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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Apr 10. 2017

게임 싱킹, in a nutshell

게이미피케이션과 게임 싱킹의 관계

게임 싱킹의 정의


게임 싱킹(game thinking)이란 무엇인가.

게임 + 생각하기를 조합하여 만들어진 이 개념은 우리말 ‘게임적 사고’로 번역되어 다양한 용례를 형성하는 중이다.


가장 간단한 게임 싱킹의 정의는 ‘게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를 풀이하면 게임을 활용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게임뿐 아니라 게임 외적 분야의 여러 상황에 속한 사업가와 기획자, 제작자 등이 각별히 게임 디자이너와 유사한 지식과 판단 체계를 가동하기 위해 활용하는 기법을 총칭하는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게임 싱킹을 한다는 의미를 게임 디자이너가 되는 것으로 단순 치환하여 생각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두 개념의 차이는 게임 싱킹이 도입되는 상황, 궁극적 목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는데,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게임 싱킹은 그것이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을 고안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익히 활용하는 생각법을 차용한 것이다.

 

게임 싱킹은 순수한 유희 목적의 게임 제작을 목표하지 않으며 게임 외적인 목적 성취를 위해 기존의 개선 방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변화를 꾀한다.  따라서 게임 싱킹은 트리즈(TRIZ), 식스 시그마(6sigma),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등 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을 위한 여러 방법론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것이 타당하다.


GIMI Institute


게임 싱킹이 문제 해결 맥락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경험 많은 게임 디자이너의 생각법이 통상적으로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 본질적 문제 접근에 용이한 방법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게임 싱킹을 경영 혁신 기법으로 인식하는 와튼 스쿨의 케빈 워바흐(Kevin Werbach)와 뉴욕 법과 대학 댄 헌터(Dan Hunter)에게 게임 싱킹이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매력적인 경험을 창조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게임 싱킹에 관한 그들의 판단은 게임이라는 매체의 탄생 배경과 특징에 다음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

첫째, 게임은 게임 디자이너에 의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문제 상황에 노출되어 방법을 찾고 해결 과정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하는 매체로 설계된다.


둘째, 게임은 플레이어의 숙련 정도에 따라 초보자부터 마스터 레벨까지 수준별로 상이한 경험을 제공하여 대면한 일과 상황에 관한 흥미와 동기를 유지시키는 것을 디자인의 핵심에 위치시킨다.


셋째, 플레이어들이 갈등 상황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틀을 깬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과감히 보상하거나 반복된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하는 즐거움을 먼저 고려하게 만들어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지속을 이끌어 낸다는 점 등이다.  


게임 싱킹은 게임 디자이너가 좋은 게임을 설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하고 내재화시켜야 하는 특징들을 활용하여 그들이 게임 외적인 분야에서 의도하는 변화와 도전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방법론인 것이다.   





게임 싱킹과 게이미피케이션


게임 싱킹은 게임 디자이너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창작하는 방식을 뜻하므로 이 개념의 원형적 탄생 기점은 게임 디자인과 역사적 궤적을 맞물려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 싱킹이 독립된 디자인 방법론으로 사용자 경험을 변화시키는 혁신 기법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장구한 게임 디자인의 역사와 비교하였을 때, 게임과 플레이어의 고유한 특징과 힘을 게임 외적 분야에 활용하자는 게이피미케이션(gamification) 개념 성장 이후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근간의 일로 봄이 합당할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게이미피케이션은 2000년대 초반, 영국의 컨설턴트 닉 펠링(Nick Pelling)이 전자 제품 디자인 개선에 게임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면서 최초로 제안한 개념이며 게임(game)+ ~처럼 만들기(-fication)의 합성어이다.


당시 펠링의 제안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상호작용적 디지털 인프라가 일반화되고 게임 콘텐츠와 놀이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2010년 경 무렵부터 마케팅과 비즈니스 분야를 중심으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다.

Big think innovation


그렇다면 게이미피케이션 개념 하에서 게임 싱킹의 정의를 다시 검토해 보자. 초기 게이미피케이션 논의를 주도한 컨설턴트 게이브 지커만(Gabe Zichermann)은 게이미피케이션은 기능성 게임, 게임 포 체인지, 애드버 게이밍 등 게임 외적인 분야에 게임을 활용하고자 했던 여러 논의를 하나로 묶어낸다설명하며, 게이미피케이션을 게임 싱킹과 기법을 활용해 사용자를 몰입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지커만의 정의에서 게임 싱킹은 게이미피케이션의 구현과 실행을 위한 중추적 방법론인 것이다.  이어 워바흐와 헌터는 2012년 발표한 ‘승리를 위하여: 게임 싱킹이 당신의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방법 (For the win: How game thinking can revolutionize your business)’라는 제목의 공동연구서를 통해 게임 싱킹을 게이미피케이션의 설계와 구현을 위한 핵심 기재로 주목했다.


단, 이들에게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아닌 맥락에서 게임 요소와 게임 디자인 기법을 사용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게임 요소, 게임 디자인, 비게임 맥락으로 요약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구성에 게임 싱킹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워바흐와 헌터가 게임 싱킹을 게이미피케이션 수행을 위한 중심축으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미피케이션이 게임 싱킹 보다 대중과 매체의 주목을 먼저 받게 된 까닭에 전자를 후자의 상위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로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싱킹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결코 실체를 이룰 수 없는 개념이다.


반면, 게임 싱킹은 순수한 게임부터 게이미피케이션까지 광범위한 상황에서 게임의 힘을 이끌어 내는 혁신 기법이다. 이들 간의 포함 관계를 고려할 때, 게임 싱킹은 게이미피케이션에서 예외를 둘 수 없는 필수 요소로서 게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방법과 행위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게임 싱킹과 게이미피케이션은 전자가 후자의 충분조건, 후자는 전자의 필요조건으로 관계를 맺는다.  





게임 싱킹이 만드는 혁신


게임 싱킹은 평범한 사용자를 플레이어로 변화시킴으로써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인간 경험을 혁신하려는 게이미피케이션 개념과 더불어, 이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작동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이후 비즈니스와 마케팅 분야에서 고객 관여도와 지속적 사용 동기 강화, 능동적 문제 해결력 증진을 위해 게임의 특징들이 적극 반영되면서 게이미피케이션과 게임 싱킹은 일종의 미래형 신기술이자 혁신 기법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이라는 매체가 지닌 상징적 특질, 즉 어떤 대상이든 거의 무제한적으로 침투하여 놀이의 이름으로 융합을 이룰 수 있는 원형적 매개성과 단조로운 일상에 밀착되어 희로애락의 모든 인간 정서와 경험을 전방향으로 고양시키는 감각적 증폭성에 주목하고 놀이와 게임의 힘을 현실 사회 영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논의와 실험을 지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게임 싱킹은 숙련된 게임 디자이너가 하나의 게임을 구상하고 정교히 운영, 개선하는 디자인 과정 전반을 모방하여 게임과 놀이의 힘을 혁신이 필요한 분야로 전이시키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원해 준다.


게임 디자이너에게 나타나는 독창적 사고 체계와 결과 생성 과정은 놀이 경험과 재미의 미학을 추구하는 게임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기능과 효율 혹은 기술 중심 접근법에 익숙한 디자이너와 전략가에게는 모순에 가까운, 이질적 태도와 관점의 결합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같은 맥락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목표하는 이들에게 게임 싱킹은 반드시 숙련을 요구하는 방법론이지만, 이를 새로운 인간 경험과 인식 체계를 형성하려는 혁신 목표에 도달하게 만드는 마법 주문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game thinking: ecommerce unlocked


게임 싱킹은 게임 종류와 목적, 플레이어 유형에 따라 상이한 게임을 창작하는 노련한 디자이너의 설계 과정을 따름으로서 게이미피케이션에 기여한다. 이때 게임 싱킹 기반 혁신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에게는 다음과 같은 프레임이 중요해질 것이다.


첫째, 문제 해결 혹은 독창적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의 중심에 인간, 특히 효율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플레이어의 경험과 감각을 우선 배치한다. 제작 목표나 시스템 효율을 고려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사용자를 놀이꾼으로 변화시키려는 전향적 관점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둘째, 디자이너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한 플레이어 경험과 인식 변화의 도달 지점과 게임 목표가 일치하는 공통 맥락을 고안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놀이를 통한 즐거움뿐 아니라 다른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그 대상들은 본디 재미와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게임 싱킹을 지금까지 유사 상황에서 사용해온 익숙한 문제 해결법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라 보기 어렵다.


게임 싱킹은 대상의 특성을 종래와 같은 흐름으로 강화하는 것보다, 전혀 다르거나 심지어 반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는 것에 보다 적합하기 때문이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지닌 고유성, 자유로운 상상과 과감한 반전을 허용하는 독특한 미학과 권한을 통해 디자이너에게 부여하는 전복적 혁신과 창조 역할에서 그러한 특징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싱킹은 어떻게 혁신을 유도하는가. 게임 싱킹은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식으로 설명되지 못하며, 따라서 몇몇 게임 도식만을 기계처럼 적용하여 혁신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디자이너의 생각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차용할 때, 게임 싱킹은 마침내 게임 외적 분야에서도 현실과 효율의 논리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모순들 까지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혁신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reference

권보연(2015). SNS의 게임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박사학위논문.

권보연(2015). 게이미피케이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권보연 (2016). 가상현실 시위의 사회적 미메시스 연구. 인문콘텐츠, 40호, 89-114.  

박상우 (2000), 게임, 세계를 혁명하는 힘. 서울: 씨앤시미디어.

Flanagan, M. (2009). Critical play: Radical game design. MIT press.

Werbach, K., Hunter, D. (2012). For the win: How game thinking can revolutionize your business. Wharton Digital Press.

Zichermann, G., Cunningham, C. (2011). Gamification by design: Implementing game mechanics in web and mobile apps. O'Reilly Media Inc.

Big think innovation. (2016). Game changer: the business innovation game.
http://bigthinkin.com/products/game-changer-business-innovation-game/
Ecommerce unlocked.(2013). Game thinking, E-commerce unlocked.

http://ecommerceunlocked.co.uk/?p=6

GIMI institute. (2016). Top 10 Innovation Methodologies.

https://www.giminstitute.org/top-10-innovation-methodologies/

#게임싱킹 #혁신 #디자인혁신 #게이미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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