coincidence that With Love, a Syracuse, New York restaurant and business incubator, was scheduled to open the Friday after the presidential election. The city’s tens of thousands of refugee residents—and their neighbors—were suddenly wondering: what would happen?
With LOVE는 식음료 분야의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기관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지역 혹은 난민과 이민자들의 자립에 기여할 수 있는 레스토랑 창업과 성장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난민과 이민자들의 경우 자신의 재능과 경력에 관계없이 미국 사회의 최하위 혹은 위험스러운 허드렛일에 종사하게 되곤 하는데 그들 가운데 자신의 출신 국가와 문화권의 식음료 사업을 통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With Love는 음식을 통해, 그리고 그 음식을 생산하고 서빙하는 직업을 통해 난민과 이민자, 사회적 약자의 자립과 문화적 자존을 지키는 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http://withloverestaurant.com/
2017년 세계 난민의 날에는 유엔 난민기구(UNHCR)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80명의 난민 출신 요리사들이 프랑스 파리 등 13개 도시 84개 식당에서 2주 동안 요리를 하며 진행되는 Refugee Food Festival이 열렸습니다. 2016년, 시민들의 제안으로 파리에서 시작된 이 행사에서 참여 식당들은 주방을 난민 요리사들에게 제공했고, 주최 측인 유엔 난민기구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에리트레아 등 다양한 난민들의 모국 음식이 유럽 시민들을 만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행사는 난민들이 조국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문화적 배경, 난민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https://www.voakorea.com/a/3908028.html
http://www.refugeefoodfestival.com/?lang=en
Refugee Food Festival는 Change, Accelerate, Rally라고 합니다.
가슴이 쿵쿵 뛰는 임팩트 비즈니스, 사회혁신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드네요.
CHANGE
난민과 난민 지위를 환영하는 인식으로의 전환
ACCELERATE
훈련을 통해 난민 요리사를 육성하고,
그들과 레스토랑 소유주 및 요리사 커뮤니티를 통합하는 커뮤니티 활성화
RALLY
평화와 평등의 보편 장소인 식탁 주위로 더 많은 시민들을 모으기
난민과 이민자를 음식과 요리라는 주제로 묶어 공동체와 연결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 건 1.5 버전을 위한 추가 학습이 남긴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415314
2018년 6월 개최된 노마드의 식탁에는 수단 출신 난민 아말라 세프가 마련한 아름다운 행사가 치러졌다고 합니다. 아말라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한국에 온 남편을 따라 우리 곁에 오게 되었고 재능을 키워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노마드의 식탁은 국제난민지원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의 주최로 매월 1회 개최되고 세계 각국 여성 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가정식을 직접 만들어 나누는 행사로, 여성 난민들과 시민들의 교류를 독려하기 위해 유엔난민기구 등의 지원을 받아 기획됐다고 하네요.
이날 노마드의 식탁에는 코프타를 비롯해 바오밥나무 열매 주스, 렌틸콩 치킨 수프, 잘라비아(아랍식 도넛)등 주인공인 아말라의 사연이 묻어있는 음식이 올랐다고 합니다.
아말라는 참가자들을 향해 자신의 ‘소울푸드’인 렌틸콩 수프를 소개하며 아버지와의 특별한 추억을 떠올렸다. 아말라의 아버지는 수단의 정치인이었는데, 정치권력의 탄압을 피해 이집트와 유럽을 전전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정착해 아말라와 4명의 동생을 낳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많으시고 훌륭하신 분이었지만, 극심한 인종차별 때문에 사우디에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말라의 어머니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병상에 눕게 됐던 1999년의 어느 날, 아버지는 여덟 살이었던 아말라를 부엌으로 불러내 처음 렌틸콩 수프를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렌틸콩 수프는 그렇게 아말라의 소울 푸드가 되었죠.
그날 처음 제가 만들었던 수프 맛은 엉망이었는데,
아버지는 맛있다면서 그걸 다 드셨어요.
어린 딸을 기특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제게 소울푸드인 이 음식은 아버지의 사랑과 격려를 기억나게 하는 음식이랍니다.”
4. DIY_시리아의 밤
시리아, 우리를 깨우는 소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김현지님의 시리아의 밤 행사도 빠뜨릴 수 없네요.
터키 국경 지역으로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떠나는 와합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 행사로 기획되었고
시리아 전통 음식과 음악을 통해 시리아를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가깝게 느끼면서 후원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events/2410622345620339/
여럿이 함께 준비를 해도 벅찬 일인데,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알찬 행사였습니다.
사진 속에 현지님, 와합님 모두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