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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hri Sep 16. 2015

고백

11월과 12월의 사이

때마침 눈이 내렸었다. 

두 사람의 손은 

함께,

눈을 맞고 있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 위의 눈송이는

하나둘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지금은,

그때를 회상하기 좋은 온도이다. 

뜨거웠던 햇빛은

스스로가 한순간 서늘해질 것을

알기나 했을까. 

마주잡은 손 안이

조금은 건조해지고 나서야 

스쳐서 어쩔줄을 몰라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바깥의 추위를 티내는

빨간 볼 위엔

반짝이는 두 눈이었다. 

조금은 멋지지 못한 고백이었다. 

그 순간 만큼은

내뱉고 싶은 말을

참을 수 없었다. 

나를 위해 기꺼이 들어준,

반짝이는 작은 잔에는 

삼켜야 할 나의 고백이

같이 따라져 있었다. 

하얀 스웨터 소매 끝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온기가 비켜나간

창백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시끄러운 실내에서도 

또렷하게  들릴만큼,

그녀의 목소리는 

분위기에 동화되지 않는

단아함이었다. 

그렇게 여대 앞의 북적거림 속에서 

나는,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기 위해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오늘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날이 될거란 확신 때문에 

마주한 두 눈을

더욱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입술이 어떤 말을 만들기도 전에, 

그 두 눈엔

오롯이

나만 있었다. 

어색함에 여기저기를 담던 눈동자는

고요하게 멈춰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몇 마디의 말이 들리고 

소란스런 실내만큼이나

흔들리는 그 눈이, 

빨개진 두 볼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비워진 술잔의 벽면을 가로지르며

번지듯 반짝이는 불빛이

마치 그 순간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 유리면을 지나면서 

여름

가을이

스쳐 지나가고 

다시 돌아온 겨울에는 꼭,

이 날짜에

첫눈이 내리기를 바라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차가운 바람이

추위를 피해 들어오는 취객마냥 

다리 사이를 비집고

문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가게 밖으로 내딘 발이 마주하는 바깥은 

회갈색의 느낌을 두껍게 두른

밤하늘이었다. 

마치 눈이 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발끝을, 

나는 그 옆모습을 바라보며

여대의 한 귀퉁이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두 손에는

눈꽃들이

하나, 둘

내려앉았고

마침내


겨울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cover image from http://www.photom.com/index.php?document_srl=775230&mid=gallery_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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